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로도 올라갈 수 있어요, 봉화산 정상!

시민기자 이선미

발행일 2021.08.17. 11:26

수정일 2021.08.17. 18:44

조회 1,744

중랑구 무장애숲길 ‘봉화산 동행길’ 제1구간 산책로를 가다

무장애 산책길이 늘어나고 있다. 일상에서도 모두가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겠지만, 코로나19 상황으로 자칫 우울해지기 쉬운 요즘 휠체어 이용자나 어르신들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산책로가 더욱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6월 말 개통된 중랑구 봉화산 동행길 개방은 그런 의미에서 반가운 소식이었다. 중랑구청 뒤 봉수대공원에서 1.6km 정도 되는 봉화산 동행길 제1구간을 걸어 보았다. 
봉화산 동행길 제1구간은 중랑구청 뒤 봉수대공원에서 시작된다.
봉화산 동행길 제1구간은 중랑구청 뒤 봉수대공원에서 시작된다. ⓒ이선미

봉수대공원 입구에 주렁주렁 배가 달린 배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나무 아래 안내표지가 있었다. 폐위된 단종 임금을 영월까지 호송한 금부도사 왕방연이 목말라하던 단종에게 물을 드리지 못한 것이 한으로 남아 봉화산 자락에 묻혀 살며 키운 배나무의 시조목이라고 한다. 교과서에 나왔던 “…고운님 여의옵고 이 마음 둘 데 없어…”라는 시조의 사연을 새삼 알게 되었다. 
봉수대공원에서 단종임금을 영월까지 호송했던 왕방연의 이야기를 만났다.
봉수대공원에서 단종임금을 영월까지 호송했던 왕방연의 이야기를 만났다. ⓒ이선미

동행길이 시작되는 곳에 중랑옹달샘이 있었다. 더위에 지친 시민들을 위해 구청에서 마련한 생수가 냉장고에 들어 있었다. 생수는 하루에 다섯 차례 공급된다고 한다. 마침 물을 안 가지고 가서 고마운 마음으로 한 병을 꺼냈다. 분리수거를 위해 ‘라벨을 제거해 버려주세요’라는 문구가 냉장고 앞에 붙어 있었다. 
한 시민이 중랑옹달샘에서 생수를 꺼내고 있다.ⓒ이선미
한 시민이 중랑옹달샘에서 생수를 꺼내고 있다.ⓒ이선미

휠체어를 타고 산 정상까지 갈 수 있는 산이 그리 많지 않다. 물론 봉화산은 해발 160m 정도의 야트막한 곳이지만 그래도 보통의 산길이라면 엄두를 낼 수가 없다. 봉화산 동행길은 8.3% 정도의 경사로 휠체어 사용자와 유모차 동반 이용자, 보행이 불편한 노인까지 큰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다. 
휠체어 이용자들이 커브를 돌기에도 한결 수월해 보인다.
휠체어 이용자들이 커브를 돌기에도 한결 수월해 보인다. ⓒ이선미
데크가 넓고 완만해서 유모차나 휠체어는 물론이고 노약자도 오르기에 큰 어려움이 없다.
데크가 넓고 완만해서 유모차나 휠체어는 물론이고 노약자도 오르기에 큰 어려움이 없다. ⓒ이선미

걷다가 지치면 쉬어갈 수 있도록 길 곳곳에 전망데크와 쉼터도 갖췄다. 체육시설도 마련됐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사용이 중지된 상태다. 
체육시설은 코로나19로 인해 사용이 중지된 상태다.
체육시설은 코로나19로 인해 사용이 중지된 상태다. ⓒ이선미
중간에 확 트인 전망 쉼터를 마련해 힘든 시민들이 쉬어가도록 했다.
중간에 확 트인 전망 쉼터를 마련해 힘든 시민들이 쉬어가도록 했다. ⓒ이선미

비가 내린 오후여서 하늘은 좀 나지막했지만 후텁지근했다. 그래도 땡볕이 아니어서 걸을 만했다. 기존의 산책로도 데크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조성했다. 
동행길은 데크와 기존의 산책로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동행길은 데크와 기존의 산책로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선미

한참 올라가다 보니 중랑구에서 설치한 홍보물이 보였다. 동행은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라 같은 마음으로 가는 것’이다. 문구에 공감이 되고 ‘중랑구가 추구하는 미래가치’를 함께 응원하는 마음이 되었다. 
‘동행은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라 같은 마음으로 가는 것’ 홍보물
‘동행은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라 같은 마음으로 가는 것’ 홍보물 ⓒ이선미

거리두기 4단계가 계속되는 상황이어서 산길을 걸으면서도 마스크 착용이 필수였다. 산책로 곳곳에는 손세정제도 부착돼 있다. 
산책로에서도 거리두기 수칙을 지켜야 한다.
산책로에서도 거리두기 수칙을 지켜야 한다. ⓒ이선미
동행길 곳곳에 손세정제도 준비돼 있다.
동행길 곳곳에 손세정제도 준비돼 있다. ⓒ이선미

전동휠체어를 탄 시민들이 내려왔다. 데크가 편안해서인지 꽤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있었다. 거의 정상에 가까운 지점이었다. 
휠체어를 탄 시민들이 길을 내려가고 있다.
휠체어를 탄 시민들이 길을 내려가고 있다. ⓒ이선미

동행길에는 곳곳에 시민들을 배려하는 장치들이 있었다. 성인 키높이에 있는 나뭇가지에는 완충 쿠션도 설치했다.
혹시 머리를 부딪칠까 나뭇가지에 완충장치를 해두었다.
혹시 머리를 부딪칠까 나뭇가지에 완충장치를 해두었다. ⓒ이선미

봉수대 바로 아래 도착하니 화장실이 있었다. 남녀화장실 옆으로 장애인화장실도 넓게 마련돼 있었다. 
봉수대 바로 아래 장애인화장실도 함께 마련돼 있다.
봉수대 바로 아래 장애인화장실도 함께 마련돼 있다. ⓒ이선미

정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었지만 쭉 데크를 따라 올라가 보았다. 휠체어 이용에 무리가 없도록 만들다 보니 빙 둘러 시간이 그만큼 오래 걸렸다. 동행이란 천천히 가도 기다려주고 함께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닐 수도 있는 길이다. 그럼에도 지금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 싶었다. 
시민들이 유모차를 밀며 산책로를 올라가고 있다.
시민들이 유모차를 밀며 산책로를 올라가고 있다. ⓒ이선미

정상 바로 아래에 휠체어 충전기가 지붕 아래 설치돼 있었다. 전동휠체어 2대를 동시에 충전할 수 있고 바퀴에 공기도 주입할 수 있다고 한다.
봉화산 동행길에 휠체어 충전기가 설치돼 있다.
봉화산 동행길에 휠체어 충전기가 설치돼 있다. ⓒ이선미

봉화산 동행길은 올 연말에 묵동 유아숲체험원부터 봉화산 정상에 이르는 제2구간(1.53km)이 완공될 예정이다. 장애에 상관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무장애숲길이 늘어나는 것이다.
전동휠체어를 탄 시민이 반려견과 함께 산책로를 올라가고 있다.
전동휠체어를 탄 시민이 반려견과 함께 산책로를 올라가고 있다. ⓒ이선미

‘누구나’ 편하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라면, 당연히 장애인과 노약자도 포함돼야 한다.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지면서 모두가 힘든 시기다. 봉화산 동행길을 산책하면서 정말 ‘누구나’ 걸을 수 있는 숲길이 더 가까이 더 많이 확대되기를 바라게 되었다. 

시민기자 이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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