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정지로 쓰러진 시민, 비번 119구급대원이 구했다!

시민기자 윤혜숙

발행일 2021.07.19. 14:50

수정일 2021.07.19. 15:58

조회 1,597

강동소방서 강일119안전센터 최태영 119구급대원 인터뷰
전철역사 통로에 '자동심장충격기'가 비치된 모습
전철역사 통로에 '자동심장충격기'가 비치된 모습 ⓒ윤혜숙

수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공공시설에는 소화기와 더불어 자동심장충격기(AED)가 비치돼 있다. 화재에 대비해 소화기가 있는 것은 당연한데, 자동심장충격기는 왜 있는 것일까? 2009년 6월 9일 개정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항, 철도역사, 다중이용시설 등에 자동심장충격기를 의무적으로 비치하고 있다. 

전철 역사를 지나던 중 자동심장충격기를 보게 되었다. ‘위급한 상황이 닥쳤을 때 침착하게 저걸 이용하는 사람이 있을까?’ 의문이 생겼다. 그런데 최근 사건을 접하면서 자동심장충격기가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사건은 이랬다. 
최태영 소방관이 주차장에 쓰러진 시민을 구했다.
최태영 소방관이 주차장에 쓰러진 시민을 구했다. ⓒ강동소방서

지난 6월 4일 도봉구 소재 다락원 체육공원 주차장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멀쩡했던 시민이 갑자기 쓰러졌다. 최태영 씨는 운동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주차장 한쪽에 쓰러져 있던 시민을 봤다. 그 옆에 여자가 휴대전화를 들고 있었다. 그는 직감적으로 쓰러진 시민의 상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얼른 달려가서 쓰러진 시민의 호흡 상태를 살펴보고 심정지 상황일 거라고 짐작했다. 그는 현장에 있던 시민과 공원 관계자에게 각각 119에 신고할 것과 자동심장충격기를 갖다줄 것을 요청했다. 즉시 시민을 반듯하게 눕혀서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려는 조치였다. 그땐 어떻게든 이 사람을 살리고 봐야겠단 생각에 몸이 먼저 움직였다. 

쓰러진 사람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려면 바이털 사인(vital sign)을 검사해야 한다. 바이털 사인은 혈압, 체온, 맥박, 호흡수를 의미한다. 혈압은 혈압계로, 체온은 체온계로, 맥박은 손목의 맥박이나 청진기로 심장 박동수를 1분간 측정한다. 호흡수는 1분 동안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을 보면서 측정한다. 

그런데 최태영 씨는 그 상황에서 바이털 사인을 검사할 만큼 여유가 있지 않았다. 쓰러진 시민의 배와 가슴이 위, 아래로 움직이지 않는 모습을 보고 즉시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어쩌면 지금의 대응이 쓰러진 시민에게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만큼 아주 긴급했던 순간이었다. 
119구급차는 1년 365일 위기상황에 출동 대기 중이다.
119구급차는 1년 365일 위기상황에 출동 대기 중이다. ⓒ강동소방서

공원 관계자가 자동심장충격기를 가져오는 동안에도 최태영 씨는 쓰러진 시민의 기도를 확보해 둔 상태에서 지속해서 가슴압박을 시행했다. 잠시 후 공원 관계자가 가져온 자동심장충격기를 시행하자 미동이 없었던 시민의 호흡과 맥박이 되살아났다. 그가 가슴압박을 시작한 지 12분 만에 일이었다. 그 사이 119구급차가 도착해서 시민을 싣고 응급실로 갔다. 최태영 씨의 발 빠른 조치로 시민은 무사히 회복되었다. 그 상황에서 무심하게 지나쳤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최태영 소방관이 근무 중인 강동소방서 산하 강일119안전센터
최태영 소방관이 근무 중인 강동소방서 산하 강일119안전센터 ⓒ강동소방서

바닥에 쓰러진 시민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응급조치를 취한 주인공인 최태영 씨는 강동소방서 산하 강일119안전센터에서 119구급대원으로 근무 중인 소방관이다. 하지만 그는 그날 소방관 자격으로 그곳에 있지 않았다. 그날은 비번이었고, 개인적인 용무로 들렀던 곳에서 일어난 사건이었다. 하지만 그의 선행은 우리 사회에 본보기가 될 만하다. 필자가 전화로 최태영 소방관을 인터뷰했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최태영 소방관의 첫 마디가 “저보다 일선 현장에서 더 고생하시는 수많은 소방대원이 계시는데, 제가 이런 인터뷰를 할 자격이 있을까요?”라고 반문한다. 그는 “내가 해야 할 일을 당연히 한 것뿐이다. 현장에서 묵묵히 수고하시는 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다”고 조심스레 대답했다. 
119구급대원이 출동 전 대기하면서 행정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119구급대원이 출동 전 대기하면서 행정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강동소방서

최 소방관을 비롯한 119구급대원은 업무 특성상 주야간 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 그래서 신체리듬이나 가정생활과의 불균형, 사건·사고 현장에서의 예기치 못한 두려움 등 직업적인 고충이 있다. 

하지만 현장에 출동했을 때 구급대원을 필요로 하는 시민들을 만나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소방업무를 수행하고 있어서 자부심이 있다”고 했다. 현장에서 강한 체력이 요구되므로 힘에 부치지 않기 위해서 수시로 체력단련실에서 몸을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그날도 체력을 단련하기 위해서 비번 날 비교적 혼잡도가 덜한 체육공원을 방문했고 응급상황을 목격했다. 
소방대원들은 신속하게 출동하기 위해 동선이 정해져 있다.
소방대원들은 신속하게 출동하기 위해 동선이 정해져 있다. ⓒ강동소방서

119구급대원은 평상시 센터에서 출동 대기하고 있다가 출동 지령이 떨어지면 즉시 출동한다. 강일119안전센터는 총 4대의 구급차량이 있다. 차량별 소속 구급대원이 차량에 탑승해서 순차적으로 출동한다. 차량에 탑승하고 이동하는 중 119로 접수된 신고기록을 보고 무전기로 현장 상황을 청취한다. 또한 신고자와 통화해서 환자의 상태를 시시각각 점검하면서 현장에 도착했을 때의 준비사항을 그려본다. 현장에 도착하면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간단히 응급처치한 뒤 응급실로 이송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응급환자의 회복상태를 확인하고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서 출동 전후 반드시 차량을 소독한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소방관도 일선 현장에서 헌신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소방관도 일선 현장에서 헌신하고 있다. ⓒ강동소방서

13년 차 소방업무에 종사 중인 최태영 소방관은 그동안 화재 진압, 구급 등 여러 소방업무를 수행해왔다. 화재를 진압하는 현장에서 정말 아찔했던 순간도 경험했고, 화재로 인해 참혹했던 현장의 모습도 목격하면서 때론 극한 공포감에 시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현장에 출동 나갔을 때 시민들이 환호하고 고마워하는 모습을 보고, 자녀를 셋 둔 아빠로서 자녀들이 소방관인 아빠를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간의 고생을 보상받는 기분이라고 한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그는 시민들이 각자 개인위생과 방역을 철저히 지킬 것을 간곡히 당부했다. “코로나19로 출동하는 경우가 많다. 의료진뿐만 아니라 소방관도 고생하고 있다”라면서 “119 신고가 접수된 환자가 발열 증상을 보일 때 코로나19에 의한 발열인지 아닌지를 소방 장비론 확인하기 어렵다”라고 아쉬움을 전한다. 
전철역사 통로 곳곳에 소화기가 비치된 모습
전철역사 통로 곳곳에 소화기가 비치된 모습 ⓒ윤혜숙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국민 모두가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그동안 코로나19 최전방에서 고군분투하는 의료진도 있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하는 소방대원도 있다. 그렇다. 최태영 소방관과의 인터뷰는 한동안 잊고 지냈던 소방대원들의 노고를 일깨워준 시간이었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애쓰고 계신 소방대원들의 노고에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린다. 그분들의 헌신과 희생에 보답하는 방법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각자 개인위생과 방역,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켜야 하는 것이다. 한편 공공시설을 방문할 때면 소화기나 자동심장충격기가 있는 곳의 위치를 눈여겨봐 두면 좋겠다. 위급한 순간에 직면할 때 누군가를 위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 서울강동소방서 강일119안전센터

○ 주소 : 서울 강동구 고덕로98길 22
○ 가는법 : 지하철 강일역 3번 출구에서 403m
서울강동소방서 홈페이지
서울소방재난안전본부 홈페이지지

시민기자 윤혜숙

시와 에세이를 쓰는 작가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다양한 현장의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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