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지키는 자율방범대 덕분에 야간에도 든든해요!

시민기자 윤혜숙

발행일 2021.08.24. 15:36

수정일 2021.08.25. 09:29

조회 4,113

송파구 자율방범연합회·송파구청,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 따른 야간 방역 순찰 진행
송파근린공원 내 송파1동 자율방범대 초소가 있다.
송파근린공원 내 송파1동 자율방범대 초소가 있다. ⓒ윤혜숙

지난 주말, 송파근린공원 내에 위치한 송파1동 자율방범대 초소 앞으로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도착하자마자 자율방범대 조끼를 걸쳐 입고 야광봉을 한 손에 쥐고 있다.

'야간에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걸까?' 싶었지만, 송파구자율방범연합회 자율방범대원들이 저녁 9시부터 동네를 순찰하기 위해서 모인 것이다. 그들의 순찰은 경찰의 순찰과 성격이 다르다. 이른바 '계도 순찰'을 벌이는 것인데, 그 현장에 필자도 함께 동행했다.
송리단길에서 석촌호수쪽으로 올려다보면 호수 건너 롯데월드타워가 보인다.
송리단길에서 석촌호수 쪽으로 올려다 보면 호수 건너 롯데월드타워가 보인다. ⓒ윤혜숙

송파1동 주민센터 앞에서 송파구청 공무원들이 합류했다. 재난안전과 이용구 팀장을 포함한 공무원들이 김갑수 송파구자율방범연합회 회장이 이끄는 자율방범대원들과 만나서 합동으로 순찰에 나섰다. 송파1동 주민센터에서 길을 건너 오른쪽으로 향하면 송리단길이 시작되는데, 두 개 조로 나누어 송리단길 일대를 둘러보기로 했다.

길을 나서니 저 멀리 롯데월드타워가 우뚝 서서 주위를 환하게 밝히고 있다. 송리단길은 석촌호수 인근에 있는 길로 서울 시내 7대 상권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골목을 사이에 두고 가게가 즐비하다.
오후 10시 가게 문을 닫기 전 직원들이 청소하고 있다.
오후 10시 가게 문을 닫기 전 직원들이 청소하고 있다. ⓒ윤혜숙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으로 일찍 문을 닫은 가게들도 많았다. 현재 9월 5일까지 연장된 거리두기 4단계에서는 식당과 카페 등의 경우 영업시간이 22시에서 21시로 한 시간 단축됐지만, 필자가 합동 점검에 동행했던 당시에는 22시까지 영업이 가능했다. ☞[관련기사] 거리두기 4단계 9월 5일까지…식당·카페 영업시간 등 달라진 내용

문이 열려 있는 가게들은 22시가 채 되기 전에 손님들을 내보낸 뒤 직원들이 가게 안을 청소하고 있었다. 코로나19 이전과 달라진 모습에 대해 송파구청 이용구 팀장은 “여름철에는 아예 매장 바깥에 테이블을 두고 술을 마시는 손님들도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보다시피 그런 매장을 찾아볼 수 없다”면서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송리단길 상권이 침체된 상황을 안타까워 했다.
자율방범대원이 턱스크를 쓴 행인들을 계도하고 있다.
자율방범대원이 턱스크를 쓴 행인들을 계도하고 있다. ⓒ윤혜숙

자율방범대 조끼를 입고 야광봉을 든 자율방범대원들이 나타나자 사람들이 예사로 쳐다보지 않는다. 어떤 두 청년은 마스크를 턱에 걸치고 한참을 길거리에 앉아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본 자율방범대원이 야광봉을 흔들면서 마스크를 제대로 쓸 것을 요청했다. 그러자 청년들은 그들의 실수를 인정하며 재빨리 마스크를 고쳐 쓴다. 야간에 순찰을 하면서 길거리에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을 계도했다.

자율방범대원들은 매장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 바깥에서도 내부를 볼 수 있는 가게들을 지나면서는 매장 안에 세 사람 이상이 앉아 있는지도 살펴봤다. 당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 따라 오후 6시 이후 매장 안에선 3인 이상 집합이 금지되며 2인까지만 허용됐었다. 필자도 주의 깊게 살펴봤는데, 다행히 위반 사례는 없었다.  
오후 10시 이후 자율방범대원이 매장을 점검하고 있다.
오후 10시 이후 자율방범대원이 매장을 점검하고 있다. ⓒ윤혜숙

저녁 10시가 넘어가니 매장 안에 있던 손님들이 일제히 밖으로 나왔지만, 일부 매장에선 여전히 손님들이 앉아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자율방범대원이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자 직원이 서둘러 손님들을 내보내기 시작한다. 자율방범대원의 등장만으로도 방역 수칙 위반 단속의 효과가 컸다.

매장 밖으로 쫓겨나다시피 한 손님이 자율방범대원을 보고 “지금 뭐 하냐?”라고 묻는다. 그 말엔 항의의 뜻이 들어 있었다. 자율방범대원이 “현재 밤 10시 이후엔 매장에서 취식할 수 없습니다”라고 대답하니 못마땅해하면서도 이내 수긍했다.
자율방범대원이 길거리를 순찰하고 있다.
자율방범대원이 길거리를 순찰하고 있다. ⓒ윤혜숙

현재 송파구 관내에는 27개 동 중 21개 동에 자율방범대가 구성돼 있다. 향후 남은 6개 동까지 자율방범대가 결성된다면 무려 500여 명이 봉사활동을 하게 되는 셈이다. 각 동별로 평균 4명가량 한 조를 이뤄서 주 3회 순찰하고 있다. 그들은 관내 방범에 취약한 지역 위주로 계도 순찰을 진행한다.

취약지역을 순찰하면서 범죄를 예방하는 동시에 범죄 신고도 강화하고 있다. 특히 학원 폭력이 빈발한 지역이나 청소년이 많이 모여 있는 지역을 심야나 주말에 주기적으로 순찰하고 있다. 또한 치안센터, 구청 등과 합동 순찰을 진행하기도 한다. 계절별로는 특별방범 활동을 추진하는데 여름에는 주민들의 야간 활동이 많은 시간대의 상업지구나 공원 등을 순찰하면서 주민들이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자율방범대원은 순찰할 때 야광봉을 들고 있다.
자율방범대원은 순찰할 때 야광봉을 들고 있다. ⓒ윤혜숙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된 지난 7월 8일부터 구청과 함께 송파구자율방범연합회 차원에서 순찰을 진행 중이다. 송파구 관내 유흥가가 많이 밀집된 지역, 먹자골목을 중심으로 가락본동 유흥주점 골목, 송리단길, 방이동 먹자골목, 잠실본동 먹자골목 등을 저녁 9시부터 10시 반까지 순찰한다. 필자가 동행한 것은 송리단길 순찰이었다.   

순찰을 진행하며 생긴 에피소드도 많을 것 같았다. 가끔 야간에 길가에 잠들어 있는 취객을 깨워서 집까지 데려다준 적도 있고, 여성 시민의 요청으로 안심하고 귀가할 수 있도록 집 근처까지 동행해 준 적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계도하는 자율방범대원들을 보고 시비를 걸어오는 취객과 마주할 때면 곤란할 때도 있었다고 하니 고충을 짐작할 만했다. 특히 공원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청소년들을 계도할 때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청소년들이 자율방범대의 말에 순순히 따르지 않고 여럿이 반발할 때였다. 송파구자율방범연합회 김갑수 회장은 “자칫 싸움으로 번질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라고 당시의 상황을 회상한다.
자율방범대 초소에 봉사할 분을 모집한다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자율방범대 초소에 봉사할 분을 모집한다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윤혜숙

송파구자율방범연합회 김갑수 회장은 송파1동 자율방범대 소속이다. 그는 “송파1동만 해도 자율방범대원이 37명이다. 절반 이상이 20년 넘게 활동하고 계신다”고 말했다. 심지어 연합회 대원들 중에서 40여 년을 활동한 분도 있다고 하니 자율방범대의 역사가 꽤 오래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자율방범 활동은 지난 1963년경 지역주민들이 범죄피해를 스스로 막아보겠다는 의지와 부족한 경찰력의 공백을 메워서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을 내 힘으로 지켜보겠다며 자율적으로 출발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어서 김 회장은 “자율방범대는 역사도 오래 되었고, 또 대원들 각자 회비를 내면서 봉사하고 있다. 그래서 대원들의 자부심과 긍지가 강하다”고 덧붙였다.

송파1동 자율방범대 초소 앞에는 ‘지역에서 봉사할 분을 모십니다’라는 대원 모집을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자율방범대에 오래된 분들이 많은 만큼 대원들의 평균 연령대가 높은 편이다. 김 회장은 “자율방범대가 고령화되고 있다. 청년들의 지원이 없어서 아쉽다”고 전했다. 지역을 위해 봉사하기를 원하는 청년들이라면 자율방범대에 지원해 보는 것도 괜찮겠다. 

자율방범대는 지원한다고 해서 누구나 가입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의외로 가입 조건이 까다롭다. 전과가 없어야 하고 불법 영업이나 사행성 직업에 종사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1인 1직업을 갖고 야간에 봉사할 시간을 내어야 한다. 자율방범대원들은 주간에 각자의 일터에서 근무한 뒤 야간에 자율방범대원으로 길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순찰하고 있다. 
도보가 힘든 곳은 순찰차를 이용해 계도 활동을 펼친다 ⓒ윤혜숙
도보가 힘든 곳은 순찰차를 이용해 계도 활동을 펼친다 ⓒ윤혜숙

대다수 사람들은 주간에 근무하면서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야간에 휴식을 취하거나 취미활동으로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자율방범대원들은 야간에 지역주민들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 힘든 일이지만 그들은 순찰하면서 그 일에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자율방범대와 의용소방대는 목숨 걸고 봉사하고 있다”는 송파구자율방범연합회 김 회장의 말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사회의 안전을 위해 불철주야 애쓰고 계신 분들이 많다. 우리의 안전한 생활은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헌신으로 유지되고 있는 만큼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겠단 생각이 든다.

시민기자 윤혜숙

시와 에세이를 쓰는 작가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다양한 현장의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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