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중증외상 최종치료센터' 본격 운영

시민기자 박은영

발행일 2021.03.29. 14:03

수정일 2021.03.30. 13:45

조회 1,971

연중무휴 24시간 집중치료…4개 병원 외상외과 등 중환자실·수술실 갖춰

한동안 중증환자의 보호자로 살았다.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에 자주 가야했다. 응급실을 가야 하는 상황도 힘들지만, 응급실에서 대기하는 상황은 더 힘들었다. 집 주위 대학병원 응급실은 거의 그랬다. 병실이 없어 응급실에서 이틀 밤을 지새운 적도 있다. 보호자도 마찬가지이다. 의자에서 링거를 꽂은 채 쪽잠을 자는 환자를 돌보며 힘든 시간을 견뎌야 했다. 중증외상 환자라면 얘기는 다르다. 환자의 시간이 바로 생명과 연결되는 ‘골든타임’이 있기 때문이다. 

중증외상환자 치료…'골든타임' 사수가 가장 중요!

보도에 따르면 매년 응급실을 찾는 190만 명, 이 중 7만 명 정도가 중증외상 환자라고 한다. 그중에 10%에 가까운 8,000여 명이 사망에 이른다. 이중엔 '골든타임'에 응급 치료를 받았다면 살 수도 있는 환자가 속해 있다. 

필자가 외상센터의 중요성을 알게 된 것은 ‘골든타임’(2012)이란 드라마를 통해서다. 이어서 외상센터에서 환자를 돌보는 이국종 교수의 존재로 많은 사람들이 외상센터의 필요성을 비로소 인식하게 됐다. 위급한 외상 환자를 다루는 외상센터가 확대되면서 골드타임 내 병원에서 치료를 하고 목숨을 살리는 환자의 비율도 늘기 시작한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여러 권역에서 ‘예방 가능한 외상 사망률’이 19.9%로 이전보다 크게 낮아졌다. 하지만 서울의 경우 2015년 30.8%에서 30.2%로 0.6%포인트 개선되는 데 그쳤다. 
중증외상 최종치료센터로 지정된 고대안암병원
중증외상 최종치료센터로 지정된 고대안암병원 ⓒ박은영

서울시 중증외상 최종치료센터 3월부터 첫 운영

비결은 ‘골든타임’이다. 중증외상환자의 목숨은 이렇듯 권역외상센터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달라졌다. 응급환자를 살릴 수 있는 1시간. 이송도, 응급처치도, 빨라져야 했다. 곧바로 권역외상센터로 옮겨진 경우 사망률은 낮아지지만, 수술 방이 없어 다른 병원을 거치면 31.1%, 두 번 이상 거치면 40%로 사망률이 크게 오르기 때문이다. 

이에 서울시는 예산 6억3,000만원을 민간 병원에 지원, 민관협력 방식으로 구축한 ‘중증외상 최종치료센터’ 4곳을 마련했다. 서울에서 발생한 중증외상환자가 1년 365일, 하루 24시간 내내 전문 치료를 받는 게 가능하다는 얘기다. 

서울에서 지정한 ‘중증외상 최종치료센터’ 4곳은 ▲고려대구로병원, ▲고려대안암병원, ▲국립중앙의료원, ▲서울대학교병원이다. 이들 4개 병원들은 지난해 9월 최종치료센터로 지정된 후 6개월 간 치료 시설과 의료 인력을 확보하는 등 최종치료센터 운영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3월 1일부터 드디어 운영을 개시했다.
중증외상 최종치료센터로 지정된 서울대병원 응급실
중증외상 최종치료센터로 지정된 서울대병원 응급실 ⓒ박은영

고대구로병원·고대안암병원·국립중앙의료원·서울대학교병원 4개소 지정

서울시 중증외상 최종치료센터는 응급의료센터에서 전원 되는 중증외상환자에게 수술 등 최종치료를 제공하는 의료 인프라다. 심정지, 심근경색, 뇌졸중, 중증외상 등 4대 중증질환자 발생 시 응급의료센터로 먼저 이송돼 응급치료를 실시하게 된다. 

센터 내에는 수술실, 혈관조영실, 중환자실 등 전용 치료시설을 갖췄으며, 외상외과·영상의학과·응급의학과·외상코디네이터 등으로 구성된 ‘외상전담팀’이 신속하고 집중적인 치료를 담당한다. 각 병원은 중환자실, 혈관조영실, 수술실과 같은 치료시설도 중증외상환자에 우선으로 사용될 수 있게 진료 시스템도 개편했다.

‘서울형 골든타임 응급의료센터’에 내원한 중증환자가 중환자실 입원과 응급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되지만 해당 병원의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경우 ‘서울시 중증외상 최종치료센터’로 전원된다. 이때 환자 이송은 ‘달리는 중환자실’로 불리는 특수구급차량인 ‘SMICU’(Seoul Mobile intensive Care Unit, 중증응급환자 공공이송체계)를 통해 신속하고 안전하게 이뤄진다.
서울대병원 전경
서울대병원 전경 ⓒ박은영

중증외상환자를 살릴 수 있는 지름길!

이처럼 서울시는 4대 중증질환자를 적극 수용·진료하는 '서울형 골든타임 응급의료센터' 26곳, 의료진이 탑승해 이송 중 치료하는 'SMICU’ 2팀, '서울시 중증외상 최종치료센터' 4곳으로 이어지는 '서울형 중증외상 응급의료체계'를 갖추게 됐다.

시는 골든타임 내 이송·치료 강화를 위해 최종치료센터 4곳 외에도 중앙응급의료센터, 서울소방재난본부가 참여하는 '서울시 중증외상 최종치료센터 협의체'도 운영한다. 이 협의체를 통해 매월 자체 질 관리 회의를 하고 사례를 분석해가며 안정적인 운영을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1980년대에는 외상환자 중 50%의 환자가 사망했다고 한다. 사망한 환자 중 대부분이 신속하고 전문적인 치료를 받았다면 생존할 수 있는 예방 가능한 사망자였다. 중증외상환자들이 골든타임 내에 적정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 강화하는 서울시의 정책이 참 반가웠다. 응급실은 생명이 위독한 환자들을 위한 곳이어야 한다. 제도적 지원을 통해 마련된 환경이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지름길이 되길 바란다. 

시민기자 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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