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양육에 제일 중요한 것은?

서울톡톡 박혜숙

발행일 2012.11.05. 00:00

수정일 2012.11.05. 00:00

조회 16,023

[서울톡톡] "아이 낳으면 어떻게 할 거야?" "글쎄, 사람 구해야지."
기다리던 아이를 5년 만에 가진 A씨는 아이를 낳자마자 3개월의 육아휴직기간 후에 직장으로 돌아왔다. A씨가 다니던 회사는 외국계 기업이라 최고 1년까지 육아휴직이 가능했지만, 곧 과장 진급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경력에 문제가 생길까봐 3개월 이상을 쓰고 싶지 않았다. 아이를 직접 더 키우라는 주변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날씬한 몸매로 돌아가 회사생활에 박차를 가할 생각만 가득했던 그녀는 일 년이 지난 지금은 솔직히 후회된다고 고백했다. 그 동안 아이 돌보는 사람만 3번 바뀌었고, 또래 모임에 가면 엄마가 딱 붙어서 키운 아이랑 너무 다르게 그녀의 아기만 난리치며 우는데 어쩔 줄 모르겠다고. 엄마의 중요성은 알겠는데, 그렇다고 회사를 그만 둘 용기는 나지 않는 A씨,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생후 0~6세까지 애착이 형성되는 중요한 시기, 아이의 가치관 세워줘

"제일 좋은 건 엄마가 곁에 있어주는 겁니다. 자녀 양육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애착'이거든요. 제 경험적으로 또 주위를 돌아봐도 그 어린 시절에 엄마의 건강한 애착, 꼭 필요한 애착을 충분히 받은 아이들은 달라요. 유치원 가서도 방글방글 웃고 옆 사람과도 친하고 아이들과도 잘 놀고 뭔가 내면에 힘이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반면, 그 시기에 필요한 애착을 못 얻은 아이들은 매번 징징거리고 옆에 있는 아이들과도 잘 못 놀고 항상 마치 뭔가 결핍된 것처럼 나타나죠."

자녀 양육과 건강한 가정에 관한 코칭으로 유명한 이기복 교수(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 상담학)의 말이다. 이교수는 생후부터 세 살까지 애착이 기본적으로 형성되어야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6살까지 안정이 생기면, 그 다음에는 엄마가 무슨 일을 해도 된다고까지 이야기한다. 요지는 그만큼 어릴 때 충분히 애착과 관심, 그리고 사랑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애착이 주는 힘은 실로 놀랍다. 일명 '애착의 심리학'이라고 불리는 이것은 생후 0세부터 6세까지 충분한 애착이 주어지면, 사람에 대한 신뢰와 자존감이 바르게 형성됨은 물론 감성지수가 올라가고, 내면에도 건강한 힘이 생겨 역경과 고난에도 나약해지지 않는 가치관을 갖게 된다고 한다. 이를 실제로 경험하고 주변의 사례를 통해서도 수없이 체험한 이교수이기에 자신의 일을 찾겠다고 아이를 여기저기 맡기는 여성들의 선택이 솔직히 안타깝다.

"엄마가 돈을 벌어야만 생계가 유지가 된다면 그건 경우가 다르죠. 부모나 보모 등 다른 방법을 알아봐야 하고, 또 그런 경우를 위해 국가와 정부 차원에서 사회적인 여건들이 제공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개인의 경력을 지키고, 보다 더 부유한 생활을 하기 위한 선택이라면 조금만 시기를 미루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아이의 평생을 좌우하는 시기가 바로 0세부터 6세인데, 그때 필요한 애착을 못 얻으면, 아이가 10대가 되고 난 후에 엄마가 돌이켜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기 때문이죠."

물론 엄마가 집에 있다고 해도 아이가 필요한 애착을 주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없는 일이라고 한다. 애착을 주려면 그 애가 애착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고 눈을 맞추고, 관심을 쏟고, 시간을 함께 보내고, 필요할 땐 안아주고 토닥거려주는 것 등을 해줘야 하는데. 엄마가 아이가 울건 말건 상관없이 인터넷만 하거나 무관심하다면 그건 같이 있어도 애착을 못 주는 것이란다.

또한 아이에게 제일 안 좋은 것은 이 사람이 돌보다가 저 사람이 돌보는 등 돌보는 사람이 확 바뀌는 것이라고 한다. 힘들 때 누군가에게 딱 안겨 안정을 누릴 대상이 있어야 하는데 이런 경우 그럴 사람이 없기 때문. 인생의 신뢰가 형성되는 시기에 아이는 안정감을 누리지 못하고 헤매게 된다.

할머니와라도 애착이 잘 형성되면 되는 것 아닌가?

보통의 직장 여성들의 경우 출근하면서 아이를 할머니에게 맡기고 저녁 때 데리러 가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이런 질문을 한다. "한 사람과 충분한 애착이 중요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렇다면 할머니와 애착이 잘 형성되면 큰 문제는 없는 것 아닌가?"라고. 이에 대해 이교수의 의견을 물었다.

"그럴 경우 주양육자가 할머니가 되기에, 할머니가 애착에 대한 중요성을 알아야 합니다. 그냥 돌보는 것이 아닌 애착의 원리를 알아서 충분히 안아주고 눈 마주쳐 주고 돌봐줘야 하죠. 그렇다 해도 엄마와의 애착이 중요합니다. 아이만 애착을 형성하는 시기가 아니라 엄마도 아이와 애착을 갖는 시기거든요. 엄마도 애를 낳았을 때 자기 아이지만 처음에는 낯설어요. 모성이란 게 뱃속에 있을 때 생기는 것보다 애를 낳고 모유를 먹이면서 생기거든요. 이때 엄마도 아이와 애착이 생기면서, 아이가 마음속에 확 들어오죠. 어디를 가든 아이가 생각나고 보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엄마가 아이가 배고프고, 졸릴 때 그 마음을 잘 읽게 되고, 아이는 태어나서 누군가가 나의 마음을 잘 알고 돌봐준다는 생각에 신뢰에 신뢰가 쌓이게 되죠."

"물론 그럴 환경이 안 되면 앞서 말한 대로 할머니가 1차 양육자로서 충분한 애착을 줘야 하고, 엄마는 2차 양육자로서 직장에서 끝나자마자 돌아와서 아이에게 온 관심을 쏟아야 합니다. 근데 이때 엄마가 아이에게 미안하단 이유로 물질적으로 사다주는 걸로 대신하는 거나 필요한 훈련을 못시켜선 안됩니다. 그래도 한 할머니가 꾸준한 사랑을 주고 키우면 안정감이 있어요. 하지만 그 경우도 아이가 필요한 훈련과 갖춰야 할 질서의식에 있어 결핍되는 면이 있으니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결국 어린 시절에 엄마와 형성된 애착의 질(Quality)이 너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교수는 요즘 사회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보다보면, 애착의 중요성을 더욱 느낀다고 한다. 보통의 경우 애착이 결핍된 아이들이 그 공허감을 달랠 길이 없어 컴퓨터·성 중독 등에 빠졌다가 결국에 안타까운 일을 저지르게 된다는 것이다. 즉, 자녀 양육은 사회적인 문제, 그리고 다음 세대의 문제다. 그렇기에 이교수는 대학에서 특히 여대에서 학교 커리큘럼으로 이 같은 내용이 개설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더 나아가 정부와 시, 기업차원에서 자녀 양육에 관한 교육 및 무급 휴가 등으로 배려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멀리 내다보면 이 길이 생산성 있는 투자라는 것이다.

시와 구청에서 애착부모교육, 애착자조스터디 등 클래스 열어

이교수는 미국의 경우를 실례로 들었다. "미국은 도시마다 전문가가 시와 함께 협의해서 교육과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많습니다. 특히 시애틀이 유명하죠. '어태치먼트 패어런팅(attachment parenting, 애착육아)'이라고, 아기들 키우는 데 도움이 되게끔 다양한 시설과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어요. 시애틀 자조그룹이라고 그 나이 또래 아이를 가진 엄마들 약 20명과 그들을 도와줄 멘토가 둘러 앉아 서로 질문하고 이야기하는 것만으로 충분한 교육이 되는 거죠. 정기적으로 모이는데 따로 회비 없이 한 번 올 때마다 얼마씩 내더라고요. 모유 먹이면서 서로 이야기하고 정보 주고, 이 시기에 왜 애착이 필요한 지 수업을 여는 것이죠. 애착부모교육, 애착자조스터디 등 시 또는 구청마다 클래스를 열어주는 것이죠. 기업들도 이런 식의 교육을 제공하는 일로 사회 환원에 앞장서야죠. 이것이 곧 직원들의 삶의 퀼리티고 그래야 생산성과 창의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니까요.

"시애틀 얘기 좀 더하죠. 그곳은 엄마들을 위한 환경면에서도 놀라워요. 키즈카페가 아닌 심지어 동네 카페에도 아이들 놀 수 있는 공간과 모유실을 마련해서 엄마들이 편안하게 카페를 방문할 수 있도록 조성해놨어요. 우리나라의 경우처럼 아이가 울면 '왜 아이를 데려 왔냐'는 시선으로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시 자체에서 엄마들의 필요를 함께 인정하고 건강한 도시의 미래를 위해 선택한 길이죠. 이는 몇몇 사람들의 운동과 홍보를 통해 시를 움직인 것입니다."

여성들에게 기업에서 1년 유급, 2년 무급의 자녀 양육 휴가 주는 것도 방법

기업에서도 여성들이 다시 복직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금 보통은 길게 1년 유급 휴가를 받잖아요. 그 후 2년은 무급으로라도 쉬고 3년 후에 직장으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시스템이 갖춰지면 좋겠어요. 그렇다면 여성들도 직장을 아예 그만둬야 한다는 부담감 없어 좋고, 아이도 엄마와 함께 있을 수 있으니 매우 좋죠. 물론 이럴 경우, 집에서 어떤 식으로든 실력을 쌓을 수 있도록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또는 재택근무를 시작하면서 다시 돌아가는 것도 방법이고요. 직원의 삶에 신경써주고, 배려해주는 기업이라면 더 최선을 다해 일하고 싶은 맘이 생기지 않을까요?"

대한민국이 IT강국인 만큼, 여성들이 자녀 양육에 충분히 투자하고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육아에 방해되지 않는 차원에서의 재택근무, 또는 복직에 필요한 실력을 집에서 쌓을 수 있도록 프로그램 개발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기업의 가치관의 문제겠지만, 이 아이들은 여성의 아이들이 아니라 먼 훗날 그 기업의 인재다. 건강한 자존감과 신뢰감, 그리고 바른 가치관과 강한 내면의 힘을 가진 사원이 기업에게도 꼭 필요한 인물이 아닐까?

이교수는 정부 차원에서도 아이들을 잘 키운 여성들이 다시 사회에 그 재능을 줄 수 있도록 시간제 과제, 또는 연구해서 제출하는 프로그램 등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아이를 잘 키운 사람들은 또 하나의 스킬이 있는 만큼, 앞서 얘기한 교육 프로그램에 멘토와 리더로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조언했다.

"아무것도 안 해"라는 말 하지마, 주부야말로 고액 연봉의 전문직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다. 여성들이 더 중요한 일에 선택하는 몫만큼, 사회에서 할 일이 많음을 공감했다. 애착이 필요한 시기, 엄마로서 여성들이 최선을 다해 아이를 키우고 다시 사회로 나올 수 있도록 다양한 홍보, 교육 등이 요구됨을 느꼈다. 물론 여기서 빠질 수 없는 집단(?)이 또 있다. 바로 남편들이다.

"남편들도 집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해 고마움을 표시하고 격려와 지지를 표현해야 합니다. 또한 아이를 위해 여성이 직업을 포기할 때 남편의 이해와 적극적 지지가 있어야죠. 맞벌이 부부들이 돈도 더 쓰고, 저축도 적다는 기사도 봤어요. 둘이 벌면 당장에 더 부유해보이지만, 실제로 아줌마 비용, 외식비 등으로 더 많이 나가는 거죠."

한 사람의 인생을 만드는 존재, 엄마. 사실 요즘 그 엄마들의 빈자리가 늘어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여성의 입장에서 도태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사회 속에 나라는 존재가 사라지고 아이들 뒤나 바라보게 되는 치맛바람 엄마에 대한 경계심도 있기 마련이다. 이젠 선택이다. 이교수의 경우는 아이를 키우고 나서 뒤늦게 공부를 시작했다. 그래서 가정, 자녀양육에 관해 누구보다 열심히 뛰는 전문가가 되었다. 그녀는 자녀의 삶에 중요성을 알고 내 할 일을 멈출 줄 아는 여성이라면, 아이가 크고 난 다음에도 충분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글을 쓰거나 공부를 해도 되고, 뒤늦게 라이선스를 따거나 조그만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등. 창의적으로 생각하면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필요한 일이 너무 많다는 것.

마지막으로 이교수는 중요한 말을 잊지 않았다. 그녀는 어딜 가든 100% 자녀 양육을 선택한 사람들에게 "뭐하냐"란 질문에 "아무것도 안 해"라고 답하지 말라고 한단다. "사실 얼마나 여자가 바빠요? 집을 깨끗하게 하고 애들 키우고 이런 일이 월급을 받아도 수없이 받아야 할 일입니다. 스스로 전문직이라고 생각하고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해야 하며, 남편들도 지지해줘야 합니다. 정말 너무나 중요한 일 하고 있는 거예요."

출생 후~1세 "믿음을 배워요"

이 시기의 애착은 믿음, 감정이입, 애정, 자아관과 같은 인간의 기본적인 특성들로 발전하게 된다. 즉, 부모가 아기 울음에 세심하고 적절하게 반응하면, 아이는 내 말에 누군가 귀를 기울인다고 받아들이고, 자신의 의사소통 능력에 대한 믿음이 생긴다. 또한, 자주 눈을 맞춰주고, 안아주면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읽는 능력과 편안한 친밀감을 형성하게 된다.


주의점 : 아이가 '응석받이'가 될까봐 두려워 통제 방식(아이가 울어도 혼자 내버려 두거나, 시간표에 따라 먹이고 재우는 것 등)을 지나치게 쓰다보면, 부모에게 편한 '훈련 받은 착한 아기'가 될지 모르겠지만, 아이는 세상은 자신이 예측할 수 없는 곳이라고 인식하며, 자신의 요구에 무감각해질 것을 배우게 된다.


1~3세 "자율성이 생겨요"

자기 통제가 가능해지는 이 시기에는 권위 있는 부모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애착이 잘 형성되어 있다면 부모의 신체 언어에 익숙하므로 경계를 정해주고, 잘못을 바로 잡아주기가 훨씬 수월하다. 이때 말뿐만이 아니라, 아이가 그런 행동을 하지 못하게끔 미리 방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무엇을 하라'고 가르치기보다 아이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A, B안을 제시하고 선택한 대로 하도록 해줘야 자기 통제력을 갖게 된다.


애착 관계도 더욱 친밀해지는 시기인 만큼,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며 놀아주고, 아이가 하는 말을 잘 들어주는 인내가 필요하다. 아이가 말하지 못할 때는 눈빛을 읽으며 하고 싶은 말을 꺼낼 수 있도록 되물어 봐주는 등 쉽게 풀어주는 전달자 역할이 요구된다.


3~6세 "자아관이 형성돼요"

3년 동안 쌓아온 애착 방법들이 아이의 자아관으로 형성되는 시기로 부모의 지시와 가치관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 시작하며 부모가 행동하고 말하는 모든 것을 흡수한다. 때문에 귀감이 되는 부모로서의 역할이 중요하다.


애착 양육된 아이들은 감수성이 발달해서 자신의 기준에 어긋나는 다른 아이들의 행동을 보고 쉽게 혼란을 느낀다. 부모는 진지하게 귀를 기울여줌으로써 아이와 애착관계 강화하고, 아이의 이상을 지지해주면서도 친절한 설명으로 아이가 혼란을 줄여줘야 한다. 또한 존중받는 것이 익숙하기에 다른 사람을 자기 마음대로 휘두르고 싶어 하지 않고, 공격적이지 않다. 다른 아이들과 충돌이 있을 때, 행동이 아닌 말로 해결하도록 도우면 소통 능력이 자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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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복 #자녀 양육 #애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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