보행자 안전, '우리동네관리사무소 지킴이'가 책임진다!

시민기자 윤혜숙

발행일 2021.12.20. 13:40

수정일 2021.12.20.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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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회전 신호가 켜지지 않았는데도 이륜차가 좌회전을 감행하고 있다. ⓒ윤혜숙
좌회전 신호가 켜지지 않았는데도 이륜차가 좌회전을 감행하고 있다. ⓒ윤혜숙

서울로7017, 만리동광장과 이어진 곳에는 만리재가 있다. 중구 만리2가에서 마포구 공덕동으로 넘어가는 고개인데, 이 곳 사거리는 차량도 혼잡하고 특히 주변에 음식점이 많아 주문 배달을 가는 이륜차의 통행량이 많다. 그만큼 사고 위험도 높은 곳이다. 이는 인근에 아파트 단지와 두 곳의 어린이집 등 보행 취약계층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가 된다.
배달 음식을 운반하는 이륜차의 통행량이 많은 만리재로 사거리 ⓒ윤혜숙
배달 음식을 운반하는 이륜차의 통행량이 많은 만리재로 사거리 ⓒ윤혜숙

오전 11시, 만리재로 사거리에서 좌회전 신호가 나지 않았는데도 좌회전을 감행하는 이륜차를 발견했다. 이때 연두색 조끼를 입은 누군가가 이륜차를 저지하며 스마트폰을 들고 그 장면을 촬영한다. 누굴까? 하고 유심히 살펴봤더니, ‘우리 동네 관리사무소’라고 적혀 있다. 

지난 7월 중순부터 중림동 주민센터와 함께 중림동 우리동네관리사무소(이하 우동소)가 등굣길 지킴이를 활용해서 이륜차 계도에 나서고 있다. 앞서 필자가 포착한 장면도 중림동 우동소의 지킴이가 이륜차를 계도하는 장면이었다. 멀찍이 떨어져서 30분간 현장을 지켜보았다.
교통신호가 바뀌면서 정지해야 하는 이륜차가 차도가 아닌 인도를 주행하고 있다. ⓒ윤혜숙
교통신호가 바뀌면서 정지해야 하는 이륜차가 차도가 아닌 인도를 주행하고 있다. ⓒ윤혜숙

점심시간이 가까워지면서 도로를 주행하는 이륜차가 더 많아졌다.

대부분은 교통신호를 잘 지키며 주행을 하지만 가끔 신호를 무시한 채 주행하는 이륜차도 보였다. 교통신호가 바뀌자 직진하는 차량들이 멈춰 섰다. 이때 이륜차 한 대가 차도에서 벗어나 인도로 진입한다. 인도를 달리는 이륜차를 쫓아가면서 지킴이가 이륜차를 불러 세우지만, 운전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속도를 낸다. 지킴이가 스마트폰을 들고 그 장면을 촬영한다. 번호판이 나오게끔 사진을 찍어 ‘경찰청 스마트 국민제보’에 신고한다. 이때 앱에서 제공하는 카메라로 촬영해야 한다. 현재 시각이 표시되어 있어서 정확한 교통신호 위반 시각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지킴이가 교통신호를 위반하는 이륜차를 촬영하고 있다. ⓒ윤혜숙
지킴이가 교통신호를 위반하는 이륜차를 촬영하고 있다. ⓒ윤혜숙

만리재로 사거리 곳곳에 CCTV가 설치돼 있어 지나가는 차량을 실시간으로 촬영하는데, 지킴이가 따로 촬영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이륜차는 차량과 달리 차량번호판이 뒤쪽에만 부착돼 있어 CCTV 카메라로 번호판을 식별하지 못할 때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중림동 우동소 지킴이들이 직접 나섰다.
만리재로 사거리에 이륜차 집중단속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윤혜숙
만리재로 사거리에 이륜차 집중단속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윤혜숙

중림동 우동소는 먼저 남대문경찰서와 함께 만리재로 사거리에 ‘이륜차 보도 위 주행 집중단속 실시’를 알리는 현수막을 걸었다. 이륜차 운전자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다. 팀장과 지킴이 두 명이 만리재로 사거리에서 교통신호 위반 차량을 계도하고 촬영해 신고하고 있다. 그들은 위반 이륜차를 한 대라도 놓칠 새라 유심히 지켜보았다.

7월 중순 이전엔 오전에 시간당 10대 가량이 교통신호를 위반할 정도로 심각했지만 지금은 1대에 불과할 정도로 위반 차량이 크게 줄었다. 지킴이들이 교통신호 위반 차량을 촬영해서 앱으로 신고하면, 남대문경찰서에서 범칙금을 부과했기 때문이다. 이륜차 운전자들 간에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위반 사례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지킴이는 '경찰청 스마트 국민제보' 앱으로 이륜차 교통신호 위반 사례를 신고한다. ⓒ윤혜숙
지킴이는 '경찰청 스마트 국민제보' 앱으로 이륜차 교통신호 위반 사례를 신고한다. ⓒ윤혜숙

만리재로에는 왜 이렇게 교통신호 위반 이륜차가 많은 것일까? 도로의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공덕동 방향에서 주행하는 차량이 아파트단지로 진입하려면 좌회전을 해야 하는데, 좌회전이 불가해 한참을 돌아 U턴을 받아야 한다. 시간에 쫓기는 음식 배달의 특성상 상황을 알면서도 신호를 위반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충정로역 5번과 6번 출구 앞 도로, 좌회전이 허용되지 않는 곳에서 위반이 자주 발생한다. ⓒ윤혜숙
충정로역 5번과 6번 출구 앞 도로, 좌회전이 허용되지 않는 곳에서 위반이 자주 발생한다. ⓒ윤혜숙

충정로역 5,6번 출구 앞 도로도 마찬가지다. 좌회전이 허용되지 않아 건너편 차선에서 오려면 한참을 돌아가야 한다. 이에 일부 이륜차들이 중앙선을 침범해 인도로 주행하거나 보행신호를 무시하고 횡단보도를 가로지르는 일이 발생하고 있어 중림동 우동소 지킴이가 오전 시간대 두 곳을 지키고 있다.  

이형춘 우동소 현장지원팀장은 "코로나19로 배달 음식 주문이 늘어나면서 도로에 이륜차도 함께 늘어났고, 그러다 보니 교통신호 위반 사례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면서 " 지난 7월부터 지킴이들이 계도하면서 교통신호 위반 차량이 확연히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중림동 우리동네관리사무소가 중림동 주택가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있다. ⓒ윤혜숙
중림동 우리동네관리사무소가 중림동 주택가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있다. ⓒ윤혜숙

중림동 우리동네관리사무소(우동소)는 지난 6월 15일 중구에서 11번째로 문을 열었다. 우리동네관리사무소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처럼 중림동 주택가의 주거환경을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노상 적치물, 불법주정차, 쓰레기 무단투기, 안전 위해요소 등은 물론 행복빨래방과 같은 중림동 주민들의 요구를 반영한 다양한 특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만리재로 사거리에서 보듯 중림동 주민들의 보행 안전을 위해 지킴이들이 이륜차 계도 현장을 지키고 있다. 

중림동 우리동네관리사무소

○ 주소 : 서울 중구 서소문로 6길 16 중림종합사회복지관 1층
○ 위치 : 지하철 2호선 충정로역 4번 출구에서 101m
○ 문의 : 02-392-8755

시민기자 윤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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