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 미오, 서울!
admin
발행일 2009.10.20. 00:00
서울 몰랐어요. 동양의 조그만 도시라고 생각했어요 강남역에 내려서 좀 걸으니 역삼동 주민센터가 눈에 들어온다. 기하학적인 모양으로 설계된 유리 건물은 꽤나 매력적이었다. 역삼글로벌빌리지센터는 이곳 5층에 자리하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화면에서만 보던 그 크리스티나가 자리에서 일어나 반갑게 맞아주었다. TV에서 보던 것과는 달리 안경을 쓴 모습은 지적인 느낌이 물씬 풍겼다. 역삼글로벌빌리지센터는 큰 회의실과 사무실로 구분돼 있었다. 찾아 간 그 시간에도 회의실에서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국어 교육이 한창이었다. 조그만 그의 책상에 앉아 있던 그녀는 "커피? 녹차?"하면서 직접 차를 대접해 주었다. 그녀의 한국어는 느리고 또 하나하나 정확했다.
"대학에서 국제법 석사하고, 벨기에 유러피안 유니온에서 일했어요." 이탈리아 대학에서 국제법을 전공한 크리스티나(28)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벨기에에 위치한 유럽연합에서 일을 했다. 그곳은 그녀가 어린 시절부터 꿈꿔오던 곳이기도 했다. 그곳에서의 일은 즐거웠고, 매일 매일 새로운 도전의 연속이었다. "남편 제가 가르치는 이태리말 학원 다녔어요. 매번 끝나고 데이트 신청했어요." 그녀는 저녁시간에 이탈리아어 강사로 일을 했었는데, 그때 지금의 한국인 남편을 만났다. "남편은 성악을 배우러 이탈리아에 온 유학생이었어요." 남편은 그녀에게 이탈리아어를 배우는 수강생이었는데, 강의가 끝나면 언제나 데이트 신청을 했단다. 그런데 2005년 그가 유학을 끝내고 서울로 돌아가야 할 때가 되었을 때, 크리스티나는 지금까지 해오던 일을 계속 하든지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을 따라서 동양의 이름 모르는 도시로 떠나야 할 것인지 고민해야 했다. 그리고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다. "사실 서울 몰랐어요. 동양의 조그만 도시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와보고 엄청 놀랐어요. 높은 건물, 큰 강, 정말 다이나믹 했어요." 그녀가 처음 서울을 접하고 느낀 점은 그야말로 놀라움이었다. 이름조차도 생소하던 그곳이 자신이 살던 이탈리아보다도 더 현대적이고, 역동적이었기 때문이다. 처음 접한 서울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그 중에서도 그녀를 가장 사로잡았던 것은 경복궁과 같은 전통건물들이었다. 빼곡한 건물들 사이로 고궁이 자리하고 있는 모습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매력적인 풍경이었다. 얼마 전에 송편 만들었는데 시어머니 너무 좋아했어요 "지금 역삼글로벌빌리지센터에서 일한 지 1년하고 6개월 됐어요. 그리고 카톨릭대학에서 국제법, 서울대에서 이태리말을 가르치고 있고, KBS에서 '미수다'에 출연하고 있어요. " 크리스티나는 현재 하고 있는 일들을 하나하나 손가락으로 꼽는다. 처음에는 자신의 꿈을 포기하는 것에 아쉬움이 있었다는 그녀는, 이제는 서울에서 더욱 큰 꿈을 꾸게 되었다고 말한다. "외국인들은 간단한 것에도 어려움을 느껴요. 예를 들면, 드라이버 라이센스, 보험, 크레딧 카드도 어려워해요." 현재 글로벌빌리지센터는 이런 외국인들의 어려움을 줄여주고 있다. "얼마 전에 송편을 만들었는데 시어머니 너무 좋아했어요." 현재 역삼글로벌빌리지센터장이라는 무거운 직책으로 있지만, 수장이라기보다는 외국인들의 친구 역할을 더 많이 하고 있다. 그곳을 찾는 외국인들과 친하게 이야기하고, 그들의 어려움을 실무자들에게 전달한다. 그래서 더욱 친절한 행정이 가능하도록 돕고 있는 것이다. 나날이 그곳에서의 추억도 늘어나는데, 얼마 전에는 친구들과 함께 송편을 만들어 소외이웃들을 위해 나눴다고 한다. 그리고 시어머니에게도 선물했는데, 이런 것도 만들 줄 아냐면서 칭찬을 했단다. 이태리에 서울 자랑해요. 서울 더 큰 도시 될 수 있어요 크리스티나는 서울이 활기가 넘쳐서 좋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변화가 눈이 부실 정도라고 말한다. 인터넷, IT, 그리고 문화가 풍부한 서울은 누구나 관심을 가지고 살고 싶어 하는 도시라면서, 한국어를 모르는 외국인에 대해 조금만 배려해줄 수 있다면, 세계도시로 발전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거라고 했다. 그렇게 서울시의 매력에 흠뻑 빠진 그녀는 서울시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외국에 있는 자신의 친구들에게 서울을 소개하고 있다. "모두들 서울에 사는 저를 부러워해요." "이태리에 한국, 서울 자랑해요. 이태리에 가고 싶은 마음 없어요." 서울에서 산 지도 벌써 4년이 된 그녀는 서울이 너무 좋다고 말한다. 자신이 태어난 고향도 좋지만,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서울은 매력이 넘치는 도시라는 것이다. 그래서 고향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면 서울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고. "어머니 비행기 타지 못해요. 그래서 아직 서울 와본 적 없어요. 크리스티나 어머니 오는 날 기다리고 있어요." 그녀에게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어머니가 딸을 멀리 한국이라는 나라에 시집을 보내면서 이곳에 오시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그녀는 어머니가 서울에 오시면 같이 갈 곳을 메모해 둔다. 경복궁, 남산타워, 한강, 인사동, 청계천 그리고… 함께 먹고 싶은 음식들도 머리 속에 떠올린다. 돼지고기, 바비큐, 오리고기, 떡국, 불고기, 백설기… 그는 생각만으로도 행복해 하는 것 같았다. 한 남자를 사랑해서, 서울을 사랑하게 되고, 한국문화를 사랑하게 된 크리스티나. 지금이 너무나 행복하다고 말하는 크리스티나. 그녀의 행복한 삶이 타지 생활을 하고 있는 외국인들, 나아가 함께 살아가는 서울 사람들에게 전해지기를 바래본다. 그리고 조만간 어머니와 함께 하는 즐거운 서울 나들이도 이뤄지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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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김정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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