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코리아대회, 파란 수영복의 퇴장!

하재근(문화평론가)

발행일 2014.07.22. 00:00

수정일 2014.07.22. 00:00

조회 3,134

15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2014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사진 뉴시스)

[서울톡톡] 2014 미스코리아 선발대회가 열렸다. 작년에 뒷돈 논란을 겪으며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올해는 최초로 비키니 심사까지 공식적으로 등장하며 더 화려하게 진행됐다. 미스코리아를 향한 열망이 워낙 크기 때문에 어떤 비판을 받더라도 이 행사는 계속해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미스코리아의 상징은 파란색 원피스 수영복과 일명 사자머리였다. 파란색은 한국인의 피부색과 보디라인을 가장 돋보이게 해주는 색이라고 한다. 또 칼라 TV의 화질이 좋지 않았을 당시 색깔이 번지는 현상이 있었는데, 가장 번짐이 적고 깔끔하게 표현되는 색깔이 파란색이었다고 한다. 그 외에 파란색이 가장 안정적이고 무난하다는 점도 미스코리아가 파란 수영복을 선호하는 데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여성이 수영복만 입고 대부분이 50대 이상 남성으로 이루어진 심사위원들의 심사를 받는다는 것이 사회통념상 불편한 광경이었기 때문에, 최대한 점잖은 이미지로 보이기 위해선 선정적이거나 화려한 색깔보다 무난한 파란색이 유용했다. 또, 미스코리아 주최측은 외모나 성적인 매력만이 아닌 여성의 종합적인 품위를 심사한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에, 자극적인 색깔의 수영복을 입히는 데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다. 파란색 원피스 수영복의 전통이 깨지고 화려한 비키니가 공식적으로 등장한 것은, 이제 더 이상 점잖음을 가장할 필요가 없는 시대라는 점을 말해준다. 몸짱, 에스라인이 사랑받는 몸의 시대, 노출의 시대가 파란색 원피스 수영복이란 미스코리아의 상징을 폐기시킨 것이다.

미스코리아가 사자머리를 사랑한 이유는 머리를 한껏 부풀려야 얼굴이 작아 보이기 때문이었다. 이 사자머리는 누구라도 한번 보면 잊지 않을 정도로 강렬한 인상인데 그것은 부자연스럽기 때문이다. 미스코리아 대회장 이외의 곳에서 그런 머리모양을 하고 나타나면 특이취향자로 여겨질 가능성이 클 정도로 극히 부자연스럽고 이상한 머리모양이었다. 요즘 들어 그런 사자머리가 사라진 것은 이젠 자연스러운 외모를 추구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스코리아의 긴 머리카락만큼은 변하지 않는데, 그것은 긴 머리가 남성들이 느끼는 이상적인 여성미란 점과 깊은 연관이 있다.

과거 미인대회는 사진을 통해 본선 참가자를 가렸었다. 참가자의 직업에도 제한이 없어서 1949년 월간지 신태양 주최 대회의 미스 대한은 명동의 다방 마담 임현숙이 차지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사회적 관심도나 대회의 규모 등 수준도 떨어졌다. 오늘날과 같은 미인대회의 효시는 1953년 한국 전쟁 중에 임시 수도 부산에서 열린 '여성 경염대회'였다.

이때 숙명여대생 강귀희가 1위에 뽑혀 사실상의 초대 미스코리아로 기록된다. 미스코리아라는 이름을 정식으로 내세운 대회는 1957년, 서울 명동 시립극장에서 열렸고 우승자에게 30만 환과 옷, 옷감, 은수저 등이 지급됐다.

1953년 선발기준엔 '몸뚱어리는 깡마르거나 뚱뚱하지 않을 것. 얼굴은 둥그스름하고 복스러울 것'이란 대목이 있고, 59년 기준엔 '팔의 윤곽은 풍만해야 되지만 고와야 한다'라는 대목이 있었다. 이것을 보면 과거엔 지금보다 상대적으로 통통한 사람을 미인으로 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둥그스름, 복스러움, 팔의 풍만함' 등은 날씬함을 숭상하는 요즘엔 상상하기 어려운 기준이다.

미스코리아에 서구형 미인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건 흔히 1977년 김성희 때부터라고 평가된다. 김성희는 활발한 연예인 활동으로 최초의 미스코리아 연예 스타로 등극하기도 했고, 인터넷 투표에서 역대 미스코리아 중 최고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1980년대에는 눈꼬리가 살짝 올라간 서구형 얼굴이, 1990년대엔 자연스러운 눈매의 서구형 얼굴이 선호됐고, 2000년대 이후엔 귀여운 동안 이미지, 동서양의 조화, V라인 등이 중요하게 부각됐다.

하지만 미스코리아가 제시하는 미인의 기준엔 아무런 근거가 없다. 특히 여성들의 경우 여기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다보면 자기혐오와 성형중독에 빠질 수 있다. 그러니까 하나의 '농담 이벤트' 정도로 가볍게 넘기는 지혜가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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