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남서울미술관에서 만난 입양아들의 초상화

시민기자 김수정

발행일 2021.01.27. 11:35

수정일 2021.01.27. 17:07

조회 1,111

남서울미술관, 박유아 초상 프로젝트 '단순한 진심: 51 Lives' 전시

'단순한 진심'.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전시명이다. 전시명을 보자마자 호기심이 생긴 것은 얼마 전, 동명의 소설을 읽었기 때문이다. 조해진의 '단순한 진심'은 기지촌 여성과 한국 해외 입양 문제를 다루면서 삶과 죽음, 가족, 연대 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소설이었다. 소설의 제목은 제10회 여성인권영화제의 표제에서 따온 것이라 했다. 따뜻한 감성으로 풀어내는 이야기는 꽤 깊은 울림을 주었기에 동명의 전시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남서울미술관에서 열리는 50인의 입양아 초상화 전시
남서울미술관에서 열리는 50인의 입양아 초상화 전시 ⓒ김수정

고풍스러운 근대서양건축물

딱히 고민할 것도 없이 미술관으로 향했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과 북서울미술관은 일 년에도 몇 번씩 방문할 정도로 자주 찾지만, 남서울미술관은 첫 방문이다. 도착하자마자 고풍스러운 서양식 건축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사적 제254호로 지정된 문화재로 구 벨기에영사관이다. 1905년 대한제국기에 중구 회현동에 세워졌으나 1970년 도심재개발 사업에 의해 상업은행이 이 건물을 사들여 1982년 관악구 남현동으로 이전하게 되었다. 2004년 서울시립미술관 분관이 되면서 시민들의 출입이 허용된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고풍스러운 서양식 건축물 남서울미술관의 모습
고풍스러운 서양식 건축물 남서울미술관의 모습 ⓒ김수정

붉은 벽돌의 근대서양건축물 안으로 들어서면 높은 천장의 깔끔한 크림색 내부가 인상적이다. 입구에서 명단을 작성하고 체온측정을 해야만 관람을 시작할 수 있다. 남서울미술관에서는 현재 2개의 전시를 감상할 수 있다. 건축아카이브 상설전시 '미술관이 된 구 벨기에영사관'과 박유아 초상 프로젝트 '단순한 진심 : 51 Lives'. 1, 2층 합쳐 총 11개의 전시실이 있는데 1전시실부터 차례대로 둘러보면 2개의 전시 모두 꼼꼼하게 관람할 수 있다. 도슨트는 운영되지 않지만 서울시립미술관 전시 도슨팅 앱을 통해 전시해설을 들을 수 있다. 앱을 깔고 천천히 전시실을 둘러보았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김수정

구 벨기에영사관 건축아카이브 상설전시

1층에서는 먼저 4, 5전시실부터 관람했다. 건축아카이브 상설전시가 진행 중이다. 백여 년이 넘는 긴 역사를 지닌 구 벨기에영사관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볼 수 있다. 과거는 대한제국이 벨기에와 수교하는 시점부터 남현동으로 이축하는 전후의 내용이 담긴 사료와 사진 자료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는 미술관의 건축미를 보여주는 구성으로 원색의 사진과 인터뷰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이축공사 이후 미술관에 남겨져 있던 건축자재인 석고기둥 일부와 타일들이 전시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건축아카이브에 전시된 석고기둥
건축아카이브에 전시된 석고기둥 ⓒ김수정

박유아 초상 프로젝트 '단순한 진심 : 51 LIVES'

상설전시장 건너편의 1전시실부터 박유아 초상 프로젝트 '단순한 진심 : 51 Lives'이 시작된다. 알록달록한 색을 배경으로 한 사람들의 초상화가 걸려있다. 작가는 우연히 접한 한국 해외 입양인 100인을 인터뷰한 다큐멘터리 '사이드 바이 사이드(Side by side)'에서 모티브를 얻어 초상 시리즈를 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동서양의 문화와 가치의 혼재, 충돌상을 살아내는 50명의 인터뷰 대상자들의 삶과 작가 자신의 삶을 지칭하여 ‘51 Lives’라는 부제를 달았다. 실물 크기에 가까운 규격의 장지에 수십여 차례 색을 쌓아 올리는 전통 초상 기법을 사용해 입양인의 얼굴 안에 개인의 역사를 담아냈다. 
박유아 초상 프로젝트 50인의 입양아 초상화 중
박유아 초상 프로젝트 50인의 입양아 초상화 중 ⓒ김수정

크림색 벽에 까만 나무 계단을 밟고 올라가면 6전시실로 들어서게 된다. 컴컴한 공간의 커다란 화면에는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는 작가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틀어져 있다. 민낯의 자신을 드러내며 문제와 맞서는 작가의 모습을 투영한 영상 '미러'다. 6전시실과 연결된 7전시실로 넘어가면 벽면 가득 거울이 세워져 있고 가운데는 깨져 있는 거울들이 가득하다. 한쪽에 있는 모니터에서는 붉은 고기를 자르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표현되어 있다. '르쌍띠망-효' 퍼포먼스 무대 설치와 가족 관계의 재설정을 은유하는 영상작업 '미트'를 함께 배치해 놓았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오히려 억압받고 상처받은 마음을 표현한 것일까?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는 작가의 모습을 담은 영상 '미러'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는 작가의 모습을 담은 영상 '미러' ⓒ김수정
'르쌍띠망 효'와 '미트'의 콜라보
'르쌍띠망 효'와 '미트'의 콜라보 ⓒ김수정

복도 맞은편 전시실로 건너가니 얼굴만 하얗게 지워진 커플의 모습들이 그려져 있다. 부부, 연인 관계에 놓인 남녀를 얼굴 없는 초상으로 그린 '뮤직 박스' 연작이다. 가족 안에서 나라는 개인은 사라지고 그저 누군가의 아내와 엄마, 남편과 아빠의 역할만이 남아 있는 모습을 담은 듯하여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함께 전시를 보러 간 아이는 그저 무섭다고 말했지만, 정말로 무서운 것은 무엇인가 스스로 반문해보았다.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가 3전시실로 들어갔다. 가운데에 있는 테이블에는 여러 대의 태블릿이 놓여 있다. 작가가 입양인의 얼굴에 주목하게 된 다큐멘터리 '사이드 바이 사이드' 웹사이트로 연결되어 있어 각 초상의 주인공 인터뷰를 시청할 수 있다. 
얼굴없는 초상화 '뮤직박스'
얼굴없는 초상화 '뮤직박스' ⓒ김수정
'사이드 바이 사이드' 웹사이트에서 각 초상화 주인공의 인터뷰를 시청할 수 있다.
'사이드 바이 사이드' 웹사이트에서 각 초상화 주인공의 인터뷰를 시청할 수 있다. ⓒ김수정

정인이 사건으로 인해 요즘 사회적으로 커다란 이슈가 되고 있는 아동학대와 입양. 이와 더불어 가족이란 무엇인가, 정상 가족이란 무엇인가까지 더 많은 고민과 근본적인 문제들을 생각해볼 수 있는 전시였다. 전시와 함께 조해진의 '단순한 진심'도 함께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내친김에 김희경의 '이상한 정상가족'도 읽어보길 추천한다. 
50인의 입양아 초상화 전시
50인의 입양아 초상화 전시 ⓒ김수정

■ '단순한 진심 : 51 LIVES' 전시 정보

○ 기간 : 2020.12.25.(금) ~ 2021.4.11.(일)
○ 장소 :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서울시 관악구 남부순환로 2076)
○ 관람시간 : 화~금 10:00~20:00, 주말과 공휴일 10:00~18:00(매주 월요일 휴관)
○ 관람료 : 무료
○ 사전예약 바로가기
○ 문의 : 02-598-6246~7

시민기자 김수정

서울의 구석구석을 다니며 재미나고 멋진 장소들 함께 나누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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