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밸리산업박물관, 구로공단~G밸리까지 60년 역사 한눈에!

시민기자 조수연

발행일 2021.11.18. 14:01

수정일 2021.11.18. 17:54

조회 2,123

양귀자의 연작소설 <원미동 사람들> 중에는  ‘비가 오면 가리봉동에 가야한다’라는 단편 소설이 등장한다. 필자는 중학교 3학년 국어시간에 이 소설을 읽으면서 선생님께 가리봉동이 어딘지 질문한 적이 있다. 선생님께서 여기서 세대차이가 난다며 가리봉동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현재 7호선과 1호선 환승역인 ‘가산디지털단지역’이 과거에는 가리봉역이었고, 지하철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이 과거에 ‘구로공단역’이었다는 사실과 함께 인근 구로공단 산업단지에 대해서도 알려줬던 기억이 난다.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과 1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에는 과거 구로공단역과가리봉역이 있었다. ⓒ조수연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과 1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에는 과거 구로공단역과가리봉역이 있었다. ⓒ조수연

역명이 바뀐 지는 15년이 더 지난 이야기지만, 아직도 일부 어르신은 가산디지털단지역을 가리봉역으로, 구로디지털단지역을 구로공단역이라고 부른다. 그도 그럴 것이, 과거 이곳은 우리나라와 서울시를 대표하는 산업단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도 산업단지는 맞다. ‘G밸리’라는 이름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많은 MZ세대는 과거 이곳이 공장 연기가 물씬 났던 공업단지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높은 빌딩 자리에는 과거 공장이 있었고, 아울렛이라고 불리는 종합쇼핑몰이 섬유단지였다는 사실은 교과서를 뒤적거려야 등장한다. 하지만 이제 옛 구로공단과 우리나라 산업 역사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G타워 3층에 문을 연 ‘G밸리산업박물관’ 덕분이다. 지난 11일 개관한 G밸리산업박물관을 사전예약 후 다녀왔다.
MZ세대들에게는 생소하지만 구로공단은 70~80년대 우리나라 수출의 중심지였다. ⓒ조수연
MZ세대들에게는 생소하지만 구로공단은 70~80년대 우리나라 수출의 중심지였다. ⓒ조수연

구로공단의 시작은 1968년 제1회 한국무역박람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무런 터전도 없이 구로동에 만들어진 산업단지였다. 변변한 공장 하나 없던 지역에 굴뚝이 올라가고 물건을 실어 나르는 트럭들이 줄을 섰다. 우리나라 최초의 수출공업단지가 만들어진 후 수출 무역의 성과를 알리는 동시에 구로에 더 많은 공장을 세우고 사람을 불러 모으고자 최초의 무역 박람회인 제1회 한국무역박람회가 개최됐다.
우리나라 최초 국제박람회인 제1회 한국무역박람회가 1968년 구로동에서 개최됐다. ⓒ조수연
우리나라 최초 국제박람회인 제1회 한국무역박람회가 1968년 구로동에서 개최됐다. ⓒ조수연

이는 구로공단이라고 불리던 구로와 가산의 한국수출산업공간 1~3단지, 오늘날 서울디지털산업단지로 이름을 바꾼 G밸리 역사의 시작이었다. 오직 수출을 위한 공간이었던 구로공단은 1963년 수출산업촉진위원회가 발족했고 1967년 4월 한국수출산업공업단지 제1단지가 구로동에 준공되며 수출의 포문을 열었다.

수출을 목표로 설립된 만큼, 생산을 담당하는 공장, 생산을 보조하는 특별 서비스 시설, 생산과 수출 전반을 지원하는 공공시설이 모두 한 자리에 위치하고 있었다. 특히 이곳에는 대표적인 수출 품목 중 하나였던 ‘경공업’ 기업들이 즐비했다. 
깔끔한 전시로 반세기를 이어온 구로공단의 역사를 이해하기 쉽다. ⓒ조수연
깔끔한 전시로 반세기를 이어온 구로공단의 역사를 이해하기 쉽다. ⓒ조수연

1960~1970년대 구로공단은 가발과 봉제 산업으로 활기를 띄었다. 특히 가발 산업은 대표적인 경공업 분야로, 공업화 초기 수출의 대다수를 차지하기도 했다. 가발 산업은 기계로는 만들 수 없는 부분이 많아 노동집약적 산업이었기 때문이다. 1971년에는 가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구로공단 내 23.7%까지 올라가기도 했다고.

그 외에도 구로공단에 입주한 기업은 낚싯바늘, 브로치, 단추, 담뱃갑, 구두창과 같은 금속 제품이나 합성수지 제품, 섬유제품, 유리 제품, 농축산 가공품 등 경공업이 대다수였으며, 특히 섬유 제품과 고무 제품 등이 주를 이뤘다. 
전시를 통해 봉제, 가발산업 등 경공업 위주였던 초기 구로공단을 엿볼 수 있다. ⓒ조수연
전시를 통해 봉제, 가발산업 등 경공업 위주였던 초기 구로공단을 엿볼 수 있다. ⓒ조수연

1980년대 들어서 구로공단의 제품은 변화의 계기를 마련한다. 1980년대 3저 호황(저유가, 저금리, 저달러)와 내수시장 확대까지 뒷받침 돼 고도성장기를 맞이한 것이다. 과학 기술력의 향상으로 전자 부품, 정밀 기기 등의 생산성이 크게 성장해 전자제품이 구로공단의 떠오르는 간판산업이 됐다.
 구로공단의 대표 상품이었던 다이얼 전화기를 체험해 볼 수 있다. ⓒ조수연
구로공단의 대표 상품이었던 다이얼 전화기를 체험해 볼 수 있다. ⓒ조수연

특히 다이얼 전화기는 구로공단 내 대표 생산품이었다. 전화기와 함께 라디오, 카세프 테이프는 구로공단을 상징했으며, 이맘때 ‘J에게’를 발표한 이선희의 노래는 구로공단의 수많은 노동자를 지칭하기도 했다.
라디오와 카세트 테이프도 구로공단을 상징하던 아이템이었다. ⓒ조수연
라디오와 카세트 테이프도 구로공단을 상징하던 아이템이었다. ⓒ조수연

1990년대, 구로공단은 급격한 하락을 맞았다. 쉼 없이 돌아가던 제조업 공장은 값싼 노동력을 자랑하던 중국이나 동남아시아로 철수했고, 구인 게시판은 텅텅 비어갔다. 도심 공동화 현상으로 범죄율까지 치솟은 상황에서 구로공단은 운명을 바꾼 선택을 하게 된다.

경공업, 제조업 기반에서 IT산업 기반으로의 산업구조 첨단화 정책을 실시한 것이다. 과거 공업단지에서 정보 네트워크가 순환하는 혁신 클러스터의 고도화도 진행됐다. 기술, 벤처, 패션 디자인, 지식 산업 등 첨단 4개 업종으로 재배치했고, 2000년 12월, 공단 지역 정식 명칭을 구로공단이 아닌 ‘서울디지털산업단지’로 변경하는 선포식이 열렸다. 
과거 구로공단을 이끌었던 생산품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조수연
과거 구로공단을 이끌었던 생산품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조수연

현재 구로와 가산의 영문 첫 글자인 G를 따서 만든 'G밸리'는 서울시에서 세 번째로 큰 일자리 집적지이자 서울 시내 6대 일자리 집적지 중 유일한 공업지역으로 그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1만4,000개가 넘는 기업이 있고, 노동자의 규모는 약 16만 명에 달한다. 특히 벤처 창업 활발해 3년 미만의 신생기업이 서울시 전체 50%에 이르고 있다.

물론 첨단산업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전자 부품, 컴퓨터, 영상, 음향 및 통신 장비 제조업과 의료, 정밀, 광학 기기 및 시계 제조업 등이 전체 산업의 36%를 차지하며 과거 공장에서 아파트형 공장으로 형태를 바꿔 여전히 G밸리를 지탱하고 있다. ‘콜센터’와 같은 정보통신업도 대부분 G밸리 내 입주하고 있다. 이처럼 G밸리는 과거 제조업을 기반으로 3·4차 산업이 조화를 이루는, 전 세계에서도 유례 없는 새로운 시도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사람’과 ‘기술’, 구로공단이라는 ‘지역’을 소개하며 함께했던 노동자들의 꿈도 조망한다. ⓒ조수연
‘사람’과 ‘기술’, 구로공단이라는 ‘지역’을 소개하며 함께했던 노동자들의 꿈도 조망한다. ⓒ조수연

G밸리산업박물관은 이 같은 노동력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경제를 책임졌던 옛 구로공단부터, 현재의 IT산업과 정보통신업 등 첨단산업과 제조업의 조화를 이루는 G밸리까지 다양한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다. 또한 특별 전시를 통해 기계가 아닌 사람이고 싶었던 노동자들의 꿈도 조망하고 있다. 서울시공공서비스예약 시스템에서 사전예약 후 무료로 전시 관람을 할 수 있으니 한번 꼭 가보자. 

G밸리산업박물관

○ 위치: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26길 38(G타워 3층)
○ 운영시간: 10:00~18:00 (매주 월요일 휴관)
 - 입장시간: 7회(10:00, 11:00, 13:00, 14:00, 15:00, 16:00, 17:00), 자유관람
○ 예약방법: 사전예약(서울시공공서비스 예약 바로가기), 현장 예약
○ 입장료: 무료
○ 문의: 02-6734-6900~1

시민기자 조수연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고,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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