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 박사도 이 병으로 사망

최재성

발행일 2010.11.12. 00:00

수정일 2010.11.12. 00:00

조회 5,663

인생을 정리할 시간적 여유조차 없이 갑자기~

대표적인 겨울 환절기 질환이 감기라지만 심장과 혈관을 다루는 흉부외과 의사로서는 심근경색, 뇌동맥질환, 대동맥질환 등이 먼저 떠오른다. 특히 대동맥질환 중에서 대동맥류는 흉부에서 복부를 가로지르는 몸에서 가장 큰 동맥 혈관이 풍선처럼 불어나서 결국 파열되거나 그 속에 있던 혈전들이 각종 중요 장기로 날아가 혈관을 틀어막아 혈류공급이 안되어 단시간 내에 사망할 수 있는 질환이다.

얼마 전 인터넷 블로그에서 읽었던 어느 종합병원 젊은 여의사의 안타까운 얘기가 생각난다. 그 분은 고된 수련의와 전임의 생활을 마치고 이제 어엿한 진료교수로 발령을 받을 즈음 복통이 있어서 진단을 해 보았더니 복부에 박리성 대동맥류가 발견되었고 당시 수술이 쉽지 않으니 약을 써보면서 경과를 지켜보기로 했는데, 진료교수로 부임하는 날 갑자기 대동맥류가 파열되어 급사했다고 한다. 암환자의 경우는 심지어 소위 사망선고라는 것을 듣고도 자기의 인생을 정리할 시간적 여유가 있다. 하지만 대동맥류의 파열은 그럴 여유조차 없이 이렇게 갑자기 사망할 가능성이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에 따르면 병원에서 치료받은 복부대동맥류의 경우 2000년 103명이었던 환자가 2008년에는 612명으로 6배가 증가하였다고 한다. 물론 이 수치는 파악이 가능한 병원 입원환자의 경우만 이야기한 것으로 여기에 흉부 대동맥류는 포함이 되지 않았으며, 대동맥류가 터지면 반 이상이 병원에 오기도 전에 사망하고 또 환자의 80% 이상은 대동맥 질환이 있음을 자각하지 못하기 때문에 별 증상 없이 그대로 방치하고 지내는 사실을 고려하면 실제 환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진다는 것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암보다 더 무서운 내 몸 속 시한폭탄

이러한 대동맥류의 원인은 간략하게 고령, 고혈압, 동맥경화증, 고지혈증, 그리고 항상 문제가 되는 흡연 등이다. 자각증상도 별로 없고 일단 생기면 꽤 위험하므로 예방이 우선 중요하겠다. 금연, 고혈압 및 고지혈증의 철저한 조절 등이 그 것이다.

진단은 우선 자가진단으로 집에서 편히 누워 배를 만졌을 때 맥박이 뛰는 덩어리가 크게 만져지면 복부 대동맥류를 의심해야 한다. 그러나 흉부 대동맥류는 자가진단이 불가능하고 다만 고혈압이 있던 분이 최근 목소리가 이유 없이 쉬었다면 의심해 볼 수 있다. 물론, 대동맥질환의 가족력이 있거나 고혈압이나 흡연력이 꽤 있는 분이 복통이나 흉통이 간헐적으로 있다면 이 또한 대동맥류의 중요한 징후일 수 있다. 대동맥류의 경우 워낙 조기 발견이 어려우므로 한 번쯤 심각하게 의심하고 흉부외과 전문의를 찾아가 보는 것이 중요하다. 병원에서는 초음파 검사나 컴퓨터 단층촬영을 통해 쉽게 확진할 수 있다.

상대성 원리로 너무도 유명한 아인슈타인 박사도 복부 시한폭탄인 대동맥류로 인해 결국은 터져서 사망하였다. 그러나 이렇게 무서운 질환도 미리 발견한다면 수술적 방법을 통해 완치될 수 있다. 더구나 최근엔 혈관 내 수술법이 개발되어 가슴이나 복부를 크게 절개하여 장시간 동안 수술하지 않고도 사타구니 부위에 2~3cm 정도의 절개만으로 스텐트 인조혈관을 혈관 속으로 대동맥까지 밀어 넣어 치료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예전엔 정말 큰 수술을 받고 생명을 다퉈야 했을 환자들이 그 절반도 안 되는 시간 내에 수술을 끝내고 2~3일 만에 퇴원하는 모습을 보면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글/ 최재성(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흉부외과 서울의대 교수)

#질병 #건강 #대동맥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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