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에서 싹이 돋아난다

admin

발행일 2010.08.30. 00:00

수정일 2010.08.30. 00:00

조회 2,862

2005년, 미국의 미시시피 주 바닷가 인근 대학교에서 예술을 가르치던 젊은 학자는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의해 집과 직장 등 모든 것을 잃었다. 그는 폐허 더미에서 생존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자연의 경고와 환경운동 실천의 중요성을 알리는 환경문제 전도사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 그는 서울에 있다! 이번 주 '서울 vs Seoul'에서는 지금 금천예술공장의 오픈 스튜디오에서 폐기물을 이용한 예술 작품으로 생명의 존엄성과 환경의 중요성 그리고 실천적 대안을 제시하는 제프 슈무키 작가를 만나 예술을 통한 친환경적 접근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서울에는 언제 왔고 어떤 계기가 있었나?

지난 7월 15일부터다. 미국에서 알고 지내던 한국 친구들 덕분에 입주 작가를 위한 서울시 창작공간 프로젝트에 응모하여 이곳에 오게 되었다. 도시발전계획 추진 중 버려지고 잊혀진 공간들에 새로운 삶을 불러일으키고자 하는 금천예술공장 프로젝트의 취지가 나를 당겼기 때문이다. 프로젝트가 진행됨에 따라 도심을 개발하느라 파괴되거나 방치되었던 곳들이 예술적 공간들로 새롭게 거듭나고, 빈 공장들과 오래된 건물들이 재생되어 예술가들에게 필요한 스튜디오로 제공되어졌다. 이러한 거듭남의 과정 속에서 그동안 사회적 혜택이 충분히 제공되지 못하는 지역에서 살아가던 이곳 사람들과 예술가들 사이에 상호 작용이 가능하게 됐다.

- 서울의 매력은 한마디로 무엇인가?

가족 같은 친근함이랄까? 도착하던 순간부터 고향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16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금천예술공장에 도착했던 때를 결코 잊지 못한다. 몹시 피곤하고 배도 고픈 상태에서 직원들이 아침을 먹고 있는 부엌에 들어섰다. 그러자 그들은 함께 밥을 먹자고 즉석에서 제안했고, 그게 내가 처음으로 김치를 맛본 때였다. 김치가 제공하는 건강한 맛을 맛봄으로써, 그날 아침 난 친구들을 빨리 사귈 수 있었고, 매운 음식도 좋아하게 되었다. 한국의 음식 스타일을 좋아하는데, 특히 ‘쌈’ 같은 스타일은 미국으로 돌아가 친구들에게 꼭 소개해주고 싶다.

- 모국에서 친구가 다음 달에 서울에 온다면 꼭 데리고 가고 싶은 곳과 그 이유는?

먼저 한국의 역사를 알고자 하는 사람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경복궁 같은 서울의 궁궐들에 데려가고 싶다. 산책하기 좋은 조용한 곳들이나 정원들도 추천할 것이다. 그리고 이곳 금천을 꼭 방문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내가 머문 금천예술공장을 둘러싸고 있는 금천 지역은 힘든 일에 종사하지만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매우 특별한 공간인 것 같다. 무엇보다 나는 거짓되거나 허황되지 않고 진짜 사람 냄새가 나는 금천의 삶이 좋다. 마지막으로 노래방도 빼놓을 수 없는 추천 장소이다. 한국에 오는 외국인들이라면 노래방에서 새로운 한국 가족들과 좋은 시간을 함께 나누며 따뜻한 만남의 의미를 느껴봐야 한다.

- 그간 서울에서 어떤 작업을 진행하였나?

금천예술공장에 머물며 설치미술품을 만들어 각종 퍼포먼스를 행함으로써 환경문제를 자각할 수 있는 토론과 행동들을 이끌어내고자 했다. 이곳 예술 공동체에 힘을 불어넣어 주거나, 공동실태조사를 고려해보도록 관람객들을 독려하기도 했다. 환경파괴 없는 지속가능한 미래에 관한 새로운 실험 그리고 아이디어를 탐험해보기도 했다. 고갈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식량자원과 예술형태, 이 둘을 결합하기 위해 한국의 농작물을 활용해 디자인, 과학, 행동주의를 융합한 프로젝트의 가능성을 타진해 보았다. 특히 재생이나 쇄신의 아이디어는 내 예술 작업의 핵심이었다. 나는 금천지역을 조사하고 탐험하면서 특히 혼잡한 도시지역의 수많은 공장들을 오고가며 고된 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캐릭터에 끌렸기 때문에 이곳과 이 사람들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이곳 거리에서 실크 천조각, 에어필터들, 나일론 튜브 같은 산업폐기물 등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것들을 새로운 목적으로 개조해 보았다. 이들 재활용품에 한국 농작물을 결합함으로써 쓸모없이 버려졌던 실크 조각과 에어필터들은 식물들을 수경재배 할 수 있는 구조물이 되고, 내 작업 스튜디오는 식물을 기를 수 있는 가능성과 농사지을 공간 확보를 조사하는 실험실이 되었다.

- 폐기물에 원예작물을 결합시킨 작품 이외에도 다양하고 이색적인 프로젝트들을 시행한 것으로 아는데 소개해 달라.

또 다른 프로젝트 중 하나는 바퀴달린 노란 정원이나 작은 임시 자석 정원 등을 선보인 것이다. 이들 역시 97% 이상 금천지역에서 나온 산업폐기물들을 이용해 제작한 것이다. 나는 곧잘 이 작품들을 지하철이나 길거리에 끌고 다니며 마을 주민들 앞에서 선보이곤 했는데, 그럴 때면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게 여겨 “이게 뭐냐?”며 가볍게 묻고는 했다. 나는 사람들의 이런 궁금증과 내 답변의 과정을 통해 환경보호에 대한 깨달음이 확장되기를 바랐다. 환경문제에 대한 ‘순간적인 깨달음’이라고 할까?

- 서울 시민들이 당신의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 어떻게 느끼기를 바라나?

지금은 에너지 소비의 역학 관계에 대한 답을 찾아 널리 홍보할 때이다. 식량 부족, 불평등, 환경적 위협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나는 지속가능성의 주제들이 예술을 통해 표현될 수 있다고 믿는다. 예술은 우리가 극복해야 할 한계들과 문제들을 줄이는 데 있어, 기존의 아이디어들과 모델들 그리고 도구들보다 더 좋은 답이 되어줄 수 있다. 내가 입주해있던 이곳 금천예술공장은 가까운 미래에 우리가 만나게 될 이러한 비판적 이슈들을 말할 수 있는 작업을 전개하도록 도와주었다. 나는 이러한 예술 작업을 통해 우리가 매일 행하는 선택들이 쌓여감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가를 유머와 흥미를 통해 말하고 싶었다. 개인적인 선택과 행동이 쌓이면 세상은 바뀐다.

- 앞으로 당신의 계획을 말해 달라.

현재 미국의 대학교에 방문예술가로 소속되어 있으므로 강의를 위해 곧 학교로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몇 개의 전시회가 계획되어 있어 즉시 새 프로젝트인 나방프로젝트에 착수하려 한다. 이번 금천예술공장에서 행한 이동식 정원 작업시리즈의 일환인 나방프로젝트는 수분하려는 나방들을 유인하기 위해 기획된 '이동식 야간 정원 기계' 시리즈로, 곤충학과 원예학적인 조사를 결합한 지속가능성의 실험과 예술의 혼합물이다. 이 역시 예술을 통해 생태주의의 중요성을 촉구하고자 하는 작업물이다.

시민기자/안혜련
통역ㆍ번역/안혜련
gardencirc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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