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화 속 '강순경'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경찰생활의 애환을 표현하고 있는 강현주 경장은 이미 경찰 사이에서는 유명인이나 다름없다. 취미로 시작한 웹툰은 회를 거듭할수록 조회수가 늘어 이제는 경찰의 대표적인 홍보매체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올해로 경찰 생활 5년차인 그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 | |
그녀를 만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밤낮이 따로 없는 경찰의 근무체계도 몰랐거니와, 그녀가 수시로 순찰을 돌고 있으니 약속을 하지 않은 다음에는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수 차례의 메모에도 연락이 없는 그녀가 야속하기도 했지만,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어서 무작정 그녀가 근무하고 있다는 청담지구대로 향했다.
제주에서 올라온 당찬 여인, 경찰이 되다
"어? 오셨어요? 일부러 연락 안 했는데.."(웃음? 놀라움?) 일요일 밤 10시쯤 청담지구대에 들어온 강현주 경장(29)은 기자가 인사를 하자, 당황스러움과 미안함이 공존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요즘 너무 많은 인터뷰 요청으로 업무가 안될 정도라서 다른 동료들에게 눈치가 보인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녀가 잠시 고개를 돌려 청담지구대장님을 보자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보인다. 그렇게 강현주 경장과 이야기를 나눌 시간을 얻을 수 있었다. "정말 오실 줄은 몰랐어요. 제가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 그녀는 할 수 없다는 듯이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꺼냈다.
"어린 시절부터 막연히 경찰을 동경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아버지도 경찰이 되기를 원하셨구요. 그래서 공부를 시작하게 됐죠." 강현주 경장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 강 경장은 6년 전 서울에 올라와 경찰공부를 시작했다. 그녀가 처음 서울에 자리를 잡은 곳은 고시원들이 밀집해 있는 노량진. 그곳에서 학원과 독서실을 오가면서 경찰이라는 꿈을 꾸던 그녀는, 2004년 시험에 합격해 지금의 강남경찰서 청담지구대로 발령을 받게 됐다.
"경찰, 생각보다 힘든 것 같아요. 야간 근무도 그렇지만, 사건 사고를 직접 접해야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에요. 그래도 제가 5년 동안 그만두지 않는 건, 그만큼 경찰생활이 보람될 때가 많기 때문이에요." 강현주 경장은 경찰이라는 직업이 밖에서 볼 때와는 상당히 다르다고 말한다. 자신도 처음에는 제복을 입은 멋진 모습만을 상상했지만, 직접 경찰이 되고 보니 그리 멋있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사고 현장의 참혹한 장면도 접하고, 이상한 사람들과 직접 몸싸움도 하기가 다반사다. 이럴 때면 여경이 할 수 있는 일이 참 적다는 생각도 들지만, 성폭행 피해자와 같이 여경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접하고 해결하다 보면 뿌듯함을 느끼기도 한다.

힘든 외지 생활, 만화로 일기를 쓰다
"경찰이 되고 만화를 그린 건 아니구요. 어린 시절부터 취미생활로 그렸던 거에요. 단순히 만화로 경찰생활에 대한 일기를 쓰면 재미있겠다 해서 시작한 건데, 그걸 본 분들께서 재미있게 봐 주신 거죠." 그녀는 혼자 집에 있을 때면 언제나 그림을 그렸다. 집안에 종이가 없을 때는 달력에 그림을 그리고 놀았다. 그러다가 옛 달력 윗부분의 쇠붙이에 큰 상처가 나기도 했다. "이거 만화를 그리다 난 영광의 상처에요."(웃음) 그녀는 왼쪽 손목 아래에 있는 상처를 보여준다.
"고시원 생활도 정말 힘들었죠. 그때 그런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 그림을 그려서 게시판에 올려 놓았는데, 많은 사람들이 포스트잇으로 댓글을 달아줬어요. 무척 기분이 좋았죠." 당시 그녀는 노량진의 외로운 고시원 생활을 만화로 그렸다. 함께 공부하는 많은 학생들이 공감하면서 스스로도 위로를 받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린 만화를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공간에 게시했는데, 누가 그린지도 모르는 그 그림의 밑에 포스트잇으로 댓글을 가득 달아 주었다고 한다.
"만화 속 캐릭터 강순경은 저에요. 뽈스토리는 아무 것도 모르고, 어리버리 한 제주처자가 경찰생활을 하면서 깨달아 가는 세상이야기인 거죠." 현재 그녀는 경찰 커뮤니티 사이트인 뽈스토리에 193회까지 강순경 이야기를 연재했다. 올해가 가기 전에 200회를 마치고 싶다는 그녀는, 사실은 순경이 아니라 그보다 한 계급 높은 경장이다. 그래도 여전히 강순경으로 연재를 할 계획이다. 이제 강순경은 사람들에게 경찰 생활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캐릭터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전국에서 강순경의 에피소드들이 올라와서 지금도 책 한 권이 될 만큼의 아이디어가 쌓여있단다.
서울은 수많은 이야기가 살아있는 소설책
"지금 근무하고 있는 강남경찰서는 일부러 지원해서 오게 됐어요. 뭔가 북적대는 곳에서 일하고 싶었거든요." 그녀의 고향은 멀리 제주다. 제주도는 바다와 산이 어우러진 풍광이 아름다운 곳이지만 그녀는 언제나 그런 공간이 너무 정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좀더 많은 일들이 벌어지는 도시로 가기를 원했고, 서울에서도 가장 일이 많다는 강남경찰서로 지원하게 됐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그녀는 외로움을 많이 타는 여인인 것도 같았다.
"저는 제주도에서 왔으니, 정확히 서울 사람은 아니에요. 하지만 이제는 어디보다도 편하게 느껴져요. 가끔 올라오는 어머니는 숨을 못 쉬겠다고 말씀을 하시긴 하지만요.(웃음)" 처음 서울은 그녀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해 주는 공간이었지만, 이제는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아름다운 공간이다. 많은 사람들이 살다 보니 일도 많고, 그러다 보니 하루하루가 정신없이 지나곤 한다고.
"앞으로는 지금까지 연재한 경찰 이야기를 토대로 책을 한 권 내고 싶어요. 물론 수익금은 모두 기부를 할 생각이에요." 경찰 생활을 하다 보면 많은 사람들을 접하게 된다. 그들 중에서 강 경장이 마음이 뺏기게 되는 사람은 어렵지만 열심히 살아가시는 분들이다. "저도 뭔가를 돕고 싶어요." 그녀는 경찰이 되어서 일반인들이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돕다 보니, 자연스럽게 모두가 행복해졌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단다.
뽈스토리의 엉뚱 발랄한 강순경으로 알려진 강현주 경장.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는 도시적인 이미지에 잠시 놀라기도 했지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만화 속 주인공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아 편안하고 즐거워졌다. 지금까지 그린 만화 중에서 그녀는 치매할머니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어느 택시기사가 치매할머니를 경찰서에 버리고 갔는데, 그 할머니께서 외우고 있는 번호가 있었다고. 그 번호는 집전화도 아니었고, 남편 전화번호도 아닌 예전에 근무하던 회사전화번호였다고 한다. "한 사람에게 자신이 하는 일은 얼마나 중요한 지 깨닫게 됐어요. 전 진급 같은 건 관심이 없어요. 다만 언제라도 많은 분들 가까이에서 도움이 되기를 바라죠." 추운 저녁이었지만, 그녀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는 것 같았다.
시민기자/김정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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