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놀래' 콘서트! 음악을 사랑한 아마추어들의 빛나는 무대

시민기자 윤혜숙

발행일 2021.10.29. 14:11

수정일 2021.10.29.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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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생활문화센터 낙원, 비전공자 4인과 함께 7주간 레슨과 연주회 개최

지난 24일, 오후 4시가 가까워지자 서울생활문화센터 낙원 N스페이스가 공연 준비로 분주하다. 고웅 팀장이 나서서 마이크를 비롯한 음향 상태를 점검한다. 곧 시작될 공연이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으로 송출될 예정이어서 한 치의 실수도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무대에 오르기 전 출연자가 대기실에서 분장을 하고 있다.
무대에 오르기 전 출연자가 대기실에서 분장을 하고 있다. ⓒ윤혜숙

대기실에선 총연습을 마친 출연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휴식을 취할 법도 하건만 다시 옷매무시를 가다듬거나 분장을 하고 있다. 한쪽에선 남녀 출연자가 이중창 곡의 화음을 맞춰가면서 연습이 한창이다. 무대 의상을 갖춰 입은 출연자들의 모습을 보니 전문 성악가 분위기가 난다. 그런데 4명의 출연자는 오늘 무대에서 처음 공연하는 초보자들이다. 그들은 어떻게 무대에 서게 된 것일까. 
무대의상을 갖춰 입은 출연자들이 대기실에서 화음을 맞춰보고 있다.
무대의상을 갖춰 입은 출연자들이 대기실에서 화음을 맞춰보고 있다. ⓒ윤혜숙

이날의 공연제목은 ‘나랑 놀래?’다. 영어로 ‘놀다’는 뜻을 담아 ‘Hang Out Concert’다. 서울생활문화센터 낙원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지역문화진흥원이 주최하는 ‘2021 지역 문화인력 배치 및 활용’ 사업에 선정됐다. 이와 관련해 성악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성악을 사랑하고 열정을 가진 아마추어를 선발해 전문 레슨을 하고 공연을 개최하는 ‘나랑 놀래’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선발된 4명의 참가자는 지난 2개월간 센터에서 주말의 휴식을 반납한 채 연습에 매달렸다. 그들은 개인사업자부터 직장인까지 각자 본업이 따로 있다. 국립합창단 소속 전문 성악가 노동수씨가 가장 기본이 되는 발성법부터 성악을 가르쳤다. 
'나랑 놀래?' 공연은 실시간 유튜브로도 송출했다.
'나랑 놀래?' 공연은 실시간 유튜브로도 송출했다. ⓒ서울생활문화센터낙원

오후 4시, 출연자들이 다목적홀 N스페이스로 모였다. 출연자들은 프로그램 순서에 맞춰서 무대에서 각자 선곡한 노래를 불렀다. 출연자들의 뜻에 따라 한국 가곡으로 정했다고 한다. 공연이 개최되는 N스페이스는 통유리로 돼 있어서 안과 밖을 서로 들여다 볼 수 있다. 주말의 오후인 이날은 화창한 가을 날씨였다. 이곳을 지나는 행인들도 통유리 너머 상황이 궁금한지 잠시 발길을 멈춘다. 공연을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으로 방송이 됐다. 
'나랑 놀래?' 공연이 시작되기 전 무대 앞에 방송 장비가 갖춰져 있다.
'나랑 놀래?' 공연이 시작되기 전 무대 앞에 방송 장비가 갖춰져 있다. ⓒ윤혜숙

먼저 독창곡을 선보였다. 리아가 ‘연’, 태니가 ‘첫사랑’, 애쉬가 ‘시소타기’, 슈가타이거가 ‘마중’을 불렀다. 이중창 곡으로 태니와 애쉬가 ‘Time to say goodbye’, 슈가타이거와 리아가 ‘A Whole new world’를 공연했다. 마지막 곡은 합창곡으로 출연자와 외부성악가 2명이 나와서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부르면서 막을 내렸다. 공연이 끝나기 전까지 긴장의 표정이 역력했던 출연자들은 마지막 곡을 부른 뒤 비로소 편안한 표정을 짓는다. 이들의 첫 공연이 성공적으로 끝이 났다. 
'나랑 놀래?' 공연 중 무대 반대편에서 센터 직원들이 분주하게 서포트를 하고 있다.
'나랑 놀래?' 공연 중 무대 반대편에서 센터 직원들이 분주하게 서포트를 하고 있다. ⓒ윤혜숙

이때 출연자들 못지않게 긴장하면서 공연을 본 한 사람이 있다. 출연자들의 성악 교습을 책임지고 도맡았던 노동수 씨다. 그는 뒤쪽에 서서 손으로 지휘하면서 때론 출연자들에게 손끝으로 지시를 내렸다. 무대에서 노래하는 출연자는 지휘자의 손끝을 주시하면서 노래했다. 노동수 씨는 출연자의 노래가 끝나자 잘했다며 손가락으로 원을 만들어 보여줬다. 
출연자들은 2달 간 매주 토요일에 전문 성악가로부터 교습을 받으면서 연습했다.
출연자들은 2달 간 매주 토요일에 전문 성악가로부터 교습을 받으면서 연습했다. ⓒ서울생활문화센터낙원

노씨는 “참가자를 선정할 때 음악에 대한 흥미가 정말 많은지, 무대에서 정말 빛나고 싶어하는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했다. 참가자를 선정하는 과정부터 참가자들에게 발성의 기초가 되는 소리 내는 법, 숨을 쉬는 법 등을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쳤다”라고 말했다. 

그는 출연자들이 각자 혼자 연습한 뒤 녹음해서 파일을 보내주면 그것을 듣고 피드백을 해주는 등 공연을 무대에 올리기까지 최선을 다했다. 교습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을 물었더니 그는 “코로나19 상황이어서 교습할 때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진행해 참가자들이 노래할 때 입 모양을 볼 수 없는 게 아쉬웠다”라며 “그럼에도 참가자들이 재치 있게 잘 따라와 줘서 고마웠다”고 전했다. “음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중에서 의외로 음치가 아닌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전문가의 객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10대 때부터 음치가 고민이었던 필자에게 희망이 되는 말이다.
남녀 출연자가 이중창 곡을 부르며 멋진 무대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남녀 출연자가 이중창 곡을 부르며 멋진 무대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윤혜숙

출연자 중 슈가타이거란 예명으로 참가한 김용범 씨는 아마추어 성악가 동호회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그런데 작년부터 코로나19 상황이라 동호회 회원들이 모여서 노래를 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지인을 통해 서울생활문화센터 낙원에서 ‘나랑 놀래’ 공연 참가자 모집 소식을 알게 되었다. 그는 성악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아마추어 성악가로 꾸준히 교회 성가대에서도 노래를 하고 있다. 

김용범 씨는 ‘마중’을 부르며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국민에게 응원의 뜻을 전했다. 그는 “오늘 공연이 무사히 끝나서 속이 후련하지만 공연을 끝으로 8주간의 과정이 종료되어서 정말 아쉽다”고 소감을 전했다. 
전문 성악가의 지휘에 맞춰서 무대에 있는 출연자들이 합창을 하고 있다.
전문 성악가의 지휘에 맞춰서 무대에 있는 출연자들이 합창을 하고 있다. ⓒ윤혜숙

서울생활문화센터 낙원은 생활음악을 중심으로 음악과 문학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이다. 악기 기증·나눔, 스타콘텐츠 시민공유갤러리, 폐악기로 뚝딱뚝딱 공방체험 등 시민들과 함께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생활문화 동아리들의 창작과 연습, 공연을 위한 대관도 하고 있다. 이번 ‘나랑 놀래?’ 공연도 시민들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의 일환이었다.

음악은 우리의 삶에 활력소가 되기도 하고 위로가 되기도 한다. 서울시 곳곳에 서울생활문화센터가 생기면서 바삐 살아가는 시민들에게 음악을 제대로 배워서 즐길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 덕분에 필자도 출연자만큼이나 공연을 관람하며 주말에 즐거운 한때를 보낼 수 있었다. '나랑 놀래' 공연은 유튜브에서 다시보기로 관람할 수 있다.

서울생활문화센터 낙원

○ 주소: 서울 종로구 삼일대로 428 생활문화큐브
○ 가는법: 종로3가역 5번 출구에서 106m
○ 홈페이지: 서울생활문화센터 낙원
○ 공식유튜브 :서울생활문화센터 낙원
○ 문의 : 02-6959-8323
서울생활문화센터 낙원 '나랑 놀래' 공연

시민기자 윤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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