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자에게 다시 문 연 황학경로당…"사람들이 너무 보고 싶었지"

시민기자 김윤경

발행일 2021.06.21. 14:06

수정일 2021.06.21. 17:05

조회 1,519

백신 인센티브로 개방한 중구 황학경로당
백신 인센티브로 개방한 중구 황학경로당 ⓒ김윤경

“하도 더워서 집에서 부채를 여러 개 가져왔거든. 그런데 경로당이 시원한지 아무도 달라고 하질 않네.”
손영택(84세) 어르신이 한 움큼 부채를 보이며 말했다. 경로당 식당에는 막 식사를 마친 어르신들이 모여 대화하거나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6월 1일부터 백신 접종 인센티브가 시작돼 경로당과 요양 시설 등 대면 면회가 가능해졌다. 구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다. 구로구는 6월 1일, 중구는 7일, 용산구와 성동구 등은 14일부터 경로당과 운동 시설 등을 개방했다.
손영택 어르신이 예전 여행이나 야유회를 다니던 사진을 보며 다시 올 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손영택 어르신이 경로당에서 여행 갔을 때의 사진을 보며 다시 그럴 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윤경

무엇보다 백신 접종 2차를 마친 어르신들이 모인 경로당 모습이 궁금했다. 비교적 일찍 백신 접종을 완료해, 전 시간(9시~18시) 개방 및 식사가 가능한 황학경로당을 찾았다. 중구 SH황학롯데캐슬 아파트 7층에 있는 황학경로당은 현재 30명 정도 어르신이 이용하고 있다.
이정숙 회장은 모두 만나 기쁘다며 소감을 말했다.
이정숙 회장은 모두 만나 기쁘다며 소감을 말했다. ⓒ김윤경

“얼마나 갑갑했는지 몰라요. 아파트 아래에 있으니, 당장 오고 싶은데 내내 문이 닫혀 있었거든요. 4월부터는 4시간만 개방했는데도 좀 숨이 트일 것 같더라고요.”
경로당에 들어서자 황학경로당 이정숙 회장(76)이 반기며 소감부터 꺼냈다.
“얼굴이라도 마주 보고 앉아 이야기하니 한결 낫잖아요. 다들 집에만 있으니 우울증이 생기더래요. 이 분은 아직 다리도 다 안 나으셨는데도 오셨잖아요.”
아직 아픈 다리로 지팡이를 짚고 온 박태남 어르신
아직 아픈 다리로 지팡이를 짚고 온 박태남 어르신 ⓒ김윤경

이 회장이 가리키는 의자에 앉아 있던 박태남 어르신(93세)이 말을 이었다.
“지난달에 넘어져 입원했는데, 가족 면회도 안 됐단 말예요. 얼마나 불편했는지 몰라요. 필요한 거 있어도 가족이 집에서 가져와 의료진에게 전해주고 갔지, 얼굴도 못 봤어요.”
박 어르신은 뉴스에서 요양병원 이용자들이 코로나19로 인해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상황을 보면서 안타까워 했는데, 본인도 그런 상황이 될 줄은 몰랐다고. 
 
“어르신이 우리 경로당에서 가장 연세가 많으세요. 무척 걱정되는데 면회가 안 된다고 해서 얼마나 애가 탔는지 몰라요.” 옆에 있던 어르신들이 맞장구를 치며 “이렇게 건강하게 나오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6월에는 꼭 만났으면 했는데, 다행이야. 내가 6.25 전쟁을 겪어서 그런가, 6월이 되면 사람들이 더 보고싶어지더라고요.” 박 어르신은 손에 쥔 6.25 참전 유공자로 받은 지팡이를 보여주며 말했다.
어르신들이 여러 소감을 들려 주셨다.
경로당에서 어르신들이 모여 그 동안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윤경
경로당 내에 어항과 책을 구비해 놓고 있다.
경로당 내에 어항과 책 등을 구비해 놓고 있다. ⓒ김윤경

“고독한 게, 가장 쓸쓸하고 불쌍한 것 같아요. 만나서 이야기하다 보면 안 좋던 기분도 풀리잖아요. 꼼짝 않고 집에만 있으니 할 일도 없고 야위어지더라니까. 내내 TV만 보니 소화도 안 되고 입맛도 없잖아요.”
옆에 앉은 손영택 어르신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손 어르신은 아직 어디에 갈 계획은 없지만, 2차 백신 접종 증명서를 핸드폰에 찍어서 다닌다고 했다.
어르신이 보여준 핸드폰 속 백신 접종증명서
어르신이 보여준 핸드폰 속 백신 접종증명서 ⓒ김윤경

어르신들은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게 되면 무엇을 하고 싶을까 여쭙자, 기다렸다는 듯 답변이 쏟아졌다.
“무릎이 좋지 않아 힘들지만, 가끔은 기차 타고 여행도 가고 싶어요.”
“난 요가를 하고 싶더라고. 그동안 움직이지 못했더니. 운동이 필요한 거 같아요.”
“경로당에 노래방 기기도 있어서 예전에는 노래 교실도 열고 그랬어요. 친절한 선생님이 스마트폰 사용법도 와서 가르쳐 줬는데, 그 수업을 다시 시작하면 좋겠네요.”
어르신들이 키우는 경로당 앞 텃밭
어르신들이 키우는 경로당 앞 텃밭 ⓒ김윤경

어르신들은 근처 충무스포츠센터에 오래 다녀서 14일부터 시작하는 수영에도 관심을 보였다. 그동안 건강관리는 그냥 약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한 어르신이 충무스포츠센터는 지금 백신접종센터로 운영되는 곳이라며, 백신 이야기를 꺼냈다. 

백신 접종은 어땠을까. 이정숙 회장은 “처음에 살짝 부은 듯 뻐근했는데, 우리 경로당 분들은 별 이상 없이 건강하셨다”고 말했다.
“저는 수술을 받아서 지금도 스텐트를 삽입하고 있어요. 그래서 문진표를 쓰고 의사한테 맞아도 되는지 물어보고 맞았는데, 맞고 나니 한결 마음이 놓여요.”

아직은 화상을 통해 요가 프로그램을 하고 있지만, 일단 얼굴 보며 밥 먹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어르신들은 무척 기쁜 모습이었다. 또한 경로당 텃밭에서 키우는 식물이 자라나는 걸 보며 상황이 더 나아질 거라는 기대감도 드러냈다. 
경로당 문에 붙어 있는 공문
경로당 문에 붙어 있는 공문 ⓒ김윤경

경로당 문에는 개방을 알리는 공지문이 붙어 있었다. 대상은 모두 접종 후 2주가 지난 자로 명시돼 있다.
“아직 우리 경로당에서 3명은 아스트라제네카(AZ)를 맞아서 8월에 맞을 2차를 기다리고 있어요. 모두 더 좋은 날이 오겠죠.”
충무스포츠센터는 수영장을 오픈했다.
충무스포츠센터는 수영장을 오픈했다. ⓒ김윤경

한편, 중구에서는 충무스포츠센터와 회현체육센터 등 스포츠센터 운영도 시작했다.
"접종 2단계 후 14일 지난 기존 회원들에 한해 아쿠아수영, 효도수영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있고요. 회원이 아니라면 임시로 오전, 오후 자유 수영 두 타임 등록이 가능합니다. 대신 타월 등은 미지급되고요."
충무스포츠센터 담당자가 말했다. 여전히 앞날은 불확실하다. 현재도 백신과 함께 변이바이러스라는 두려움이 존재하고 있다. 스포츠도, 여행도 마음껏 누리기 위해서는 방역수칙을 더 잘 지켜야 하는 건 두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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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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