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오스크 체험존, 디지털 약자를 위한 배려입니다!

시민기자 윤혜숙

발행일 2021.05.20. 16:32

수정일 2021.05.20.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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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구 ‘키오스크 체험존’ 운영…어르신들 '차표 예약·메뉴 주문' 등 실전 연습
매장마다 키오스크가 늘어나고 있다.
매장마다 키오스크가 늘어나고 있다. ⓒ윤혜숙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우리 사회를 급격하게 비대면 방식으로 바꿔놓고 있다. 그 여파로 작년부터 매장에 키오스크가 많이 설치되었다. 사람들이 자주 드나드는 패스트푸드점, 분식점, 커피전문점 등에 가면 입구에 설치된 키오스크가 직원을 대신해 사람들을 반기고 있다. 키오스크는 스크린 터치 방식의 무인 단말기다. 사람들은 키오스크에 손가락을 대고 누르면서 원하는 것을 주문한다. 각자 원하는 품목을 선택한 후 카드나 현금으로 결제하면 주문이 완료된다. 
은평구는 '2021 찾아가는 정보화교육'으로 키오스크 체험존을 운영한다.
은평구는 '2021 찾아가는 정보화교육'으로 키오스크 체험존을 운영한다. ⓒ윤혜숙

키오스크로 할 수 있는 주문이나 예약을 스마트폰 앱으로도 할 수 있다. 그래서 스마트폰 앱을 사용할 수 있다면 키오스크 사용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스마트폰 앱으로 주문이나 예약을 해왔던 필자도 키오스크 앞에서 당황했던 경험이 있다. 난생 처음 패스트푸드점에서 키오스크를 대했을 때다. 주문부터 결제까지 버튼을 눌러서 진행해야 하는데 막히기 시작했다. 그때 뒤에 있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주문을 포기한 채 매장을 나왔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스크린에서 알려주는 대로 버튼을 누르면 간단한데 그때는 순간 당황해서 스크린의 글자가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마도 지금 어르신들이 필자와 같은 마음일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어르신들이 키오스크를 앞에 두고 얼마나 당황해 하실지 충분히 공감한다. 
갈현노인복지관 앞에 키오스크 체험존을 알리는 세움간판이 있다.
갈현노인복지관 앞에 키오스크 체험존을 알리는 세움간판이 있다. ⓒ윤혜숙

비대면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매장에서 직원 대신에 키오스크를 마주한 채 주문하는 게 코로나19 감염의 위험에서 자유롭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종식된다 해도 매장에 설치된 키오스크는 철수하지 않을 것이다. 인건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키오스크를 회피하지 않고 누구나 키오스크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키오스크 체험존이 있어서 반갑다.  

은평구립갈현노인복지관을 지나치다가 복지관 앞에 키오스크 체험존을 알리는 세움 간판이 있는 것을 보았다. 길거리를 오가는 어르신들이 “이게 뭐냐?”라고 물으면서 복지관에 들어간다. 처음엔 어떻게 할지 몰라서 가만히 쳐다보기만 한다. 안내데스크에 있는 직원이 사용법을 알려주니 천천히 키오스크 스크린을 터치하면서 연습한다. 어르신들은 기차나 고속버스 예매, 주민등록등본 발급, 패스트 푸드 주문 순으로 많이 연습한다.   
어르신들이 복지관을 드나들면서 키오스크 체험존을 이용한다.
어르신들이 복지관을 드나들면서 키오스크 체험존을 이용한다. ⓒ윤혜숙

복지관은 지난 4월 30일부터 5월 14일까지 2주간 키오스크 체험존을 설치했다. 물론 키오스크 체험존만 설치해 둔 것은 아니다. 그동안 어르신 대상으로 키오스크 사용법 교육도 진행했다. 은평구청 스마트정보과의 지원으로 강의실에 미니 키오스크를 두고 1회 2시간씩 총 4회 교육했다. 교육을 받던 어르신들은 종이에 빼곡히 받아적으면서 “수업을 받고 나서 잊어버리면 어떻게 하냐?”라고 걱정했다. 그런 어르신을 위해 1층에 키오스크 체험존을 마련했고, 어르신들은 복지관을 드나들면서 그냥 지나치지 않고 수시로 연습을 했다. 
체험형 키오스크를 사용해서 총 10가지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다.
체험형 키오스크를 사용해서 총 10가지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다. ⓒ윤혜숙

키오스크 체험존의 이점은 무엇일까? 어르신이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키오스크를 하나의 키오스크로 전부 체험할 수 있다. 음식주문(패스트푸드, 카페, 분식), 티켓발매(기차, 고속버스, 영화관), 민원발급(주민등록등본, 가족관계증명서), 요금정산(무인주차장), 물류(무인사물함) 총 5개 분야 10개의 프로그램이 있다. 

또한 난이도에 따라 3단계로 구성되어 따라하기, 도전하기, 혼자하기 순으로 연습할 수 있다. 그리고 실전과 같이 카드로 결제하고 영수증도 발행할 수 있다. 물론 카드를 투입하고 결제한다고 해도 실제 돈이 출금되는 것은 아니다. 그냥 연습에 불과하다.      
단계별 난이도에 따라서 체험할 수 있다.
단계별 난이도에 따라서 체험할 수 있다. ⓒ윤혜숙

복지관에서 교육을 받고 나가는 어르신이 키오스크 체험존 앞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이거 한 번 연습하고 가야지”라면서 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낸다. 키오스크에서 카페를 선택한 뒤 따라하기를 연습하신다. 어르신이 즐겨 마시는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주문해서 결제한 뒤 영수증까지 발행하면 끝난다. 자신감이 생긴 어르신은 이번에는 분식점을 선택한 뒤 참치김밥을 주문해서 결제한 뒤 영수증을 발행한다.
체험형 키오스크로 연습하면 실전처럼 영수증이 발행된다.
체험형 키오스크로 연습하면 실전처럼 영수증이 발행된다. ⓒ윤혜숙

이경승 어르신(76세)은 “그동안 매장에 가서 키오스크로 주문해 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 그 이유를 여쭤보니 그는 “뭘 어떻게 눌러야 할지 몰라서 머뭇거리고 있으면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들 눈치가 보여서 그냥 나왔다. 그런데 복지관에 키오스크 체험존이 있어서 복지관에 올 때마다 메일 한두 번씩 키오스크로 연습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서 여러 번 연습해서 어떻게 하는지 아니깐 이젠 매장에 가서 주문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전했다. 
어르신이 탭을 이동하면서 커피를 주문하고 있다.
어르신이 탭을 이동하면서 커피를 주문하고 있다. ⓒ윤혜숙

서울시는 디지털 격차를 완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생활 곳곳에 늘어난 키오스크 사용법을 익힐 수 있는 ‘키오스크 체험존’을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생활복지시설 46곳에 체험용 키오스크를 보급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 내에도 50대를 추가 보급하기로 했다. 은평구는 '2021 찾아가는 정보화교육'으로 관내 노인복지관을 순회하고 있다. 복지관별로 키오스크 사용법 교육과 함께 2주간 키오스크 체험존을 운영하고 있다. 키오스크 체험존을 운영하는 복지관에서는 어르신 대상으로 키오스크 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다시 키오스크 체험존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한다. 

체험용 키오스크는 실제 주문하는 것처럼 연습 프로그램이 설치되어 있다. 체험은 설치된 기관의 사회복지사, 디지털 강사 등의 도움을 받거나, 어르신 스스로 체험용 키오스크를 활용하여 연습해 볼 수 있다.

은평구립갈현노인복지관 김희주 과장은 “급변하는 시대에 맞춰서 키오스크 같은 디지털 기기를 도입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디지털 약자를 배려하는 기능도 덧붙여지면 좋겠다”면서 바람을 밝혔다.
직원이 키오스크 사용법을 알려주고 있다.
직원이 키오스크 사용법을 알려주고 있다. ⓒ윤혜숙

평소 주변에서 키오스크를 경험했던 어르신들은 키오스크에 여러 탭이 있어서 복잡하다고 하신다. 어르신의 인지 기능 저하로 인한 문제이긴 하지만 어르신까지 배려해서 키오스크 구성을 단순하게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키오스크의 글씨가 작아서 식별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키오스크에 돋보기 기능이 있어서 글씨를 크게 키울 수 있다면 어르신들이 보기에 편하실 것이다.  

우리 사회 곳곳에 사람을 대신하는 다양한 키오스크가 설치되고 있다. 키오스크가 늘어나는 만큼 디지털 약자를 위한 교육 및 체험용 키오스크 보급으로 어르신들이 키오스크를 불편 없이 사용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 문의 : 은평구 스마트정보과 02-351-6356

시민기자 윤혜숙

시와 에세이를 쓰는 작가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다양한 현장의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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