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패션 디자이너야!

시민기자 김영옥

발행일 2010.10.14. 00:00

수정일 2010.10.14. 00:00

조회 3,948

서울패션위크에 가보면 대한민국의 내로라 하는 쟁쟁한 디자이너들 곁에 '제너레이션 넥스트'라는 부문의 생소한 이름들이 있다. 하지만 정작 외국 패션 전문가들이 가장 흥미진진하다며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것은 바로 이들의 쇼다. 오직 재능과 시장성으로 평가받는 '살벌'한 현장에서 살아남을 경우 바로 세계무대로 진출할 기회를 얻는다. 패션만큼 가차 없는 세계가 있을까? 어제의 새로움은 오늘 벌써 만인의 트렌드가 되고, 바로 내일 구닥다리로 전락한다. 그래서 패션의 세계는 태풍처럼 빠른 속도로 새로운 재능을 소비하고 젊은 피를 갈구한다. 여기에 도전장을 내밀고 차기 '제너레이션 넥스트'를 꿈꾸는 서울의 청년들이 있다. 언젠가는 세상을 뜨악하게 만들 '무서운 아이들'을 키워내는 곳, 동대문패션창작스튜디오에 다녀왔다.

지난해 12월 서울패션센터 5층에 신진 패션 디자이너들의 창작활동 지원 공간인 ‘동대문 패션창작스튜디오’가 개관했다. 서울시와 서울시 중소벤처기업 육성 전문 지원기관인 서울산업통상진흥원(SBA)이 패션산업의 젊은 전문 인력을 육성하기 위해 가동 중인 동대문 패션 창작 스튜디오에는 사업계획서와 포트폴리오에 대한 서류심사 및 사업화 가능성에 대한 면접심사 결과를 실시해 최종 선정된 1기와 2기 신진 패션 디자이너들 80명이 입주해 창작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들에겐 창작 공간 지원에서부터 창작 제품의 판로개척 등 다양한 마케팅에 이르는 전(全) 과정에 대해 무료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동대문 패션창작스튜디오는 디자이너 개인별로 창작활동이 가능한 개인 창작실과 각종 최신 봉제장비들로 갖추어져 있는 공동 작업실, 제품촬영을 위한 포토스튜디오, 간이 패션쇼를 개최할 수 있는 이벤트 홀, 바이어 상담을 위한 공용회의실 등 패션창작 활동에 필요한 다양한 지원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한 공간 내에서 원스톱으로 패션 창작활동이 가능하도록 인프라가 구축된 곳이다. 성장 가능성은 높으나 경제력이 약한 신진 패션 디자이너에게 창업을 준비하기 위한 독립 창작공간을 제공하고 있는 동대문 패션창작스튜디오에 입주한 젊은 디자이너들은 이곳에서 최대 18개월까지 머무르며 창작 활동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셈이다.

얼마 전 동대문패션창작스튜디오에 입주해 있는 80명의 디자이너가 제작한 시제품 전시회를 통해 선발된 우수 디자이너 3명이 롯데백화점 명동 본점 영플라자와 잠실점 등 2곳에 편집매장 형태로 입점 기회를 얻어내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편집매장의 장점은 제품 가격이 기존 백화점 입점 브랜드의 60∼70% 수준으로 저렴하면서도 개성 있고 다양한 제품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해외 유명 전시회인 파리 애트모스피어에 6명의 입주 디자이너가 참가해 당당히 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올 가을 열리는 국내 대회인 추계 서울패션워크 패션페어에 14명의 입주 디자이너들이 참가하는 기회를 얻어내는 것은 물론 한국패션대전 패션쇼에도 4명의 디자이너가 참가하는 등 동대문패션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들의 역량이 입증되는 가시화된 결과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동대문패션창작스튜디오에 입주해 왕성하게 창작 활동 중인 디자이너들의 창작 스튜디오를 찾았다. 서울패션센터 5층에 자리한 동대문창작스튜디오에는 1인실 24개, 2인실 24개, 4인실 2개 총 50개의 스튜디오에 80명의 디자이너가 입주해 있었다. 불이 환하게 밝혀진 각 스튜디오 안엔 입주 작가들의 창작 열기가 베어 나오고 있었다.

:::미니 인터뷰:::


'PIECE PEACE'의 박화목 디자이너

‘PIECE PEACE'라는 브랜드로 남성복을 만들고 있는 박화목 디자이너는 서경대 의상학과를 졸업하고 1년 정도 창업을 위해 개별적인 준비를 하다 친구를 통해 동대문패션창작스튜디오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된 경우. 작년 12월 스튜디오에 입주해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 여기서 그는 6개월 단위로 성과평가를 통해 최대 18개월까지 입주가 가능하고 매월 1개 이상의 시제품을 제출할 경우 분기별로 100만원의 시제품 개발비를 지원받고 있어 큰 어려움 없이 1년 넘게 창작활동에 전념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입고 싶은 옷을 만들기 위해 남성복을 시작했다. 그는 디자인할 때 여성도 입을 수 있는 남녀공용의 유니섹스 스타일을 축구해 여성 구매자들도 많다. 그가 이번 계절에 정한 작품 콘셉트는 ‘보이스카우트’였다. 마치 자신이 단체를 하나 만든 것처럼 무엇을 하는 사람이든 상관없이 자신이 만든 옷을 입은 후엔 ‘어떤 단체’ 안에서 하나가 되는 통일된 느낌을 갖도록 작품을 만들었다. 어릴 때 보이스카우트 활동을 통해 캠핑과 야외활동을 했었던 즐거운 유년의 기억을 모토로 아웃 도어적인 느낌의 의상을 만들어냈다. 실제로 그가 만든 티셔츠의 포장 속엔 디테일한 소품이 보였는데 보이스카우트 목걸이와 유사한 소품이 곁들여져 있어 경쾌한 이미지를 주고 있었다.

그는 동대문패션창작스튜디오에서 창업을 위해 충분히 인큐베이팅 할 수 있도록 18개월까지 최대한 머물며 창작에 몰입할 예정이다. 소박한 바람이 있다면 지원받는 경비의 대부분을 통해 만든 시제품의 판로가 더욱 활발해졌으면 하는 것이다.

'아리'의 이선아 디자이너

‘아리’ 라는 브랜드로 여성복을 만들고 있는 이선아 디자이너는 ‘아리랑’이라는 쇼룸을 가지고 있는 실력파다. 자신의 이름 ‘선아’에 ‘리’ 자를 붙여 브랜드명과 쇼룸의 이름을 만들어 국제무대에서의 한국적인 이미지에 대해서도 대비하는 감각도 갖추고 있었다. 그는 올해 3월 말에 입주한 패기 넘치는 2기 작가로 동대문패션창작스튜디오의 문을 두드리며 한층 성숙해진 자신을 발견했다. 입주를 위해 깐깐한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서 자신의 창작품을 보다 구체화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곳에 입주하지 않았으면 접하지 못했을 패션 정보와 디자인 인프라에 노출되어 있는 것만으로도 큰 소득이라 생각하는 그는 자본이 많은 것도 아니고 스튜디오를 가질 만한 형편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이곳에 대한 만족도는 200%라 꼽았다. 최신 재봉 기계로 가득한 공동 작업실, 포토스튜디오, 공용 장비실, 공용회의실, 전시와 이벤트홀 등을 마음껏 작품 활동에 활용하는 중이다.

그의 스튜디오엔 막 디자인을 마치고 탄생한 따끈따끈한 옷이 즐비했다. 샘플 작업할 때는 밤샘작업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그는 자신이 올 가을 심혈을 기울여 디자인한 초록과 갈색의 순모 롱코트를 들어 보이며 ‘소재에 비해 착한 가격으로 결정해 마진이 별로 없다’며 수줍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편안하고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고 싶다는 그의 생각은 의상에 고스란히 녹아 전체적인 실루엣이 편안해 보였다. 다만 가을인데 초록색이 도드라져 보이는 롱코트에 대해 넌지시 질문을 던지니 자신이 선호하는 초록색을 작품에 녹여내 ‘초록색이 많은 아리의 제품들’이란 제품의 이미지화를 꾀했다고 전했다.

당당히 높은 경쟁률을 뚫고 입주해 들어왔다는 자부심이 큰 이선아 디자이너는 실질적인 창업지원 환경 속에서 자신의 독특하고 창의적인 역량을 마음껏 작품에 녹여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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