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콘서트'의 특별함! 무대와 객석 간의 경계를 허물다

시민기자 윤혜숙

발행일 2021.11.26. 14:25

수정일 2021.11.29. 09:11

조회 1,885

올해의 서울시 문화상 수상자, 더하우스콘서트 박창수 대표 인터뷰
매주 월요일 저녁 8시 예술가의 집에서 '하우스콘서트' 공연이 열린다. ⓒ윤혜숙
매주 월요일 저녁 8시 예술가의 집에서 '하우스콘서트' 공연이 열린다. ⓒ윤혜숙

매주 월요일 저녁 8시, 대학로에 있는 예술가의 집 3층에서 음악이 흘러나온다. 하우스콘서트 공연이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예술가의 집을 방문했다. 공연이 열리는 공간에선 피아노 소리가 들려온다. 이날 출연하는 신재민 피아니스트가 한창 연습을 하고 있다. 그런데 피아노가 놓인 곳은 그냥 마룻바닥이다. 대부분의 공연장은 바닥보다 높은 곳에 무대가 있기 마련인데, 왜 그런지 궁금했다. 
공연에 앞서 신재민 피아니스트가 연습을 하고 있다. ⓒ윤혜숙
공연에 앞서 신재민 피아니스트가 연습을 하고 있다. ⓒ윤혜숙

공연 시각이 가까워지자 관객들이 하나둘 공연장에 입장한다. 공연장에는 피아노가 놓인 곳을 향해 좌식의자들이 곳곳에 놓여 있다. 혼자 클래식 공연을 관람하러 온 유현성(32세) 씨는 “무대 가까이에서 연주자의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데 입장료가 저렴한 편이다. 그런데 공연 수준은 최상급이다”면서 “혼자 클래식 음악을 즐기기 위해서 이곳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지난 11월 8일 872회를 맞이한 더하우스콘서트 공연장을 찾았다. ⓒ윤혜숙
지난 11월 8일 872회를 맞이한 더하우스콘서트 공연장을 찾았다. ⓒ윤혜숙

드디어 신재민 피아니스트가 등장해 곡을 연주한다. 피아노 독주회다. 관객들은 숨 죽여서 연주를 지켜본다. 각자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탓에 두 다리를 뻗은 자세를 취하는 관객들도 여럿 눈에 띈다. 피아니스트가 강렬하게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는 소리가 지척에서 들린다. 심지어 피아니스트의 신들린 듯한 표정까지 고스란히 보인다. 잠시 마룻바닥에 손바닥을 대니 피아노 소리의 울림이 바닥을 통해 전해진다. 이런 게 바로 하우스콘서트의 매력일 것이다!  이렇게 멋진 하우스콘서트는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더하우스콘서트 공연이 시작되기 전 무대와 객석의 모습 ⓒ윤혜숙
더하우스콘서트 공연이 시작되기 전 무대와 객석의 모습 ⓒ윤혜숙

하우스콘서트의 시작은 박창수 더하우스콘서트 대표의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박대표는 학창 시절 친구들과 집에서 공연을 연습하면서 집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연주하는 곡이 공연장에서 연주하는 곡과 다르다고 느꼈다. 공연장의 무대는 관객과의 거리가 멀어서 소리를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런데 집은 관객과 아주 가까이 있다. 박 대표는 악기의 소리를 보다 가까이서 듣고, 마룻바닥을 타고 울리는 음의 진동까지 느끼는 것이야말로 음악 감상의 진정한 매력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2002년 월드컵이 열리던 그 해, 마침내 학창 시절에 막연하게 꿈꿨던 하우스콘서트를 실현했다. 자신의 집을 개조해서 만든 공간에서 국내 첫 하우스콘서트가 열렸고, 관객들은 의자가 아닌 마룻바닥에 앉아 공연을 관람했다. 처음에 집에서 공연한다고 하니 연주자들은 주저하고 관객들도 의아해했다. 특히 연주자 섭외가 어려웠다. 하지만 시일이 흐르면서 하우스콘서트의 매력이 알려지면서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연주자를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연주자의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500여 곳에 이르는 하우스콘서트장이 있다. 
관객이 좌식의자에 앉아서 프로그램 북을 살펴보고 있다. ⓒ윤혜숙
관객이 좌식의자에 앉아서 프로그램 북을 살펴보고 있다. ⓒ윤혜숙

클래식 음악은 애초부터 귀족이나 음악평론가를 대상으로 살롱과 같은 작은 공간에서 연주되었다. 그러다 소수의 관객에게 인정받으면 더 큰 공연장에서, 많은 관객을 불러 모아서 연주했다. 박대표는 “예술은 유흥과 다르다. 그렇기에 소수의 마니아층이 존재한다”면서 “하우스콘서트는 소규모의 인원이 무대와 객석 간의 경계를 허물고 가까운 곳에서 음악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소리를 귀로만 듣지 않고 피부로도 느낄 수 있다. 소리의 울림이 바닥을 통해 나에게 전달된다. 심지어 미세한 소리까지도”라며 하우스콘서트만의 장점을 강조했다.
연주자와 관객들 간의 거리가 아주 가깝다. ⓒ윤혜숙
연주자와 관객들 간의 거리가 아주 가깝다. ⓒ윤혜숙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없는 공간에서 연주자와 관객이 하나가 되는 하우스콘서트는 연주자에게는 관객의 호응과 시선을, 관객에게는 연주자의 작은 숨소리와 땀방울까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공연이다. 클래식을 중심으로 국악, 재즈, 대중음악, 실험예술, 독립영화 등 다양한 예술 분야를 아우르며 현재까지 약 3,000여 명의 예술가와 함께했고, 600여 회의 공연을 통해 총 126종의 공연 실황 음반을 발매했다. 
박창수 대표가 서울시 문화상 수상소감을 밝히고 있다. ⓒ윤혜숙
박창수 대표가 서울시 문화상 수상소감을 밝히고 있다. ⓒ윤혜숙

박대표는 올해 서울특별시 문화상을 수상했다. 서울특별시 문화상은 지난 1948년 제정된 이래, 한국전쟁 시기를 제외하고 매년 시상해 올해 70회까지 718명의 공로자에게 수여해 온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상이다. 수상소감을 묻자 “유난히 상복이 없는데 이런 큰 상을 받았다”라면서 미소를 지었다. 

제70회 서울특별시 문화상 수상자는 지난 6월 8일부터 7월 26까지 공모를 진행해 문화예술 관련 전문가 및 기관·단체·협회·대학 등의 추천을 통해 총 119명의 후보자를 접수 받았다. 이 중 10개 분야(학술, 문학, 미술, 국악, 서양음악, 무용, 연극, 대중예술, 문화산업, 문화재)에서 10명의 수상자가 선정됐다. 박대표는 서양음악 부문에서 새로운 공연 형식의 하우스콘서트 열풍을 일으켜 신진 연주자 발굴 및 연주 기회 확대, 지역 문화 활성화, 공연문화계의 인식 개선 등 20년 간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공연이 끝난 뒤 연주자가 관객들의 박수에 인사하고 있다. ⓒ윤혜숙
공연이 끝난 뒤 연주자가 관객들의 박수에 인사하고 있다. ⓒ윤혜숙

박대표는 “70주년을 맞이하는 뜻 깊은 해에 수상하게 돼 영광이다”면서 “지금 우리 사회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가벼운 것 같다. 문화도 유행이나 시류를 좇아가고 있어서 우려스럽다. 이런 때일수록 기초문화의 역할이 중요한데 예술은 오랜 세월에 걸쳐 예술가들의 사유가 응축되고 후세에 전해지는 중요한 인류유산이다. 클래식 음악과 같은 기초문화를 통해 우리 사회가 좀 더 깊은 사고를 하고 의식 수준이 높아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는 ‘流(류), 현재를 새겨 미래로 흐르다’를 주제로 서울특별시 문화상 수상자 토크쇼 및 강의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 11월 20일 오후 3시 노들섬 노들서가에서 진행된 첫번째 토크쇼에서는 박대표 등이 출연해 무대와 객석의 장벽을 허물었던 다양한 시도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제70회 서울시 문화상 수상자 행사를 알리는 포스터 ⓒ서울시
제70회 서울시 문화상 수상자 행사를 알리는 포스터 ⓒ서울시

이어서 오는 12월 17일 저녁 7시에 세종문화회관 예술아카데미 공간에서 강연이 펼쳐진다. 고선웅 극공작소 마방진 예술감독의 ‘발등의 불, 마음의 물’, 박경장 성 프란시스 대학 인문학과정 교수 ‘빵보다 장미’ 강의가 예정돼 있다. 토크쇼 및 강연 사전신청은 신청링크에서 무료로 가능하다. 사전예약을 하지 못했다면 정원(40명) 내에서 현장 관람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공연예술 활동이 침체된 와중에 서울시가 주최하는 문화예술 행사가 열려서 무척 반갑다. 박대표와 같이 문화예술 분야에 공헌한 이를 발굴하는 문화상이 있어서 우리의 문화예술의 저력을 실감할 수 있는 것 같다.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한류의 바탕에도 우리의 탄탄한 문화예술이 자리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더하우스콘서트

○ 주소 : 대학로 예술가의 집(서울시 종로구 동숭길 3)
○ 홈페이지 : http://thehouseconcert.com/m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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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의 : 02-576-7061

시민기자 윤혜숙

시와 에세이를 쓰는 작가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다양한 현장의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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