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와 한지그림 배우고 있어요
발행일 2011.01.24. 00:00
안데스 산맥의 고운 만년설과 파란 하늘이 눈부시고, 빙하와 사막이 공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긴 나라 칠레. 지구의 가장 반대쪽에 있지만 일찍부터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어서 우리나라와 교류가 많은 나라이다. 와인, 포도 ,홍어 등 칠레산 농수산물을 우리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다. 광부들의 곡괭이질에 의해 세계 구리 소비량의 35%를 공급하는 세계 1위 구리 생산국가이다. 특히 광산 지하 700m 아래에 69일간 매몰되었다가 살아난 광부의 기적은 세계인을 감동시켰다. 비행기로 미국 LA를 거쳐 30시간쯤 걸리는 머나먼 나라 칠레에서 온 외교관 가족의 식사 자리에 초대받았다. 이 자리에서 데니스 빅스 주한 칠레대사관 공사의 부인 마르샤와 인터뷰를 했다.
- 우선 가족 소개를 부탁한다.
남편과 결혼한지 40년이 되었고 큰 아들 가브리엘(Gabriel)은 현재 프랑스에서 살고 있으며, 큰딸 빅토리아(Victoria)는 은행원이고, 최근에 결혼한 둘째 딸 안토니아(Aantonia)는 모델 활동을 한다. 두 딸과 친정어머니는 모두 칠레에서 산다. 친정어머니 카르멘(Carmen)은 82세로 몸도 마음도 아주 건강하신 분이다.
-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나라에서 근무했고 몇 개 국어를 사용하는지?
외교관으로써 세계 여러 나라에 임명되어 근무한 것은 단순 관광으로 여행하는 것과는 다른 점이 많다. 저에겐 너무 소중한 기회들이다. 미국, 프랑스, 중국, 독일, 캐나다 ,페루에서 평균 5년간 근무하다가 2009년 1월에 한국에 부임해서 지금까지 행복하게 지낸다. 언어는 영어와 프랑스어를 자유롭게 쓰고, 모국어인 스페인어로 통역하는 일도 했다.
- 외교관의 부인으로써 여러 나라를 돌며 근무해야 하는 점에 있어서 좋은 점과 힘든 점이 있다면?
장점은 모국을 떠나 새로운 나라의 문화, 언어, 삶의 방식, 다른 생김새, 지형과 환경을 경험하는 것이다. 단점은 각 나라에서 사랑과 감사를 주고 받았던 사람들과 추억에 작별을 고하는 순간의 슬픔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주의할 점은 아이들을 양육하면서 모국과 모국어를 잊지 않도록 가르치고 세계 어디를 가든 집처럼 편안하게 느끼라고 교육하는 것이었다.
- 산티아고와 서울을 비교한다면...
인구 6백만의 도시 산티아고와 1천만이 넘는 서울을 비교하기가 쉽진 않지만 두 도시 모두 산을 끼고 있고 강이 도시를 가로 지르고 있다. 산티아고(Santiago)의 마포초(Mapocho) 강은 넓은 한강에 비하면 작은 강이다. 수도 서울이 모든 정부의 주요기관이 모여 있는 반면 산티아고의 국회는 발파라이소(Valparaiso)에 있다. 또한 서울은 밤에 여자 혼자 거리나 지하철을 다녀도 안전하지만 산티아고에서는 지하철이나 거리에서 귀중품이나 소지품을 주의해야 한다. 그밖에 극장, 음악, 식당, 음악회 등 문화시설은 비슷하다.
- 한국과 서울 사람들에 대한 느낌을 솔직하게 말해준다면...
한국 하면 떠오르는 첫 단어가 매우 따뜻함 (Very Warm)과 매우 친근함(Very Friendly)이다. 서울도착 첫날부터 ‘환영 받음’을 느꼈다. 서울 시민들은 외국인을 보는 순간 서툰 영어라 할지라도 도움을 주려고 한다. 지하철에서 노선을 보고 있노라면 항상 누군가 다가와 도움을 제공하곤 하는데 그러한 이야기를 쓰자면 책 한 권의 분량을 쓸 정도다. 완전히 모르는 사람에게 베푸는 친절은 믿을 수 없을 정도이다.
- 한국이 좀더 글로벌한 도시가 되기 위해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면?
거리 이름 쓰기가 좀 더 보편화돼 있다면 외국인이 목적지를 찾아가기 쉬울 것 같다. 또한 지명이 지나치게 미국식 모음 표기라서 불필요하게 길다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Itaewon’은 ‘Itewon’으로 ‘Namdaemun’은 ‘Namdemun’으로 표기하면 더 쉬울 것 같다.
- 현재 한국어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한국문화 중 관심 있는 분야는?
한국에 온 이후 한글을 배우기 위해 ‘총성 없는 전투’를 해왔다. 한글을 익히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고 짧은 문장은 거의 읽고 쓸 수 있다. 하지만 배울수록 다양한 표현과 의미에 놀랐다. 나 같은 나이든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는 어렵다. 한국에 머무르는 날까지 계속 공부할 작정이다. 현재 많은 것을 경험하고 알기 위해 인터내셔널 합창단에 소속되어 한국 가요와 가곡을 배우고 발표도 한다.(그녀는 한글발음을 영어로 깨알같이 쓴 가사를 꺼내 한국 가곡을 흥겹게 부른다.) 또 요즈음, 한지그림에 푹 매료되어 있다. 한지를 찢어 붙여 정물, 풍경화와 전등을 완성한 작품들이 있다. (중국에 있을 때는 한지를 본적이 없는데 한국에만 있는 것이라며, ‘뷰티플(Beautiful)’을 연발하며 극찬을 한다. 한국인보다 더 세종대왕과 한글, 한지를 칭찬하는 칠레 공사 부부를 보며 우리 것의 소중함을 잊고 사는 우리들의 모습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 칠레의 주요 산물과 유명인 및 관광명소를 추천한다면?
칠레는 지리적으로 변방에 있어서 관광객이 많지 않기때문에 외국인들에게 우호적이다. 다른 나라 여행을 위해 경유하기도 하지만 결코 지나 칠 수 없는 빼어난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북부의 건조한 사막 아타카마와 국토의 최남단의 항구도시, 발파라이소의 피요르드와 빙하, 신비의 ‘이스터섬’은 꼭 가봐 야할 명소이다. 노벨상 수상자인 시인 파블로 네루다와 구리광산 지하 700m에서 69일만에 극적으로 구조된 33인의 광부들과 그들의 생환을 적극 도운 세바스티안 피녜라 현 대통령도 칠레의 자랑이다.
- 서울에서 가본 곳 중 추천해주고 싶은 곳이 있다면?
만약 아이들과 함께라면 서울대공원이나 전쟁기념관, 한국민속촌을 추천한다. 어른이라면 국립중앙박물관, 남산타워, 한옥마을을 가보면 좋겠다. 한국만의 특색이 있는 난타, 브레이크 공연이나 뮤지컬도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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