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에서 만난 어르신 일터…호호실실공방·카페 이막
발행일 2021.04.26. 14:25
강서구, 지하철 5호선 역사에 시니어 공방·카페 공간 운영
제주도 특산품과 수공예품 판매하는 김포공항역 '호호실실공방'
지하철 5호선에는 시니어 공방, 시니어 카페가 있다. 5호선 김포공항역 512-209에는 '호호실실공방'이 있다. 꽃처럼 단아한 두 어르신이 코바늘로 뜨개질을 하고 계셨다. 가만 들여다보니 앙증맞은 동백꽃이었다. 호호실실공방은 제주특산물과 공예품 판매점으로, 강서구가 5호선 역사 안에 마련한 어르신 일터 두 곳 가운데 하나다.
지하철 5호선 김포공항역 역사 내 호호실실 공방에서 어르신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이선미
어르신들은 일자리 수행기관인 강서시니어클럽에서 사전 교육을 받고 현장에 투입되었다. 이날 근무 중이던 두 분 역시 수공예와 응대 서비스 등을 교육 받고 한 조가 되어 근무하게 되었다.
호호실실공방에서는 제주도 특산품과 수세미·파우치·가방 등 손뜨개 공예품을 판매한다. ⓒ이선미
우연히 같은 방화동 주민인 두 분은 일을 하게 된 경로가 달랐다. 장안수 님은 처음부터 시니어클럽 호호실실공방에서 공예품을 제작했다. 반면에 이현란 님은 동네 주민센터에서 노인일자리를 신청하고 뜨개공방을 알게 되었다. 어르신들의 세대는 바느질과 뜨개질이 손에 익어서 특별히 어려움이 없었다. 이현란 님은 소일거리도 되고 수입도 생긴 데다 ‘출근’의 설렘도 특별한 경험이라고 기쁨을 드러냈다.
“평소 같으면 늦잠을 잘 수도 있는데, 출근한다고 생각하니 설레기도 하고요.”
“평소 같으면 늦잠을 잘 수도 있는데, 출근한다고 생각하니 설레기도 하고요.”
강서시니어클럽의 사전교육을 통해 호호실실공방에 근무하게 된 두 어르신 ⓒ이선미
강서구가 마련한 일자리 공간이기 때문에 그만큼 책임감도 느껴져서 이 옷을 입을까 저걸 입을까 행복한 고민도 한다고 했다. 조금이라도 더 깔끔한 차림으로 손님들을 편안하게 응대하기 위해 약간의 긴장도 묻어났지만 무척 즐거워보였다.
제주도 특산품인 초콜릿과 떡, 과자, 도자기 제품 등과 제주도를 느낄 수 있는 소소한 제품들을 만날 수 있다. ⓒ이선미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한 청년이 들어와 초콜릿을 샀다. 제주도에 다녀오는 길인데 오히려 여기서 사는 게 좋다며 벌써 여러 번 이용했다고 한다. 다른 손님들의 경우도 제주도에서 사는 대신 호호실실공방을 들르기도 한다고 전해주었다.
한 시민이 제주도에서 오는 길에 제주도 특산품인 초콜릿을 구입하고 있다. ⓒ이선미
어르신들은 두 사람이 한 조가 되어 4시간씩 3교대로 근무하는데, 파트너는 임의로 정해진다고 한다. 처음 만나서 함께 근무하는 것이어서 “짝꿍이랑 잘 맞는 것도 중요한 문제겠네요?”라고 묻자 "맞춰가는 거죠"라며 활짝 웃으셨다. 연륜이 묻어나는 우문현답이었다.
어르신들의 뜨개 작품들이 있는 호호실실공방과 제주도 상징인 동백꽃 ⓒ이선미
우장산역사에 문을 연 ‘카페 이막’
우장산역 516-104호에는 ‘카페 이막’이 문을 열었다. 기자가 찾은 시간은 주말 오후여서 오히려 유동인구가 많지 않았다. 평일에는 세 사람이 교대로 일을 하는데 주말은 2인이 근무 중이었다.
우장산역 내 ‘카페 이막’ 전경 ⓒ이선미
손님이 없는 시간인데도 황호분, 최순애 두 어르신은 분주했다. 아직 여러 가지 손에 익지 않아서 이것저것 익힐 것이 많다고 했다. 커피를 내리고 컵과일과 샌드위치, 쿠키 등을 판매하는 일과 매장 관리 등이 어르신들의 일이다. ‘카페 이막’에서 판매하는 샌드위치와 컵과일들은 강서시니어클럽의 호호실실케이터링에서 제공하고 있다.
‘카페 이막’에서 판매하는 샌드위치와 컵과일 ⓒ이선미
당연한 일이지만 어르신들에게 가장 어려운 건 포스단말기 사용이다. 생전 처음 사용하는 기계인 데다 계산은 정확해야 하기 때문에 긴장이 크다고 했다. 손님이 많으면 차분하게 계산하는 게 조금 더 어려운데 그럴 때면 손님들이 도와주기도 한단다. 뭔가 문제가 있거나 잘 찾지 못하면 가르쳐주고 기다려준다며 조금씩 이렇게 해가면 조만간 능숙해질 수 있지 않겠느냐고 웃으신다.
“할머니들이 일을 하고 있으니까 실수를 해도 다들 도와주려고 해요.”
“할머니들이 일을 하고 있으니까 실수를 해도 다들 도와주려고 해요.”
카페 이막은 무척 단정한 느낌으로 꾸며졌다. ⓒ이선미
한 시민이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며 텀블러를 내밀었다. 어르신들이 반색을 했다. 환경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고 이구동성이었다. 손님은 커피를 한 잔 사서 전철을 탈 때까지 다 마시기가 애매한 데다 일회용을 쓰지 않기 위해 텀블러를 들고 다닌다고 했다.
한 시민이 텀블러를 들고와 커피를 주문했다. ⓒ이선미
이날은 오픈 기념 판매 중이어서 아이스아메리카노와 샌드위치를 세트로 사면 할인금액이 적용되었다. 그런데 포스기에는 ‘아메리카노+샌드위치’는 있어도 아이스아메리카노와 조합은 없었다.
“팀장님, 아이스아메리카노와 샌드위치는 입력이 안 돼 있어요. 뭘로 계산해야 해요?”
잘 모르는 게 생기면 팀장에게 전화를 걸어 하나하나 확인하며 일을 배워가는 어르신들이 학생처럼 풋풋해보였다.
“팀장님, 아이스아메리카노와 샌드위치는 입력이 안 돼 있어요. 뭘로 계산해야 해요?”
잘 모르는 게 생기면 팀장에게 전화를 걸어 하나하나 확인하며 일을 배워가는 어르신들이 학생처럼 풋풋해보였다.
카페 이막에서 근무 중인 우장산동 황호분 님과 마곡동 최순애 님 ⓒ이선미
‘카페 이막’에서 만난 두 어르신은 카페가 문을 열면서 만나 몇 차례 같이 일을 했는데, 다시 조를 짜는 바람에 헤어져야 한다며 섭섭해 하셨다. 이제 막 시작하다보니 여러 가지 시행착오가 있을 것 같았다. 벌써 일을 포기한 분도 있고, 효율적인 업무를 위해 인원 배치도 조금씩 변화를 겪을 것 같다. 당분간 거치게 될 이런 과정이 더 나은 노인일자리의 마중물이 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호호실실공방’과 ‘카페 이막’은 만 60세 이상 어르신 총 73명이 운영하고 있다. 하루에 2, 3명이 4시간씩 교대로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근무한다. 이미 백세시대에 접어든 지금, 청장년층만이 아니라 노년층에 대한 일자리 창출도 절실한 문제가 되었다. 청소년과 청장년도 그렇지만 노인들의 삶의 질이 충족되어야 사회도 건강해질 수 있다. “앞으로도 어르신들에게 자긍심과 만족도 높은 일자리를 지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강서구의 입장이 더 반가운 이유였다.
■ 문의 : 강서구청 어르신복지과 02-2600-6492
현재 ‘호호실실공방’과 ‘카페 이막’은 만 60세 이상 어르신 총 73명이 운영하고 있다. 하루에 2, 3명이 4시간씩 교대로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근무한다. 이미 백세시대에 접어든 지금, 청장년층만이 아니라 노년층에 대한 일자리 창출도 절실한 문제가 되었다. 청소년과 청장년도 그렇지만 노인들의 삶의 질이 충족되어야 사회도 건강해질 수 있다. “앞으로도 어르신들에게 자긍심과 만족도 높은 일자리를 지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강서구의 입장이 더 반가운 이유였다.
■ 문의 : 강서구청 어르신복지과 02-2600-6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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