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폐자재가 도심 속 운치 있는 '전통정자'로 재탄생

시민기자 이선미

발행일 2021.12.28. 10:00

수정일 2021.12.28. 10:36

조회 3,159

종로구, 한옥 폐자재 재활용해 공공부지에 전통정자 축조
한옥 부재를 재활용해 도심의 휴식공간으로 태어난 정자 ⓒ이선미
한옥 부재를 재활용해 도심의 휴식공간으로 태어난 정자 ⓒ이선미

도심에 잇따라 지어진 전통정자

전통정자는 예부터 자연 안에 들여놓은 휴식과 문화 공간이었다. 종로구에서는 도심 한복판에 정자를 지어 시민들에게 멋과 휴식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세종문화회관 뒤에 있는 도렴공원과 평창동 주민센터 옆에 정자들이 설치됐다. 
평창동주민센터 옆에 새로 지어진 ‘평창정’ ⓒ이선미
평창동주민센터 옆에 새로 지어진 ‘평창정’ ⓒ이선미

이 정자들은 2018년부터 종로구가 추진해온 ‘공공부지 내 전통정자 축조사업’의 결과물들이다. 그 해에 와룡공원과 올림픽기념국민생활관을 시작으로, 이듬해에는 궁정동 무궁화동산에도 정자를 지었다. 
2019년 궁정동 무궁화동산에 세워진 '송강정' ⓒ이선미
2019년 궁정동 무궁화동산에 세워진 '송강정' ⓒ이선미

정자가 주로 자연과 가까운 정원이나 숲에 있다 보니 도심 속 정자가 조금 뜬금없기도 했다. 그런데 무궁화동산 무궁화나무들 사이의 송강정은 나름대로 주변과도 잘 어우러졌다. 현판도 제대로 갖춰 전통의 멋도 살렸다. 청운동에서 태어나 자란 송강 정철을 기억하며 ‘송강정’이라 이름 지어졌다. 무궁화가 한창인 여름에 왔으면 제법 근사한 풍경을 만끽할 수 있을 것 같다. 눈 내리는 날의 송강정도 기대가 된다.
송강 정철의 이름에서 딴 '송강정'은 제대로 전통의 멋을 살렸다. ⓒ이선미
송강 정철의 이름에서 딴 '송강정'은 제대로 전통의 멋을 살렸다. ⓒ이선미

교보문고 뒤쪽 청진공원에도 멋진 정자가 들어앉았다. 지난해 생긴 청진정은 기존의 정자와도 살짝 다른 형태다. 네모반듯한 한 칸 정자 옆으로 벤치를 두어 비와 햇빛은 피하면서도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청진공원에 우아하게 자리한 '청진정' ⓒ이선미
청진공원에 우아하게 자리한 '청진정' ⓒ이선미

청진정 안에는 “…한옥 고자재를 재사용하여 현대화된 빌딩 숲 사이에 과거의 가치를 되살리고 서로 공존할 수 있도록 건립한 전통정자가… 미래를 만드는 현대인들이 바쁜 일상 속에서 과거 선조들의 지혜와 숨결을 느끼며 잠시나마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쉼터가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는 기문이 붙어 있다.
'청진정'은 정자와 벤치를 나란히 둔 독특한 형태로 지어졌다. ⓒ이선미
'청진정'은 정자와 벤치를 나란히 둔 독특한 형태로 지어졌다. ⓒ이선미

세종문화회관 뒤쪽 도렴공원에도 멋스러운 정자 ‘적선정’이 새로 마련됐다.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길가에 있어서 잠시 쉬어가거나 비를 피할 수도 있는 좋은 공간이다. 막 세워져 반짝반짝 빛나는 정자가 오래된 골목과도 제법 잘 어울렸다.
세종문화회관 뒤쪽에 자리한 ‘적선정’이 도심 한복판에 여유를 자아낸다. ⓒ이선미
세종문화회관 뒤쪽에 자리한 ‘적선정’이 도심 한복판에 여유를 자아낸다. ⓒ이선미

이번에 새로 지어진 ‘적선정’과 ‘평창정’은 지붕 장식을 고궁에서 따왔다고 한다. 경복궁 향원정과 창덕궁 부용정의 절병통과 유사한 형태로 꾸며 한층 우아한 풍취를 담았다. 호로병 같은 장식 기와인 절병통은 누수 방지를 위한 것으로 건물을 더 상서롭게 장엄하게 꾸며준다. 
고궁 정자에서 따온 절병통을 얹어 더 멋스러운 '적선정' ⓒ이선미
고궁 정자에서 따온 절병통을 얹어 더 멋스러운 '적선정' ⓒ이선미

한옥 폐자재에 새 숨 불어넣는 ‘한옥철거자재 재활용은행’

도심 속 정자들은 한옥을 철거한 후 나오는 폐자재들을 활용해 더욱 특별하다. 종로구는 안국동이나 가회동 등 예부터 좋은 자재로 지은 한옥이 많은 지역이다. 개발이나 건물 신축 등으로 철거돼 폐기되는 한옥 부재를 전통 문화자원으로 재활용하기 위해 종로구는 2015년부터 ‘한옥철거자재 재활용은행’을 운영해오고 있다. 한옥자재은행은 종로구 신영동 세검정초등학교 맞은편에 위치했다. 
세검정초등학교 맞은편에 위치한 ‘한옥 철거자재 재활용은행’ 외관 ⓒ이선미
세검정초등학교 맞은편에 위치한 ‘한옥 철거자재 재활용은행’ 외관 ⓒ이선미

사업 초기에는 종로구에 한정됐던 ‘한옥 건축물 해체 부재 재활용 사업’은 올해부터 서울 전역에서 가능해졌다. 타 지역 한옥 해체 현장에도 전문 인력을 투입해 재활용이 가능한 부재를 선별해 쓰임새별로 구분해 은행에 보관한다. 먼지나 도장, 못 등은 제거하고 썩은 부분은 도려내 가공을 거쳐 재활용을 기다리게 된다. 재활용은행에는 목재뿐 아니라 기와와 석재도 있다.
목재는 물론 기와와 석재 등 다양한 한옥 부재들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이선미
목재는 물론 기와와 석재 등 다양한 한옥 부재들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이선미

한옥을 해체해 재활용하고자 한다면 종로구청 건축과(02-2148-2793)에 문의해 신청할 수 있다. 접수 후 현장 확인과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 신축이나 수선을 위해 부재가 필요한 할 때는 재활용은행에서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자재를 구입할 수 있다. 종로구의 전통정자도 폐자재를 활용해 공사비 40% 정도를 절감할 수 있었다. 
해체 현장에서 확보한 양질의 보, 도리, 서까래 등이 종류, 부재, 크기별로 분류돼 있다. ⓒ이선미
해체 현장에서 확보한 양질의 보, 도리, 서까래 등이 종류, 부재, 크기별로 분류돼 있다. ⓒ이선미

오랜 시간 서울을 지켜왔던 한옥이 서울 도심 한복판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버려지는 한옥 부재를 재활용해 우리 전통의 멋과 현대의 감각을 조화롭게 살려낸 종로의 정자들이 그래서 더 반갑다.

시민기자 이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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