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더욱 사랑스러운 땡땡거리 '백빈 건널목'

시민기자 최현섭

발행일 2021.07.05. 10:10

수정일 2021.07.05. 15:37

조회 1,367

용산역 광장으로 나와 대형 찜질방 건물을 지나 계속해서 걸어 들어가면 요즘 서울에서 보기 힘든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높은 빌딩 숲 사이로 낮은 주택들이 자리한 골목길이 갑작스럽게 펼쳐지기 때문인데, 그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디선가 울려 퍼지는 '땡땡'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 소리는 이제 몇 남지 않은 서울 내 철도 건널목 중 하나인 백빈 건널목으로부터 시작된다.

교통 체증과 소음 유발의 온상지로 여겨진 건널목들은 서울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져갔다. 살아남은 건널목들은 그대로의 외형을 유지하며 시간이 멈춘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 점에 끌린 사진가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지만, 일반 시민들에게는 그렇게 널리 알려지지는 않다가 '나의 아저씨'라는 이름의 드라마가 흥행하면서 이곳을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일일 300여 회, 용산구를 가로지르는 것을 허하는 이 철길과 지나가는 열차들을 보며 우리 부모님 세대는 지나간 추억을 회상하고 새로운 추억을 쌓는다.

필자가 굳이 이곳을 밤에 방문한 이유는 결코 낮의 무더위가 두려워서가 아니다. '땡땡' 소리가 동네 전체에 울려 퍼져서 '땡땡 거리'라는 이름이 붙은 이 공간은 밤이 더욱더 사랑스럽기 때문이다. 뒤로 보이는 화려한 고층 건물의 야경, 그러나 당장 눈앞에 펼쳐지는 친근한 생활 공간 사이의 대비를 목도하면 여기에 방문하는 그 누구라도 모종의 애틋함 같은 일렁임을 느끼게 된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도 백빈 건널목이 거의 밤으로 묘사가 되고 있다는 건 다분히 의도적이며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신호음이 들리고 이내 내려오는 차단기 앞에 서서 바쁜 삶을 멈추고 쉬어 가자. 모두가 멈춰야만 하는 그곳에서만큼은 우리 모두 그럴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다. 
백빈 건널목에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신호음이 들리며 차단기가 내려왔다. 그 틈을 타 빠르게 지나가는 전동차의 모습 ⓒ최현섭
백빈 건널목에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신호음이 들리며 차단기가 내려왔다. 그 틈을 타 빠르게 지나가는 전동차의 모습 ⓒ최현섭
건널목 어느 방향으로 둘러보아도 낮은 생활 공간과 높은 업무 지구 건물들이 대비된다. ⓒ최현섭
건널목 어느 방향으로 둘러보아도 낮은 생활 공간과 높은 업무 지구 건물들이 대비된다. ⓒ최현섭
건물 지붕과 바닥을 따라 평행한 선들이 모여 소실점을 이룬다. ⓒ최현섭
건물 지붕과 바닥을 따라 평행한 선들이 모여 소실점을 이룬다. ⓒ최현섭
시간의 흐름을 숨기지 않아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골목길. 불이 들어온 가게가 골목길을 밝히고 있다. ⓒ최현섭
시간의 흐름을 숨기지 않아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골목길. 불이 들어온 가게가 골목길을 밝히고 있다. ⓒ최현섭

■ 백빈 건널목

○ 위치 : 서울 용산구 이촌로 29길 인근

시민기자 최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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