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동에서는 화요일마다...
양천구자생단 김진리
발행일 2014.06.19. 00:00
[서울톡톡] 염창역 근처, 정상에서 서울의 전경이 한 눈에 보이는 용왕산자락에 위치한 목2동은 아파트가 많지 않아 하늘을 올려다보는데 어려움이 없는 낮은 동네이다. 작은 재래시장들이 모여 있어 항상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지만 작은 싸움조차도 잘 안 난다는 평화롭고 살기 좋은 목2동. 이 목2동을 주민들은 '모기동 마을'이라 부르며 이 안에서 서로 교류하고 있다.
이 모기동에서는 매주 화요일 오전에 주부를 대상으로 한 폐백-이바지음식 만들기 수업이 열린다. 이름은 '조물락 나눔 공방'. 이 조물락 공방의 대표이자 지역아동센터의 학부모 대표인 신재은씨는 이 모기동에서의 마을살이가 매우 만족스럽다고 말한다. 모기동의 무엇이 그녀를 만족하게 만들었을까? 그녀의 마을살이와 조물락 공방이 궁금해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그녀가 목2동에 들어온 것은 7년 전. 그녀는 두 아이의 엄마였다. 동네를 거닐다가 우연히 장구소리와 북소리가 들려 아이들의 학원인 줄 알고 들어간 곳, 그 곳에 현재 모기동 마을 공동체의 마을축제·청소년축제를 기획하고, 아이들이 행복하고 삶이 풍요로워지는 마을을 함께 만들고자 하는 사회적 협동조합인 '나무와 숲'의 전신이었던 지역아동센터가 있었다.
당시 워킹맘이었던 그녀는 일과 보육 두 가지를 모두 해내야 하는 미션이 있었기에 그 곳은 그런 그녀에게 더할 나위 없이 필요한 공간이었다. 8살인 큰 아이가 나무와 숲에서 배우고 놀기 시작했고 그 때부터 그녀와 모기동 마을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오랫동안 그녀의 두 아이가 지역아동센터의 돌봄을 받았고 나무와 숲 학부모 모임에 나가기도 하면서 다른 많은 학부모들과 교류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맡게 된 학부모 모임의 대표직. 그녀 자신과 상황이 비슷한 다른 엄마들과 삶과 자녀양육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엄마들의 부업의 필요성에 대해 통감하게 된다.
특히나 취약계층 엄마들은 직업을 가져 어려운 살림에 보태어 돕고 싶지만 아직 어린 자녀들을 돌보면서 남는 적은 시간에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되어 있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단순한 조립작업 같은 부업을 실제로 하는 엄마들이 있었지만 그것이 그녀들 스스로에게도 또 생활에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나무와 숲의 이사진이자 이곳에서 자원봉사를 하시는 수녀님과 이런 어려움들을 나누던 중 폐백과 이바지 음식 만드는 것을 배워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잘 배워 활용한다면 전문적인 경력을 쌓아 자기계발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생활에 보탬이 되는 부업이 될 수 있다는 판단으로 주위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엄마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이에 취미와 부업으로 폐백과 이바지 음식 배우기를 희망하는 5명의 엄마들이 모였다. 이렇게 나무와 숲에서 운영하는 또 다른 공간인 청소년 문화 예술 공간 청청청에서, 이곳의 자원봉사자이자 폐백전문가인 마을주민의 재능기부로 2013년 11월 주 1회로 첫 동아리 모임이 시작되었다.
동아리 모임에서 서로가 가르치고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구성원이 사회적 협동조합 나무와 숲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고 마을 공동체 활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에 모임 인원을 7~10명으로 늘리고 공동 작업으로 폐백-이바지 음식차림으로 부업을 하며 마을 안에서의 자립경제 기반을 만들기 위해 이것을 정례화 하고 체계성을 띠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더 나아가 자녀의 양육이 개인 혹은 그 가정 안에서만의 문제로써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이 함께 그 아이들에 대해 고민하면서 관계를 맺고 공동체 안에서 그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며 주민간 연대와 협력을 북돋울 수 있을 것이라는 목적의식도 생겼다.
하지만 폐백-이바지 음식 차림은 그 종류가 다양해 재료비가 많이 들어 배울 때 재원을 마련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던 중 우리마을프로젝트에서 마을공동체를 지원해준다는 소식을 들었고 그것이 기회가 되어 그녀를 사업의 대표로 하여 2014년 초 양천구 우리마을프로젝트에 지원신청을 했다. 결국 이 공동체의 공공성과 사업성을 인정받아 이 프로젝트가 선정되어 현재 많지는 않지만 지원도 받고 있다.
조물락 공방이 프로젝트 선정된 후 지원을 받게 되면서 더 많은 주부들을 모을 수 있게 되었다. 입소문을 타고 현재는 목2동뿐 아니라 주변 지역까지 알려져 마을공동체에 대한 인식제고뿐 아니라 많은 주부들이 수업듣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은 총 9명의 주부가 각자 10만원 정도의 재료비만을 내고 이 수업을 듣고 있다.
수업을 듣는 사람이 늘어나니 예전엔 잘 몰랐던 마을사람들도 지금은 더 많이 알게 되었다. 그 중에는 떡을 잘 하거나 다른 분야를 잘 하는 사람도 있어서 서로 연계해서 또 다른 수업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이렇게 조물락 공방의 활동이 더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자기계발의 계기가 되었을 뿐 아니라 자녀들을 양육하며 정보를 나누고, 삶의 고민들을 자연스럽게 함께 나누는 자리가 되었다.
지금 조물락 공방은 구성원의 친인척을 중심으로 판매 홍보를 하고 있다. 이미 한 상을 차려 판매했고, 현재 예약도 한 건 잡혀 있는 상태이다. 공방의 좋은 의도와 품질이 입소문이 난다면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또 그녀는 이 차림을 배우다 보니 이 엄마는 이 음식을 잘 하고, 저 엄마는 저 음식을 잘 하고 나름의 특기가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만약 한 상을 한 사람이 차려 판매한다면 돈은 더 많이 벌 수 있겠지만 한 상을 혼자서 차리기는 쉽지도 않을뿐더러 아이를 돌볼 시간도 줄어들게 된다. 지금처럼 이렇게 특기가 생겨 잘 만들게 된 음식을 각자 한 가지씩 해 한 상을 차려내 팀으로 활동하는 것이 그녀들에게 이것을 지속하게 하는 큰 원동력이 되었다.
그녀를 포함한 조물락 공방은 자기 자녀 돌봄에만 관심을 갖던 마을 주민들이 마을 안에서 함께 모여 활동을 하면서 공동체 의식을 지니고 마을 안에서의 협력과 나눔을 통한 경제활동을 계획하길 원한다. 주민 주도적 부업창출로 마을의 자립 경제 기반을 만드는 것. 또한 향후 모기동 마을 안에서 패스트푸드 중심의 부정적인 현대 음식문화를 지양하고, 우리의 전통 생활 문화와 음식 문화를 유지하고 확산시켜나가는 못자리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더불어 사회적 협동조합 나무와 숲과 연계하면서 아이들이 행복한 마을을 만들어 나가기 위한 활동에 참여할 것이다. 이에 따라 자녀 양육에 따르는 제반 사항을 마을 안에서 함께 고민하고 나누며 점차적으로 공동교육과 동반을 하는 방법도 숙고하고 있다.
그녀는 모기동이 세련되고 복잡한 서울의 시내와는 달리 그녀의 고향인 청주를 닮아 있어 편안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모기동. 그녀의 아이들이 이 마을 안에서 자라 그녀 정도의 나이가 되어 추억하는 모기동이 고향의 그, 정겹고 따뜻한 느낌일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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