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문제 '고독사'…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까?

시민기자 김진흥

발행일 2021.05.03. 10:33

수정일 2021.05.04. 10:46

조회 5,978

서울시복지재단, 4월 28일 사회적 고립지원 포럼 개최

지난해 12월 초, 한 고독사 사연이 전해졌다.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 한 다세대 주택에서 60대 여성과 30대 발달장애가 있는 아들이 10여 년간 거주했다. 그러나 어느 날 60대 여성이 불명확한 시점과 이유로 생을 마감했다. 국과수 부검 결과 정확한 사망 시점을 알 수 없었다. 이를 인지하지 못한 아들이 배고픔에 못 이겨 집밖을 나와 노숙을 했다. 며칠 후, 한 사회복지사가 그 아들을 발견하면서 60대 여성의 고독사가 뒤늦게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장기화되면서 사람들의 만남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5인 이상 모이기 어려울뿐더러 명절에도 가족끼리 옹기종기 모이기 어려운 형편이다. 여행 등 대외활동도 자제하는 코로나 형국에서 밖을 자유롭게 돌아다니기도 힘들다. 
고독사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고독사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서울시

그렇다 보니 상대적으로 노년층의 활동 영역이 줄어들면서 고독사가 증가하고 있다. 이는 무연고 사망자 통계에서도 알 수 있다. 보건복지부의 ‘2020년 무연고 시신처리 현황’ 자료에서 지난해 전국에서 확인된 무연고 사망자는 2,947명이었다. 전년도보다 200명 이상 증가했다. 5년 전(2016년)보다 1,127명이 늘었다. 전문가들은 무연고 사망자 수가 고독사의 전부를 나타내는 건 아니지만 이전보다 증가했다는 것은 확실하다고 전했다. 

고독사는 우리나라 사회의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도 오세훈 당시 후보를 비롯한 여러 후보들이 고독사 이슈에 대해 언급했다. 최근 많은 지자체들도 고독사 예방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과 정책들을 밝히기도 했다. 
제1차 서울시 사회적 고립지원 포럼은 '서울, 사회적 고립의 위험과 대응'을 주제로 진행됐다.
제1차 서울시 사회적 고립지원 포럼은 '서울, 사회적 고립의 위험과 대응'을 주제로 진행됐다. ⓒ서울시복지재단

이러한 흐름 속에서 서울시는 시민과 함께 고독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자리를 마련했다. 서울시복지재단은 지난 4월 28일 오후 2시, 재단 유튜브를 통해 ‘서울, 사회적 고립의 위험과 대응’을 주제로 '제1차 서울시 사회적 고립지원 포럼'을 개최했다. 서울시복지재단이 주관한 이 포럼은 지난 3년 간 서울시 고독사 예방 종합대책의 성과를 공유하고 고독사 예방 정책 공조를 위한 공론의 장을 마련하고자 열었다. 

유연희 서울시복지재단 지역복지통합본부 본부장은 “2017년부터 사회적 고립에 대한 지원 사업을 하고 있으며, 관계망을 중심으로 하는 기틀을 마련했다. 현장과의 시범 사업을 통해 다양한 실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사회적 고립이라는 새로운 위협에 대해 함께 성찰하고, 현장의 사례를 나눠보면서 대안을 함께 나누는 좋은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포럼은 주제 발표와 토론으로 나눠 진행했다. 발표는 송인주 서울시복지재단 선임연구위원과 하영태 서울시 복지정책실 지역돌봄복지과장이 각각 20분씩, 김수민 영등포구청 복지정책과 주무관과 임정희 금천누리복지관 과장이 각각 10분씩 맡았다. 
송인주 서울시복지재단 선임연구위원이 분석한 자료들을 발표했다.
송인주 서울시복지재단 선임연구위원이 분석한 자료들을 발표했다. ⓒ서울시복지재단 유튜브

첫 번째 주제발표를 맡은 재단의 송인주 박사는 ‘서울시 고독사 위험계층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서울시와 서울청이 파악한 자료들(2019~2020년 서울시 장제급여 수급자 현황, 서울시 취약계층 사망사건 현황 분석 등)을 분석한 것이다. 이번 발표에서는 서울시가 파악하고 있는 고독사 현황과 위험 현황을 전했다. 

송 박사는 고독사에 대해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사는 사람이 자살, 병사 등으로 혼자 임종을 맞고 시신이 일정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죽음”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송 박사는 ‘혼자 살고 집에서 사망한 후 3일 이후 발견된 경우’를 ‘고독사 확실’로, ‘혼자 살고 집에서 사망 후 발견된 경우’를 ‘고독사 위험’으로 분류했다.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서울시 행정데이터에 나타난 6697건의 사망자 관련 자료들 중 고독사 확실은 52건, 고독사 위험은 978건으로 집계됐다. 

이중 송 박사는 고독사 확실 52건에 대해 집중 분석했다. 고독사는 남성, 60대 초반 연령대에서 주로 나타났고 거주지는 다가구주택, 주택, 임대아파트, 고시원 순으로 나타났다. 남성 사망자들 다수가 당뇨, 간경변, 고혈압, 알콜중독 등의 질환을 가지고 있었고 여성은 간경변, 고혈압, 뇌출혈, 폐렴 순으로 파악됐다. 
고독사 위험층 연령구간과 전체 사망자 연령구간 비교한 결과, 남성과 여성의 분포가 상당히 다름을 알 수 있다.
고독사 위험층 연령구간과 전체 사망자 연령구간 비교한 결과, 남성과 여성의 분포가 상당히 다름을 알 수 있다. ⓒ서울시복지재단 유튜브

특히, 송인주 박사가 눈여겨 본 것은 고독사 위험 계층의 나이였다. 고독사 위험 연령구간과 전체 사망자 성별 연령구간(2020년 기준)을 비교했을 때, 여성 고독사 위험 연령구간이 전체 사망자 연령구간이 80세 이상으로 비슷하게 나타났다. 반면 남성은 전체 사망자 연령이 70대와 80대에 집중 분포되었지만 고독사 위험 연령구간이 60대가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은 50대가 차지했다.  

이에 대해 송 박사는 “지난해 고독사한 여성에 비해 고독사 위험 계층의 남성 연령은 전체 사망자 연령에 비해 젊게 나타났다. 2016년 보고에서 ‘50대 남성 고독사가 서울시의 큰 문제다’라고 발표했는데 이것과 맥락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5년 후인 현재는 2016년보다 조금 나이가 든 걸 봤을 때 베이비부머 인구 집단이 고독사 특성을 나타난 집단으로 나타난 게 아닐까 추측한다”고 전했다. 
송인주 박사가 고독사 위험 현황에 대해 전하고 있다.
송인주 박사가 고독사 위험 현황에 대해 전하고 있다. ⓒ서울시복지재단 유튜브

한편 고독사 위험 계층이 남녀 상관없이 공통적으로 나타난 것은 고독사 전 건강에 관한 문제가 많았다는 점이다. 이들은 암, 투석, 장애 등을 호소했고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면서 사회와 단절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생활 관리에도 어려움을 드러냈다.  

송 박사는 “서울시가 지금도 여러 고독사 위험 계층들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 자료들을 토대로 고시원, 여관, 모텔 등 다가구 주택 거주자들과 50~60대 남성에 대한 안전망 확보가 필요하다. 그리고 생활습관 질병으로 불리는 당뇨 등의 질환이 고독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들에게 영양관리와 생활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영태 서울시 복지정책실 지역돌봄복지과장이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하영태 서울시 복지정책실 지역돌봄복지과장이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복지재단 유튜브

다음으로는 하영태 서울시 지역돌봄복지과 과장은 ‘서울시 고독사 예방 종합대책 3년 성과와 과제’를 발표했다. 서울시의 고독사 예방 노력은 2016년부터 시작됐다. 서울시복지재단의 ‘고독사 실태파악 연구’가 계기가 되어 2017년 고독사 예방 시범 사업들(우리동네 돌봄단 등)을 벌였다. 2018년에는 전국 최초로 고독사 예방과 관련된 조례를 제정했다.

2021년 현재는 25개 구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와 민간 복지 기관 및 지역주민이 함께하는 ‘고독사 없는 서울’ 사업으로 확대됐다. 

하영태 과장은 이같은 사업들로 서울시의 성과들과 한계들에 대해 전했다. 하 과장은 “서울시는 경찰과 고독사 관련 통계 자료들을 공유하면서 고독사 예방대책을 더 면밀히 마련할 예정이다. 그리고 코로나 19 장기화로 대면 서비스 한계가 노출되고 있는 시점에서 스마트 기술기반을 활용한 비대면 돌봄 안전 확인 서비스 등 여러 시범 사업들을 추진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하 과장은 “서울시가 고독사 예방사업에 관해서는 가장 선도적으로 추진하고 있었으며, 앞으로도 고독사 예방 관련한 일들은 선두에서 나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영등포구청 복지정책과 김수민 주무관이 현장의 애로사항을 전하고 있다.
영등포구청 복지정책과 김수민 주무관이 현장의 애로사항을 전하고 있다. ⓒ서울시복지재단 유튜브

세 번째 발표는 고립 가구들을 현장에서 만나는 담당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고립 가구 관련 업무를 3년째 맡고 있는 김수민 주무관이 진행했던 사업들과 담당자들의 목소리들을 대표해서 전했다. 

김 주무관은 “복지공동체, 이웃살피미, 우리동네돌봄단, 복지 사각지대 업무 등이 한번에 쏟아지면서 담당자들의 피로도가 매우 커졌다. 굵직한 사업들이 많은데 직원들의 업무에 따른 보상은 없다 보니 업무에 적극성이 떨어지는 것 같다”며 의견을 알렸다. 

마지막 발표자로 나선 임정희 금천누리종합사회복지관 과장은 기관에서 지난해에 벌였던 사업들에 대해 소개했다. 
시민들과 발표자들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시민들과 발표자들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서울시복지재단 유튜브

주제 발표 이후 시민들과 발표자들이 의견을 오가면서 토론을 진행했다. 시민들은 문자와 유튜브 실시간 채팅창을 통해 의견을 전했다. 

이 중 김국화 씨는 “나이들어 보니 더욱 실감나는 내용이었다.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우리동네 돌봄을 하고 있는 서복자 씨는 “강의를 들으니 도움 필요한 분들이 많아 안타까움이 많다. 더구나 코로나 19가 오래돼 효과적으로 도움을 드렸으면 하는 마음이다”라고 의견을 남겼다. 또한 오하인 씨는 “사회적 고립가구의 관계 형성이 필요한 것은 알겠다. 그러나 관계 형성을 위한 그분들의 참여 유도가 참 힘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들 의견에 대해 임정희 금천누리종합사회복지관 과장은 “우리 기관의 경우에는 관계 형성을 위해 그 사람에게 맞는 일자리를 알아보거나 기관 관계자가 아닌 고독 위험 계층군과 같은 고시원에서 거주하는 분들이 직접 컨택해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등 여러 루트들로 관계 형성을 진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적으로 관심을 준다는 것, 그리고 ‘당신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라는 인식을 심어준다면 거부하신 분들이 점점 마음 문을 여는 것 같다”고 답했다.  
제1차 포럼 영상은 서울복지재단 유튜브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제1차 포럼 영상은 서울복지재단 유튜브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복지재단 유튜브

제1차 서울시 사회적 고립지원 포럼은 90분간 진행됐다. 앞으로 서울시는 올해 3차례 더 사회적 고립지원에 관한 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다. 제1차 포럼 영상은 서울시복지재단 유튜브에서 다시 볼 수 있다.

시민기자 김진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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