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등이 켜진 듯 환하다! 서울 꽃무릇 추천 명소 3곳

시민기자 이선미

발행일 2021.09.23. 13:55

수정일 2021.09.23. 17:20

조회 4,014

지금 남쪽 지방에는 꽃무릇 잔치가 이어지고 있다. 전남 함평 용천사와 영광 불갑사, 전북 고창 선운사 등은 오래전부터 꽃무릇 군락지가 형성돼 멋진 풍광을 보여준다. 그렇게 큰 규모는 아니지만 서울에도 꽃무릇 명소가 있다.

1. 길상사 곳곳에 꽃무릇 가득~

성북동 길상사는 법정스님 덕분에 유명세를 치르는 곳이다. 철마다 피는 아름다운 꽃들이 시민들에게 휴식을 선사한다. 특히 가을에 접어들면 꽃무릇을 감상하려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일주문 안쪽 꽃무릇은 시들어가지만 법당 곳곳에 꽃무릇이 피어 있다. ⓒ이선미
일주문 안쪽 꽃무릇은 시들어가지만 법당 곳곳에 꽃무릇이 피어 있다. ⓒ이선미

일주문을 들어서 극락전으로 올라가려고 하니 계단 앞으로 안전 때문에 출입을 차단한다는 문구가 쓰여 있다. 아마도 출사 나온 시민들이 너무 많아서 취한 조치 같다. 심지어 꽃밭에도 줄이 둘러져 있었다. 들여다보니 꽃밭 안쪽에 짓밟힌 꽃들이 보였다. 오죽하면 이런 금지까지 했을까 싶어 카메라를 들고 있는 게 부끄러워졌다. 
차곡차곡 쌓아올린 기와와 함께 보는 길상사 꽃무릇 ⓒ이선미
차곡차곡 쌓아올린 기와와 함께 보는 길상사 꽃무릇 ⓒ이선미

그보다 더 큰 현실적인 문제는 극락전 앞 환히 타오르던 꽃무릇이 끝물이라는 것이었다. 비가 부족했던 것인지 꽃들이 타버린 것처럼 시들고 있었다. 너무 늦게 찾아왔다는 생각에 후회막급이었다. 하지만 얼핏 위쪽으로 붉은 물결이 보였다. 법정스님 진영과 유품 등을 전시한 진영각 가는 길에도 꽃무릇이 가득했다. 
진영각 올라가는 길에도 꽃무릇이 타오르고 있다.ⓒ이선미
진영각 올라가는 길에도 꽃무릇이 타오르고 있다.ⓒ이선미

꽃무릇은 알려진 것처럼 꽃이 먼저 피고 잎이 나중에 피어서 꽃과 잎이 만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을 떠올리기도 한다. 똑같이 잎과 꽃이 만나지 못하는 상사화도 있다. 하지만 상사화는 보통 이른 봄에 싹이 나고 여름 끝자락에 꽃을 피운다. 
진영각 앞 꽃밭에서 시민들이 꽃무릇을 찍고 있다. ⓒ이선미
진영각 앞 꽃밭에서 시민들이 꽃무릇을 찍고 있다. ⓒ이선미

이와 달리 꽃무릇은 가을에 꽃이 진 후 나온 잎이 겨울을 지내고 봄여름을 맞을 때까지 푸르다가 사라진다. 그리고 가을바람이 불어올 무렵 가는 꽃대에서 여리지만 불타는 듯 꽃이 타오르기 시작한다. 
스마트폰에 꽃무릇의 화려한 세계가 담기는 중이다. ⓒ이선미
스마트폰에 꽃무릇의 화려한 세계가 담기는 중이다. ⓒ이선미

꽃무릇은 화려한 외양과 달리 꽃말이나 전해지는 이야기는 죽음과 관련이 있어 슬프기도 하다. 아마도 핏빛처럼 붉은 꽃과 먹으면 죽을 수도 있는 독성 때문인 것 같다. 이 꽃은 석산(石蒜), 붉은가재무릇, 면도날꽃, 여우꽃 등 이름을 가지고 있다. 꽃무릇의 알뿌리가 탱화나 단청을 그릴 때 사용되었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사찰에 많이 심었다고 한다.
석등 주변에도 꽃무릇이 피었다. ⓒ이선미
석등 주변에도 꽃무릇이 피었다. ⓒ이선미

2. 서울어린이대공원에도 피었다! 방정환 동상 뒤 언덕에 꽃무릇 활짝~

꽃무릇이 절에만 피어 있는 꽃은 아니다. 능동 서울어린이대공원에도 꽃무릇 붉은 정원을 만날 수 있다. 식물원 앞에 핀 우리 들꽃들을 보고 능동 숲속의무대 야외음악당 쪽으로 향했다. 
방정환 동상 뒤 작은 언덕에도 꽃무릇이 피었다. ⓒ이선미
방정환 동상 뒤 작은 언덕에도 꽃무릇이 피었다. ⓒ이선미

방정환 동상 주변 공사를 하느라 가림막이 세워져 있었다. 바로 동상 뒤 작은 숲속에 꽃무릇이 피어나 오후 햇살에 반짝였다. 

3. 서대문 안산자락길 따라 피어난 꽃무릇 군락

서대문 안산자락길에도 곳곳에 꽃무릇이 피어났다. 자락길을 조성하면서 길 따라 꽃무릇을 식재했다. 초록의 자락길에 붉게 핀 꽃무릇이 그림처럼 예뻤다. 역시 꽃무릇은 군락으로 있을 때 더욱 빛난다. 시민들도 종종 발길을 멈추고 스마트폰에 꽃을 담았다.
나무 계단 옆으로도 꽃무릇이 흐드러졌다. ⓒ이선미
나무 계단 옆으로도 꽃무릇이 흐드러졌다. ⓒ이선미

물봉선 흐드러진 경사지에 꽃무릇도 활짝 피어서 숲속길이 붉은 등을 켠 것 같았다. 자락길에서는 물봉선만이 아니라 누리장나무와 쑥부쟁이 같은 가을 꽃들도 피고 지고 있었다.
물봉선과 꽃무릇이 어우러져 붉은 등을 켠 듯 환하다. ⓒ이선미
물봉선과 꽃무릇이 어우러져 붉은 등을 켠 듯 환하다. ⓒ이선미
꽃무릇에 나비가 앉았다. ⓒ이선미
꽃무릇에 나비가 앉았다. ⓒ이선미

안산은 쉽고 편하게 걸을 수 있는 산이어서 시민들이 즐겨 찾는 산책길이다. 길 따라 피어 있는 꽃이 예뻐서 시간 가는 줄 몰랐는데 어느덧 해가 지고 있었다. 서쪽 하늘 석양이 아름다웠다. 시민들은 멈춰 서서 하늘을 찍었다.  
매혹적인 석양을 만날 수 있는 안산 ⓒ이선미
매혹적인 석양을 만날 수 있는 안산 ⓒ이선미

서울 꽃무릇 명소인 길상사와 어린이대공원, 안산자락길을 찾아보았다. 꽃무릇을 보는 일도 좋았지만 세 곳 모두 우리 풀꽃들을 같이 볼 수 있어서 더 반가웠다. 깊어가는 가을, 꽃무릇 절정도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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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이선미

비로소 사랑하게 된 이 도시 서울을 더 알아가며 나누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