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으로 만든 서울, 누구 아이디어야?

시민기자 이현정

발행일 2013.08.09. 00:00

수정일 2015.11.20. 21:08

조회 2,325

[서울톡톡] 서울시청 신청사 지하에는 시민에게 활짝 열린 공간, '시민청'이 있다. 시민들을 위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펼쳐지고 있으며, 어린 아이부터 어르신, 외국인 관광객까지 언제나 시민들의 발걸음이 가득한 곳이다. 시민청에 '투어'가 아닌 이곳을 찾는 시민들과 함께 새로운 삶의 이야기를 펼쳐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이현정 시민기자가 이들을 만나보았다.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서울 시민들의 꿈, 희망, 도전이 있는 소박한 삶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작은 블록으로 세상을 담을 수 있을까? 영화 속 한 장면이나 서울의 모습을 담는다면,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할 듯싶다. 현재 시민청갤러리에서는 블록으로 만든 서울 도심 속 모습과 스타워즈의 한 장면을 만날 수 있다. 궁궐의 기와지붕 곡선까지 그대로 재현해낸 블록전시물은 레고동호회 '브릭마스터(cafe.daum.net/brickmaster)' 회원들의 순수 창작물. 경복궁, 광화문, 광화문 광장, 세종문화회관, 남산 N타워에서 이순신장군에 세종대왕까지 주요 건물들은 5명의 회원들이 각각 나눠 만들고, 배경건물이나 거리의 나무 등 남은 공간을 채워주기 위한 것들은 15명 정도의 회원들이 참가해 만들었다.

"청계천과 그 주위 건물은 모두 회원 한 분이 만든 거예요. 구미 사는 친구인데, 서울에 올라와서 일일이 사진으로 찍어가 만든 것이죠. 빌딩 옥상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니 위성사진으로 확인해가면서 만들었다고 해요."

관람객 입장에서 먼저 보이는 것이 옥상 모습이니 그것까지도 똑같이 재현해냈다는 것. 브릭마스터 동호회 회장 유병탁(41)씨의 설명을 들으니 회원들의 열성이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작은 서울의 모습 뒤로는 낯익은 장면이 연출된 블록 작품이 보인다.

"영화 스타워즈 중 황제의 시찰 장면을 연출한 거예요. 모두 한 사람이 만들었죠. 총 2904개의 피겨가 사용되었고, 스톰 트루퍼만 2040개가 동원되었어요. 이런 스타워즈 디오라마는 많이 만들어졌지만 저 정도 규모는 없었죠. 세계적으로도 최대 규모입니다. 이게 다 한사람 물량이라는 것도 대단한 거죠."

미니 인형인 피겨 중 스타워즈 피겨는 개당 만 원 이상으로 레고 부품 중 고가에 속한다. 게다 바닥을 모두 검은 타일로 깔아 규모면에서도 무척 놀라웠다.

이번 전시작인 '작은 서울'과 '스타워즈 디오라마'에 사용된 전체 브릭 수만 대략 15만개, 전시물을 만드는데 대략 2개월가량 소요되었다고 한다. 브릭 가격이 개당 대략 100원꼴이니 제작비 또한 만만찮았을 듯싶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와 같은 제법 규모 있는 전시물을 만든 이들이 모두 레고가 좋아 모여 함께하는 동호회 회원이라는 것이다. 협찬이나 기업 후원 등 어떠한 지원도 받지 않고 순수하게 자비를 털어 만든 작품이라고 한다.

블록 장난감에서 작품으로

브릭마스터는 2009년 10월 설립된 레고 동호회로 인터넷 카페를 기반으로 함께 하고 있다. 이번 시민청 전시는 지난 3월, 문화역서울284 기획전 '여가의 재발견' 참가 후 동호회 차원으로 일반인들에게 선보이는 두 번째 전시이다. 첫 번째 전시에서도 그들의 불록 작품은 단연 인기였던 전시물이었다.

"첫 전시에서는 주로 창작품으로 많이 채웠어요. 멋지고 훌륭한 작품들이었는데, 다 파는 레고인줄 알더라고요. 일반인의 시선을 사로잡겠다고 했는데 일반 관람객들은 저희 생각과 많이 다르다는 걸 알았죠. 서울역 같이 사람들이 아는 건물에 더 열광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이번 '아빠 같이가' 전시에선 익숙한 건물을 주로 표현했죠."

특히 한옥 처마의 곡선을 표현하는 건 쉽지 않은데, 마니아들 사이에서 처음 한옥 건물을 만들어 알린 친구가 브릭마스터 회원으로 이번에 궁궐을 만들었다. 외국 마니아들은 자기 나라 상징물들을 만들어 자랑하곤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그런 창작가들이 없다는 게 문제라고 생각하고 시도하기 시작했다.

"가끔 '돈만 있으면 다 만들 수 있는 것 아니냐' 얘기를 하는 분들도 계세요. 하지만 실제 만들어보면 그렇게 쉬운 건 아니에요. 보편적인 장난감이다 보니 가치를 몰라주는 게 안타깝죠. 물론 장난감이지만, 예술로는 인정하지 않더라도 문화 정도로는 봐줬으면 해요."

어른들의 레고 동호회

브릭마스터는 미성년자 가입이 안 되는 카페이다. 125명의 회원 중 대부분 주력 회원은 30대 중반, 40대 초반인 회원도 많다. 이번에 작품을 낸 29살 동갑내기 두 명도 동호회에선 막내 격이다.

"회원 중에는 10년 넘게 하신 분들도 있어요. 주로 애 키우며 장난감을 사줘야 하는데 교육적인 효과도 생각해 찾다 레고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죠. 그렇게 애들 레고를 사주고 함께 하다 레고에 빠진 분들이 대부분이세요. 그래서 저희 회원들 닉네임을 보면 누구 아빠, 엄마가 많아요."

순수 창작물로 블록 장난감이 아닌 또 다른 작품으로 인식을 확대시키고 있는 브릭마스터 회원들. 이들에게는 소박한 꿈이 있다고 한다.

"상설 전시장 하나 있었으면 좋겠어요. 여기 전시했던 작품들도 가지고 가면 개인 보관해야 하는데, 보관이 쉽지 않거든요."

현재 브릭마스터 회원들은 '작은 서울 프로젝트'를 더욱 넓혀 서울 전역을 블록으로 만들고 있다고 한다. 서울을 담은 전시물이 하나로 모아 선보인다면, 보는 이도 만든 이들도 모두 즐거운 일 아닐까. 브릭마스터의 서울이 제 모양을 갖춰 완성될 수 있도록 상설 전시공간이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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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니매이션 로봇 전시 <아빠 같이가!>'
  - 전시일시: 2013.8.1.(목)~8.18(일)
  - 전시장소: 서울시청 지하1층 시민청
  - 전시내용
 1. 70~80년대 아빠의 추억의 애니매이션 피규어 및 로봇 전시
 2. 대형 레고전시로 보여주는 도시서울과 스타워즈

■ 시민 참여 프로그램
 1. 나만의 예술작품 세라믹 무스토이 그리기 체험 (매일 오후 1시~5시, 월요일 휴관)
 2. 그때 그 시절 추억의 애니매이션 상영
  - '마루치 아루치', '황금날개', '썬더A' 등 상영

 문의 : 시민청 02-739-5811, www.seoulcitizenshal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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