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신·숭인 봉제거리가 더 사랑받는 이유, 여기에 있다!

시민기자 조시승

발행일 2021.09.01. 10:40

수정일 2021.09.01. 17:55

조회 2,064

창신숭인의 봉제거리가 도시재생으로 새로운 활력을 찾고 있다. 재봉틀 소리가 쉼없이 울리고 원단과 시제품을 부지런이 나르는 오토바이 소리가 들려오던 창신숭인의 봉제거리. 숱한 변화와 위기 속에서도 이 터전을 지켜온 봉제인들과 새로운 문화를 불어넣는 사람들이 어우러져 이곳이 다시 태어나고 있다. 
'너랑 나랑 학교안심길' 표지판이 학생들 등하굣길 보도에 부착돼 있다.
'너랑 나랑 학교안심길' 표지판이 학생들 등하굣길 보도에 부착돼 있다. ⓒ조시승
창신초 학생 등하굣길 안전을 위해 조성된 '안전스팟'
창신초 학생 등하굣길 안전을 위해 조성된 '안전스팟'. ⓒ조시승

2015~2018년도 1차 도시재생 사업 추진

이 지역은 2007년 4월 노후화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뉴타운으로 지정됐다가, 우여곡절 끝에 뉴타운에서 해제되고 2014년 서울시 최초 도시재생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재개발 같은 주거 중심의 사업이 아니라 산업, 사회, 문화도 통합한 도시재생이 추진됐다.

1차 도시재생 사업은 2015년 시작해 2018년 마무리 됐다. 노후 하수관로 정비와 골목길 보도환경 개선, 푸른마을 가꾸기 등 마을경관 개선에 역점을 뒀다. 이곳이 봉제의 역사를 지닌 만큼 ‘이음피움봉제역사관’을 세우고 봉제산업 특화거리를 '봉제박물관'으로 조성했다. 또한 지역명소화를 위한 ‘백남준기념관’과 예술문화 활동을 장려하는 ‘소통공작소’ 외 ‘울퉁 불퉁한 길 포장과 도색’과 같은 외형적 개선이 이뤄졌다. 

이러한 노력으로 창신·숭인 도시재생지역사업(1차)은 2018년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에서 대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1차 도시재생 사업을 보완하기 위한 2차 사업이 지난해 4월 시작해 올해 7월 말 마무리됐다. 
한양도성 성곽길 인근 유휴공간에 화단이 가꾸어져 있다
한양도성 성곽길 인근 유휴공간에 화단이 가꾸어져 있다. ⓒ조시승

2차 도시재생사업 ‘안전안심 골목길 조성' 올해 7월 말 완료

2차 도시재생 사업 ‘안전안심 골목길 조성사업(디자인 분야)’은 2018년 마무리한 도시재생 1차 사업의 완성도를 더욱 높여주었다. 2차 사업은 ‘안전하고 쾌적한 골목길’, ‘범죄예방 도시환경’ 구축을 목표로, 노후계단과 노후도로 정비공사와 가공배전선로를 지중화하고 전주를 제거하는 사업,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조성 사업 등이 추가됐다. 
'아이사랑 학교안심길'  캐릭터 일러스트가 눈에 잘 띄게 전주에 부착돼 있다.
'아이사랑 학교안심길' 캐릭터 일러스트가 눈에 잘 띄게 전주에 부착돼 있다. ⓒ조시승

무엇보다 이 모든 과정을 주민들이 주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014년 도시재생 선도사업 선정에서부터 사업 전반에 걸쳐 각종 사업에 주민이 주체였다. 공통 관심사를 가진 주민들이 함께 활동하고 관심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진 101개 주민 주제공모사업과 마을배움터에는 무려 1,840명의 주민이 참여했다. 주민들은 의견을 수집하기 위해 온라인 설명회와 설문조사,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 결과 범죄안전, 보행안전, 소방안전 등 3가지에 중점을 두고 약 50곳의 환경 개선과 400여 개 시설물을 설치했다. 
어두운 골목길 주택에 부착된 비상벨(우측), 밤에도 환하게 비춰지고 있다.
어두운 골목길 주택에 부착된 비상벨. ⓒ조시승

먼저 노후 골목길과 계단난간을 정비하고, 범죄 예방을 위해 어두운 골목길엔 CCTV와 비상벨(14개소), 안심이 장치(150개소), 태양광 조명등(200개소) 등을 설치했다.

보행안전, 오토바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창신초 후문 일대에는 안전한 통학을 도울 ‘안전스팟’, 오토바이 주차장인 ‘안전 라이더존’ 등도 조성했다. 또 소방안전을 위해 종로소방서와 협업해 눈에 잘 보이는 소화기를 총 19곳에 설치했고 낡은 ‘비상소화장치함’은 새로 교체했다. 대대적인 정비와 더불어 마을 유휴공간 등을 활용한 커뮤니티 시설도 확충했다.
'안심화장실'에는 CCTV와 인근 혜화경찰서로 바로 연결되는 첨단 비상벨이 설치돼 있다.
'안심화장실'에는 CCTV와 인근 혜화경찰서로 바로 연결되는 첨단 비상벨이 설치돼 있다. ⓒ조시승

관련 캠페인도 활발하게 진행됐다. 혜화경찰서, 지역주민들과 뜻을 모아 ‘오토바이 안전라이더 캠페인’을 전개하고 창신초 학생들의 안전한 통학로 환경을 위한 ‘안전안심통학로 캠페인’과 ‘차량용 블랙박스 안내 캠페인’ 등도 펼쳤다.
한양도성 성곽길 인근 흉물스런 공터가 안전라이더 주차장으로 바뀌었다.
한양도성 성곽길 인근 흉물스런 공터가 안전라이더 주차장으로 바뀌었다. ⓒ조시승
우리마을 안전지킴이 '안전라이더의 블랙박스 영상촬영중' 스티커가  지역주민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다.
우리마을 안전지킴이 '안전라이더의 블랙박스 영상촬영중' 스티커가 지역주민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다. ⓒ조시승

사라질 뻔했던 역사‧문화자산 '문화재생'으로 보존

'문화재생'도 눈길을 끈다. 사실 서울에서 이 지역만큼 풍부한 역사·문화자산을 가진 곳도 흔치 않다. 창신·숭인 지역에는 화가 박수근의 화실 겸 집터, 가수 김광석이 1975년부터 1990년까지 살았던 집 등 다양한 예술가들의 생전 흔적이 남아있다. 

조선총독부 건립에 석재를 조달하던 '채석장', 단종과 단종비 정순왕후의 마지막 이별을 고하며 빗물처럼 눈물을 흘렸다는 청룡사의 '우화루', 정순왕후가 생계를 위해 옷감에 물을 들여 시장에 내다 팔았던 샘물 '자지동천(紫芝洞泉)', 조계종의 본사가 된 사찰인 '원각사' 등 역사의 발자취가 많다. 

이러한 역사문화 장소는 지역 핫 플레이스로 새롭게 태어났다. 2019년 11월에 문을 연 ‘채석장 전망대’는 서울 시내를 두루 조망하는 지역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 아래 2019년 5월 개장한 산마루 놀이터는 9m 높이의 정글짐과 어린이도서관과 주민 휴게공간 등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골목에 숨어있는 한옥 ‘백남준기념관’도 주민들이 직접 도슨트로 나서고 카페를 운영하는 등 주민들과 호흡하는 특별한 공간이다. 
단종과 단종비가 석별의 정을 나누었던 청룡사의 우화루와 원각사터에 새로 '여담재'가 조성되었다
단종과 단종비가 석별의 정을 나누었던 청룡사의 우화루와 원각사터에 새로 여성역사공유공간 '여담재'가 조성되었다 ⓒ조시승

이뿐만이 아니다. 낙산 산마루에는 프랑스어로 작은 언덕이라는 의미인 ‘테르트르(tertre)’라는 갤러리형 카페가 생겼다. 낙산 언덕 끝에 세워진 붉은 사각의 성채 같은 건물이다. 이 모던한 건물은 전부 통유리로 돼 있어 서울시내 전망이 한눈에 들어온다. 

올해 3월 개관한 국내 최초의 여성역사공유공간 ‘여담재(女談齎)’의 경우, 전통 한옥 기와 문양과 현대적인 인테리어 구조의 결합이 돋보인다. 옛 원각사 부지를 리모델링 해서 원래 건물을 새로 단장하고 새 건물과 연결해, 여성사 책방, 어린이 도서관, 전시공간 등으로 꾸몄다. 
서울시내를 두루 관망할 수 있는 '채석장 전망대'와 아이들에게 인기 많은 '산마루 놀이터'의 모습
시내를 관망할 수 있는 '채석장 전망대'와 아이들에게 인기 많은 '산마루 놀이터' ⓒ조시승

2018년 4월 창신동 봉제거리에 들어선 ‘이음피움봉제역사관’은 지금까지 총 2만 5,000여 명이 다녀갔다. 언제 가도 K-패션산업을 받쳐주는 봉제산업의 역사와 가치를 체험과 전시를 통해 느낄 수 있는 문화공간이다. 

이처럼 창신·숭인 지역은 대규모 재개발로 사라질 뻔했던 역사‧문화자산과 봉제산업 터전을 지켜낸 소중한 자산이 도시재생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2차 도시재생사업인 ‘창신·숭인 안전안심골목길 조성사업(디자인분야)'이 완료된 지금, 더욱 안심하고 안전하게 이 지역의 독특한 문화와 간직하고픈 역사를 만날 수 있게 됐다.

시민기자 조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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