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숲 속을 걸어요! 관악산 무장애숲길

시민기자 조수연

발행일 2021.04.29. 10:30

수정일 2021.04.29. 16:58

조회 3,916

배리어 프리 디자인 적용된 관악산 무장애숲길 걸어볼까?

초등학교 때, 몸이 불편한 친구와 같은 짝이 됐다. 당시 담임선생님은 필자를 따로 불러, “네가 가장 착해서 맡겼다”라며 “1년 동안 옆에서 도와주라”라고 부탁했다. 담임선생님께서는 평소에는 부탁할 일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덧붙이셨다. 선생님 말씀대로 필자가 친구를 돕는 일은 주로 현장 체험학습에서였다.

현장체험학습은 주로 서울대공원이나 서울랜드로 갔다. 학교에서 가까웠기 때문이다. 다른 친구들과 달리 휠체어를 탔던 친구는 느렸다. 초등학교 5학년의 친구들은 뛰어놀기 바빴는데, 필자는 친구 옆에서 과자를 먹으며 함께 걸었다. 제약도 많았다. 계단이 있는데 엘리베이터가 없는 경우가 많아 먼 거리를 돌아서 간 적도 있고, 아예 출입 자체가 힘들었던 곳도 많았다. 비장애인은 쉽게 넘을 수 있는 6cm의 작은 턱도, 친구에게는 높은 벽과도 같았다.
문턱을 없앤 관악산 무장애숲길은 누구나 걷기 좋다.
문턱을 없앤 관악산 무장애숲길은 누구나 걷기 좋다. ⓒ조수연

벌써 15년이 더 된 이야기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의 벽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에 시민단체와 지자체는 배리어 프리(barrier free)에 기반한 시설을 요구하며, 만들고 있다. 배리어 프리는 1974년 국제연합 장애인생활환경전문가회의에서 ‘장벽 없는 건축 설계(barrier free design)’에 관한 보고서가 나오면서 건축학 분야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용어다.

이는 휠체어를 탄 고령자나 장애인들도 비장애인과 다름없이 편하게 살 수 있게 하자는 뜻에서 주택이나 공공시설을 지을 때 문턱을 없애자는 운동이다. 현재는 장애인이나 노인에 대해 사회가 가지는 마음의 벽까지 허물자고 주장한다. 

2021년, 현재 서울시에서는 배리어 프리를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특히 배리어 프리 디자인이 접목되기 어려운 ‘산’에서도 배리어 프리를 기반으로 한 ‘무장애숲길’이 조성돼 있는데, 관악구는 관악산 인근에 ‘무장애숲길’을 조성했다.
관악산 무장애숲길은 정문에서 약 30분 걸어야 한다.
관악산 무장애숲길은 정문에서 약 30분 걸어야 한다. ⓒ조수연

관악산 무장애숲길은 서울대학교 옆 관악산 입구에서 약 30분 정도 걸어야 한다. 물론 걷는 길도 모두 평지로 이뤄져 보행이 불편한 장애인, 노인들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약 30분, 1.5km를 걸으면, 제2광장 화장실과 함께 무장애숲길이 나타난다.

관악산 무장애숲길은 2013년 대한민국 국토도시디자인대전에서 국토교통부 장관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장애인과 노약자 등 보행약자들도 데크형 경사로를 따라 숲을 체험하고 서울 시내를 조망할 수 있도록 조성된 점”을 인정받았다.
관악산 무장애숲길은 서울대학교 옆 관악산 입구에서 약 30분 정도 걸어야 한다ⓒ조수연
관악산 무장애숲길은 서울대학교 옆 관악산 입구에서 약 30분 정도 걸어야 한다 ⓒ조수연

총 1.3km 구간에 조성된 무장애 숲길은 제1구간이 750m, 제2구간이 550m다. 제1구간은 또 1-1구간과 1-2구간으로 나뉘는데, 1-1구간은 330m, 1-2구간은 400m다. 제2광장 화장실에서 열녀암에 이르는 구간이다. 다만, 관악산 무장애숲길은 경사로가 많기 때문에 전동 휠체어를 이용할 때는 급발진으로 인한 추락 사고의 위험이 있어 반드시 보호자와 동행해야 한다.
관악산 무장애숲길은 총 1.3km 구간에 조성되었다
관악산 무장애숲길은 총 1.3km 구간에 조성되었다 ⓒ조수연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무장애숲길에는 등산객이 많이 보였다. 어르신들도 많았다. 이날 무장애숲길을 방문한 한 어르신은 “나 같은 사람은 계단 걷기가 힘들어 산에 갈 수 없다”라며 “천천히 걸을 수 있어 종종 무장애숲길을 찾는다”라고 전했다.

관악산 무장애숲길과 함께 서울에는 몇 개의 무장애숲길이 더 있다. 서대문구 봉원동 산 1번지에는 안산 무장애숲길이 있다. 안산 무장애숲길은 전국 최초 순환형 무장애숲길이다.
무장애숲길이 있어 관악산을 즐기기 더욱 편해졌다.
무장애숲길이 있어 관악산을 즐기기 더욱 편해졌다. ⓒ조수연

서울 중랑구 용마산로 62길 53에는 용마산 무장애숲길이 있다. 용마산 무장애숲길은 2.2km의 숲길로, 중랑둘레길과 연결돼 있다는 장점이 있다. 숲길 곳곳에 북카페가 즐비하고, 인문학길, 치유의 숲이 있어 힐링하기 좋다.
관악산 무장애숲길은 경사도가 8도 이하로 설계됐다.
관악산 무장애숲길은 경사도가 8도 이하로 설계됐다. ⓒ조수연

코로나19로 외출이 어려운 요즘, 인근 무장애숲길을 찾아보자. 남녀노소 장애 유무를 떠나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고, 산이 주는 시원한 바람을 맞을 수 있다. 관악산과 안산, 용마산 외에 더 많은 무장애숲길이 만들어져, 모든 서울시민이 안심하고 걸을 수 있는 숲길이 많아지길 바란다.

■ 관악산 무장애숲길

○ 위치 : 서울 관악구 신림동 제2광장 개방화장실 옆
○ 문의 : 02-877-5850

시민기자 조수연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고,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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