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옷 입은 종로구 간판…볼수록 느껴지는 한글의 힘!

시민기자 박은영

발행일 2021.10.12. 14:52

수정일 2021.10.12. 14:52

조회 7,122

2021년 10월 9일은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해 반포한지 575번째 되는 날이다. 한글은 한자 때문에 문맹률이 높은 조선의 백성 누구나 쉽게 글을 익혀 뜻을 펼치기를 바라는 세종대왕의 따뜻한 마음에서 태어났다. 그 자체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문자다. 

지금 한류는 최고의 문화 부흥기를 누리고 있다. 드라마를 시작으로 세계적인 아티스트가 된 BTS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최근 전 세계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넷플렉스의 ‘오징어 게임’까지, 한국에 관한 많은 것들이 세계로 통하고 있다. 이에 한글을 배우고 싶어 하는 외국인들도 덩달아 늘고 있다. 해외 대학에 한국어과 개설이 늘고 한류와 더불어 한글도 그 위상을 높이고 있다. 
늘 보는 편의점이지만 한글간판에 더 눈이 간다.
늘 보는 편의점이지만 한글간판에 더 눈이 간다. ⓒ박은영

종로 거리에서 만난 한글의 힘, 한글 간판

자랑스러운 한글을 쓰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한글이 더 정겹게 느껴질 때가 있다. 바로 한글 중심의 간판을 접했을 때다. 언젠가 종로의 거리를 지나는 길에 유난히 많은 한글간판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한국에서 보는 한글간판, 뭐 그리 대단한 일이냐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영어로 표기된 간판들이 넘쳐나는 요즘이기에 한글 표기가 유난히 친근하게 느껴졌다.
한글 중심의 디자인이 돋보이는 종로구의 간판들
한글 중심의 디자인이 돋보이는 종로구의 간판들 ⓒ박은영

안국동과 인사동, 북촌 등을 끼고 있는 종로의 거리는 역시나 달랐다. 거리를 걷다 보면 한글간판들이 그 존재를 드러낸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외국계 대표 프랜차이즈들도 우리말 간판을 내걸었다. 비록 순수 한글이 아닌 외국 상호명을 그대로 받아 적긴 했지만 스타벅스, 지에스, 올리브영, 배스킨라빈스 등등…. 눈에 익은 영어간판이 아닌 한글간판이 붙어있는 거리는 낯설지만 자랑스럽고 특별한 기분을 선사했다.
스타벅스의 인사동 매장은 해외점 중 유일하게 한글간판을 달아 화제가 됐다.
스타벅스의 인사동 매장은 해외점 중 유일하게 한글간판을 달아 화제가 됐다. ⓒ박은영

‘한글간판’ 제작은 종로구가 추진하는 사업 중 하나로 2008년부터 시작됐다. 한국 문화 콘텐츠 중심지의 위상에 걸맞은 한글 디자인을 도입해 지역 주민의 자긍심을 높이고, 친환경 LED 간판으로 교체를 추진하는, 일명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 사업’이다. 여기에는 '한글사랑 조례'도 한몫했는데, 지방자치단체들은 옥외 광고물법에 따라 한글 병기 규정을 명시한 조례를 채택하고 있다. '외국문자 표기가 전체 표기 내용의 80% 이상을 초과하는 광고물'을 심의대상으로 규정한 조례다. 이는 전체 표기 면적의 20% 이상을 한글로 사용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안국동과 인사동, 북촌을 끼고 한글간판이 쭉 이어진다.
안국동과 인사동, 북촌을 끼고 한글간판이 쭉 이어진다. ⓒ박은영

한글 중심 간판이 만들어낸 '도시의 품격'

종로구에서는 간판개선 사업을 통해 총 1,337개의 간판이 바뀌었다. 서울시에서 보조한 시비를 포함해 약 28억여 원이 투입됐다. 업소당 최대 300만 원의 지원금으로 업주들이 동참한 결과였다. 성과는 분명했다. 서울시가 매년 진행하는 ‘좋은 간판 공모전’에서 종로구청은 4년 연속으로 자치구 중 가장 많은 상을 수상했다. 지난 8월 23일 발표한 ‘2021 서울시 좋은간판 공모전’ 역시 최우수상과 특별상 3점 등 총 4점을 수상하며 25개 자치구 중 최다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한글로 표기된 영어간판 '올리브영'
한글로 표기된 영어간판 '올리브영' ⓒ박은영

올해 종로구 수상작은 최우수상 ‘소온table’(음식점), 특별상 ‘우물길정원’(공방), 특별상 ‘카페2020’(커피전문점), 특별상 ‘꽃보담’(꽃집) 등이다. 모두가 소박하고 안정된 행복을 품고 있는 느낌이다. 수상작으로 선정된 점포는 각각의 개성을 살린 아름다운 한글 간판이라는 공통점을 지닌 데다, 지역의 특성과 건축물의 형태, 색상과도 조화를 이루고 있어 심사 위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
고유 영문로고를 한글로 바꿔 단 배스킨라빈스
고유 영문로고를 한글로 바꿔 단 배스킨라빈스 ⓒ박은영

지난해 좋은 간판 수상작으로 탄생한 '연어롭다'('연어'라는 명사에 ‘그럴 만함’을 뜻하는 형용사형 접미사를 붙인 말)와, 사람들의 사랑으로 탄생한 '윤며들다'(윤여정 배우에게 스며든다)의 우리말에선 은은함과 포근함이 느껴진다. 서울 거리에는 소위 '좀 있어 보이는 분위기'를 내려고 외국어로만 이루어진 간판들도 많다. 가끔은 이곳이 한국인지, 외국인지 헷갈리는 간판들로 이질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한글간판이 근사하면 그 가게는 더 눈길이 가고 빛이 난다.
한글간판이 근사하면 그 가게는 더 눈길이 가고 빛이 난다. ⓒ박은영

최근에는 개성 있고 감각적인 한글 디자인 간판이 늘어나는 추세다. 무분별하게 외국어를 사용하기보다 쉬운 우리말로 바꿔 써 보자는 움직임이 때문이다.

일단 영어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한글간판은 기본적으로 친숙하다. 눈에 잘 띄고, 정서적인 공감도 쉽다. 이에 영어를 한글로 하나씩 채워나가는 종로구의 시도가 무척이나 반갑다. 간판은 상점의 얼굴이고, 거리는 도시의 품격이다. 정감 있고 세련된 한글간판을 더 많은 거리에서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시민기자 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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