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하다 보면 어느새 당신도 디자이너!

admin

발행일 2009.10.16. 00:00

수정일 2009.10.16. 00:00

조회 4,963

서울디자인올림픽이 열리는 잠실종합운동장. 오감이 즐거운 상상의 세계 속으로 빠져보자. 행사가 종료되는 29일까지 다양한 체험공간을 마련, 관람객의 시간을 '저축'하고 있다. 즉, 시간만 투자하면 유명 디자이너와 기상천외한 신세대 디자이너의 작품으로 두 눈이 즐겁다. 여기에 테마별 체험을 통해 만들고, 두들겨보고, 먹는 기쁨이 이자로 붙는다. 또 한 가지 더! 복리식 이자가 있다. 체험하는 곳마다 작은 사은품을 받을 수 있다는 것. 보고 놀고 챙기는 일석 삼조의 시간. 서울디자인 올림픽의 주제어가 ‘우리 모두가 디자이너다’인 것처럼 우린 즐기는 디자이너다!

만들고, 먹고, 뛰어 논다 … I-Design 놀이터

직접 경험하는 것 중에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바로 요리시간이다. 재미도 있거니와 먹는 즐거움도 한 몫하기 때문. I-Design 입구 오른쪽에 마련된 체험부스에서는 따끈따끈한 떡에 서울의 상징 동물인 해치떡살로 찍고, 보조경기장 안쪽에서는 즉석에서 팝콘을 튀겨 나눠주고 요리 강습도 한다. 아이들이 쉽게 할 수 있는 경단 만들기, 샐러드 만들기 등의 재료가 기다리고 있다. 놀이터 옆 '컬러푸드 체험존'에서는 요플레 만들기 체험과 더불어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와 야채가 모형으로 준비되었다. 종이로 된 야채를 땅에 심어보고, 가장 이상적인 밥상차림과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들을 비교해볼 수 있는 시간이다.

해치 떡살찍기 현장에서 만난 성북구에서 온 이석륜(8세) 어머니. 아이에게 설명해주는 목소리가 유난히 밝다. “떡살은 모양을 내는 것인데 해치라는 서울의 상징동물을 나무에 파서 만든거야. 이렇게 꾹 눌러주면 해치모양이 나오네.” 처음 해보는 석륜이의 손길은 투박하지만 바쁘다. 열심히 찍어 완성품을 번쩍 치켜든다. “잘 찍었죠”라며. 석륜 어머니는 “내가 더 즐겁네요. 떡 찍는 건 어릴 때도 해보지 않았거든요. 석륜이 친구들하고 엄마들하고 왔는데 재빨리 인터넷으로 예약 먼저 했죠. 아직 둘러보려면 한참 남았어요”라며 떡을 맛보기 위해 수다 삼매경 속으로 빠져든다. 요리 체험은 한정된 인원 때문에 인터넷 예약이 필수. 그렇다고 실망하지는 말자. 불참자가 있으면 대기자 명단을 통해 기회를 얻을 수도 있으니.

만들고 먹었으니 이제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 놀 차례. 보조경기장 넓은 잔디 위에서 뛰어놀고 그 곁에 상상 속에나 있을 법한 동물 동상과 알록달록한 의자들이 놀이친구가 된다. 또한 과학적인 설계를 통해 만들어진 놀이시설물들이 아이들의 동심을 확 낚아챈다. 아이들이 페달을 돌리면 에너지가 모여 불빛이 생겨 원을 그리며 돈다. 경주가 시작된 것이다. 누가 빨리 페달을 돌리느냐가 관건. 아이들이라 해도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그 곁에는 태양열에 의해 연이 날고, 자석에 의해 배가 움직인다. 구불구불 미끄럼틀에 몸을 실으면 아이들의 시계는 멈춘다. I-Design 놀이터에서.

기쁨 두 배, 건강까지 챙긴다 … 브레인 디자인 체험존 등

지금까지 아이들 위주로 즐겼다면 이번에는 어른들의 세계. 체험코너 중에서도 특히 성인들이 가장 많이 몰려 있는 곳이 있다. 뇌에 관한 검사가 이뤄지는 '브레인 디자인 체험존'. 우리 뇌의 나이가 궁금한 이들에게 신체판단능력, 뇌파검진을 통해 알려준다. 그 다음엔 놀이터 출구 오른쪽으로 나오면 '서울시와 오락하자' 프로그램이 있다. 이 프로그램은 대사증후군 검진프로그램으로 직접 피를 뽑아 검사한 뒤 즉석에서 결과물을 보여준다. 곧바로 각 구 보건소에서 나온 의사선생님을 통해 상담을 거친 뒤 흡연, 금주, 우울증, 다이어트 상담까지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넉넉한 시간을 두고 참여하면 유익한 시간이 될 것이다.

한강으로 자전거 타러 나왔다가 들렀다는 송파구에서 오신 김학신(68) 할아버지. “나이든 사람은 우리뿐이네. 젊은 사람들이 건강에 더 관심이 많나봐. 디자인은 잘 모르겠지만, 이것저것 보는 게 많아 점심도 거르고 여기 있는 거야. 의사 선생님이 다이어트 하라는데 쉽지 않아. 오늘 건강검진도 받고 구경도 하고 재밌었어”라며 다이어트 상담하는 곳으로 향했다.

성인들의 놀이터 … 디자인 장터전

건강 검진을 받고 주경기장으로 향하면 성인들의 놀이터가 있다. 바로 디자인 장터전. 젊은 디자이너들의 작품이 많은 이곳은 관람객으로 통로가 가득 찰 정도다. 그 중 귀여운 손가락 인형에 눈길이 머문다. 손가락에 스탬프를 찍어 표정을 만들고 옷과 가발을 씌우면 손가락 인형이 된다. 소통의 도구로 이용될 작품을 만든 이는 일본에서 건너온 요시다미카(30)와 무라타 마리(29) 디자이너다. 디자인이란 “대화의 통로다”라고 생각하는 그들과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두 신세대 디자이너는 “서울디자인올림픽에 참여하기 위해 5일간 체류하고 있어요. 마트 디자인 웹사이트를 통해 참여하게 되었는데 좋은 경험을 쌓고 돌아갈 것 같아요. 서울은 깨끗하고 안전한 도시여서 다시 찾을 계획”이라고 전하며 엄지 손가락을 세웠다.

또 다른 인기작품은 아기자기한 악세사리인 단추 공예 디자인. 여성들에게 인기였다. 국내에서 보기 드물게 단추 공예를 선보인 김석진 디자이너의 작품이다.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딸은 “작품을 만든 엄마가 대단해보여요. 동생이 디자인을 하는데, 엄마에게도 이런 소질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어요. 아직은 초보 단계”라며 자랑스러워한다. 실제로 판매까지 이어져 기쁨 두 배라고. 단추를 예사롭게 보지 않고 작품으로 승화시킨 창의력이 돋보인다. 단아한 한국적인 매력과 이색적인 것을 원하는 이들에겐 보면 볼수록 욕심나는 작품이 될 것이다.

그리고 … 포럼과 세미나, 취업 박람회장까지

장터전을 거쳐 디자이너의 상상력을 읽고 보았다면, 유명인사가 전하는 디자인이란 어떤 것일까 강의를 들어보는 포럼과 세미나도 준비되어 있다. 인터넷을 통해 예약을 하고 수강생들이 많지 않으면 현장접수도 가능하다. 다소 전문적일 수도 있지만 유명 인사들을 통해 디자인의 세계를 슬쩍 엿본다.

그 중 '먼나라 이웃나라' 저자인 이원복 교수가 ‘세계도시의 특성과 역사’란 주제로 첫 스타트를 끊었다. 세계의 건축물에 관련된 사연과 삶의 일부처럼 지켜나가는 프랑스의 사례를 들려줬다. 그가 생각하는 디자인이란 “만들어야 할 건물에 이왕이면 개성과 가치와 아름다움을 부여해 품격을 높이는 것이다. 일상에 어떤 것이든 디자인적 요소가 없는 것이 없다”고 정의 내렸다. 이 외에도 '시민 디자인 포럼'에는 하재봉, 이시형, 이다도시 등의 유명인사들이 참여할 예정으로 인터넷을 통해 사전 등록을 받고 있다.

한편 실내체육관에서는 취업 박람회장이 열렸다. 주경기장과 떨어져 있어 한산하긴 하지만, 업체별로 상담원이 배치되어 있고, 서울시 일자리 플러스 창업센터가 운영되었다. 이미지 컨설턴트를 통해 면접방법, 예상 질문 등을 모의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즉석에서 이력서에 사용할 증명사진을 찍어주고 인화까지 해준다. 함영롱(27) 씨는 졸업 2년차. 아직 미취업 상태다. 캐릭터 디자인 분야를 지원하고 있는데 생각만큼 쉽지 않다고. “집에 있으면 우울하잖아요. 디자인행사여서 왔는데 마침 취업박람회도 있어 들렀어요. 포트폴리오 꾸미는 법, 면접시 주의사항에 대해 물어봤어요”라며 웃는 그녀에게서 희망을 엿본다.

이것이 끝이라고? 천만의 말씀이다. 과학과 수학의 신비를 풀어보는 아이디어 상상체험관을 둘러보는 데에만 두어 시간은 족히 걸린다. 여기에 과자로 작품 만들기, 시민들이 참여한 공모전, 장애인미술작품, 학생들의 졸업작품, 서울시 복지 홍보관 등까지 더한다면 하루 해가 짧다. 그만큼 서울디자인올림픽은 행사 규모가 크고 볼거리들이 많다. 행사장 구석구석을 천천히 돌아보며 즐기는 복리이자까지 챙겼는가? 먹고 보고, 즐기는 가운데에도 디자인이 숨어 있다는 사실 기억해두자. 일상은 디자인 속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가 디자이너는 아니지만, 때에 따라 디자이너이기도 하다.

시민기자/장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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