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1일! 집에서 '제로웨이스트' 실천해요

시민기자 김은주

발행일 2021.03.22. 13:36

수정일 2021.03.23. 15:31

조회 2,739

제로웨이스트 매장 ‘허그어웨일’에서 친환경용품 구매하기
강서구 화곡동에 있는 제로웨이스트 매장 '허그어웨일'
강서구 화곡동에 있는 제로웨이스트 매장 '허그어웨일' ⓒ김은주

“시장 가는데 왜 반찬통을 들고 가?”

전통시장에 가려고 장바구니를 챙기는 날 보고 아이가 물었다. “맛있는 나물을 사올 건데 스티로폼에 담아오지 않고 반찬통에 담아오려고!”하니 아이의 눈이 동그랗게 커진다. 필자처럼 일회용품과 비닐의 사용을 줄이기 위해 물건을 살 때 빈 용기를 가져가 알맹이만 담아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용기 내서 용기 내요’란 말을 알아듣는 사람은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사람이다. 

과대 포장으로 인해 넘쳐나는 비닐과 플라스틱으로 지구의 환경오염이 심각해졌다. 편리함을 추구했던 것이 재앙이 될 줄은 몰랐다. 한때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것이라면 그 편리성과 실용성에 감탄하며 사들였는데, 이젠 지구상에 그 플라스틱을 처리할 공간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었고, 플라스틱은 미세한 가루가 되어 다시 우리 몸 속에 쌓여 가고 있다. 인간에게도 자연에게도 플라스틱은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장바구니를 지참하고 방문해야 하는 제로웨이스트 매장
장바구니를 지참하고 방문해야 하는 제로웨이스트 매장 ⓒ김은주

지구를 살리기 위한 노력은 ‘탄소중립’으로 귀결되고 있다. 2016년 프랑스 파리에서 발효된 파리협정은 121개 국가가 함께 ‘2050 탄소중립 목표 기후동맹’에 가입해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양을 제로로 만드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2020년 10월 탄소중립을 선언한 이후 다양한 영역에서 이에 관련한 노력이 더해지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탄소중립에 대한 전략은 경제구조의 저탄소화, 신유망 저탄소산업 생태계 조성, 탄소중립 사회로의 공정전환이다. 2050년까지 지구 평균 온도 상승 1.5℃ 상승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생활을 해서는 안 된다.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과 정부의 노력이 함께 동행해야 한다. 배출된 탄소는 지구 곳곳에 흔적을 남기는데 그 흔적이 우리의 생각과 예상보다 훨씬 크고 치밀하다. 인간의 활동이나 상품의 생산과 소비 과정에서 발생한 온실가스를 이산화탄소 발생량으로 나타내어 계산한 총량인 ‘탄소 발자국’은 전기, 가스, 휘발유를 사용하면 할수록 더 많아진다.
가져온 용기에 소분해 담아 가야 살 수 있는 세재들
가져온 용기에 소분해 담아 가야 살 수 있는 세재들 ⓒ김은주
다양한 잡곡과 쌀도 소분해 파는 모습
다양한 잡곡과 쌀도 소분해 파는 모습 ⓒ김은주

개인이 할 수 있는 탄소중립을 위한 노력은 무엇일까? 음식은 먹을 만큼만 조리해 음식물 쓰레기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사용하지 않는 플러그를 빼놓고 가까운 거리는 도보나 자전거를 이용하고 가능한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 필요한 물건만 구매하며 안 쓰는 물건은 기증과 기부로 다른 사람과 나누고 플라스틱의 사용을 줄이기 위해 일회용품은 가급적 쓰지 않아야 한다. 그러한 움직임과 뜻이 모아져 서울 시내 곳곳에서 ‘제로웨이스트 매장’이 생겨나고 있다.
각종 친환경 생활용품으로 가득찬 허그어웨일 매장의 모습
각종 친환경 생활용품으로 가득찬 허그어웨일 매장의 모습 ⓒ김은주

3개월 전,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제로웨이스트 매장이 문을 열었다. ‘제로웨이스트’란 재사용과 재활용을 통해 폐기물을 없애는 것 이상의 것을 의미한다. ‘허그어웨일’ 제로웨이스트 매장은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체들의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일회용 쓰레기를 줄이고 친자연, 친환경적 상품을 판매하는 곳이다. 

허그어웨일에는 없는 것이 있다. 예상대로 비닐봉지나 스티로폼, 플라스틱과 같은 포장재에 담긴 상품이 없다. 매장에서 물건을 구매하려면 장바구니를 지참해야 한다. 집에서 안 쓰는 종이봉투나 쇼핑백이 있다면 기증해도 된다. 깜빡 잊고 장바구니를 소지하지 않은 고객들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 쓴 페트병의 플라스틱 뚜껑도 가져가 기증하면 재활용에 사용된다. 
플라스틱 용기가 필요없는 비누바로 된 샴푸들
플라스틱 용기가 필요없는 비누바로 된 샴푸들 ⓒ김은주

매장 안은 다양한 물건들이 잘 정돈되어 진열되어 있다. 용기를 가져와야만 살 수 있는 액상 세재, 베이킹 소다, 각종 잡곡, 비누바, 대나무 칫솔, 구매하면 나무 한 그루가 심어지는 티셔츠, 고체 치약, 나무로 된 그릇 등 천연소재로 만든 다양한 제품들이 있어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렇게나 많은 제품들이 환경을 생각하고 환경을 위한 제품들로 선보이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가장 많이 팔리는 품목을 묻자, 허그어웨일 대표는 비누바와 대나무 칫솔, 수세미 종류라고 친절하고 자세하게 설명해주었다. 세재는 용기의 무게를 빼고 1g 단위로 판매하고 있어 내가 원하는 양만큼 구매해갈 수 있다. 단 꼭 세재를 담을 통을 직접 가져와야 한다.  
구매를 할 때마다 나무 한 그루가 심겨지는 착한 티셔츠
구매를 할 때마다 나무 한 그루가 심겨지는 착한 티셔츠 ⓒ김은주

제품을 처음 사용해보는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기존에 사용하던 제품들과 어떻게 다른지, 어떤 효과와 효능이 있는지 궁금하다. 갑자기 한꺼번에 생활에서의 모든 제품을 친환경 제품, 제로웨이스트 용품으로 바꾸긴 쉽지 않다. 차근차근 하나 두 개씩 바꾸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필자는 가장 많이 사용하는 물비누와 치약, 칫솔, 수세미 등을 이 곳에서 앞으로 계속 구매할 예정이다. 샴푸나 세재 등도 차례로 시도해보고 싶다. 이번에 매장에서 구매한 것은 천연 수세미와 양모볼이다. 그동안 다양한 수세미를 사용해봤는데 아무래도 환경을 생각한다면 천연 수세미로 바꾸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적 집에서 키우던 수세미를 오랜만에 보니 반가웠다. 양모볼은 매장에서 직접 효능을 들어보니 우리집에 꼭 필요한 물품이었다. 양모볼은 건조기 사용 시 세탁물의 엉킴을 막고 정전기를 방지하고 자연스러운 다듬이질이 되어 천연섬유유연제 역할을 해준다고 한다. 한 번 구매하면 2년 정도 사용이 가능하단다. 양모볼 6개를 구매해 직접 사용해보니 만족스러웠다. 
구매한 양모볼을 이용해 건조기를 사용한 모스
구매한 양모볼을 이용해 건조기를 사용한 모습 ⓒ김은주

제로웨이스트 실천으로 이룰 수 있는 저탄소의 생활화는 탄소중립을 이룰 수 있는 길이다. 탄소중립은 선택사항이 아닌 기후위기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세계가 함께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또한 우리 경제의 성장을 유지하는데도 꼭 필요한 과제이기도 하다. 그동안의 소비에 익숙하고 플라스틱과 비닐의 사용에 편리함을 느꼈던 만큼 탄소중립을 위한 노력은 조금 성가시고 귀찮을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 모두가 한마음으로 저탄소의 생활화를 실천해야 한다. ‘나 하나쯤이야’가 아닌 ‘나부터 실천하기’로 오늘을 제로웨이스트 1일로 정해보면 어떨까?

■ 제로웨이스트샵 ‘허그어웨일’

○ 주소: 강서구 화곡로55길 23 1층
○ 운영시간: 평일 11:00~19:30, 주말 12:00~17:30, 월요일 휴무
○ 인스타그램

시민기자 김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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