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admin
발행일 2008.09.03. 00:00
가을이 오면 익숙해지는 풍경이 있다. 거리와 산을 가득히 채우는 울긋불긋한 단풍과 바람에 날리는 낙엽들이 떠오르게 된다. 아름답기 그지없는 그 풍경을 좀 더 만끽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멀리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공원이나 가까운 강가를 찾기도 한다. 그리고 아름다운 경치를 만끽하면서 사색에 잠기기도 하고 커다란 자연 속에서 숨 쉬는 자신의 존재를 느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가을이 올 때 푸른 나무들이 낙엽을 떨구지 않고 자신의 모든 것을 그대로 지니고 살고자 한다면, 어떨까? 너무나 많은 영양분을 소모하면 나무는 아마 생명을 잃을지도 모른다. 겨울이 와서 광합성과 같은 신진대사가 떨어진 상황에서 모든 것을 다 간직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기에 자신의 일부를 버려서 자신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 자연의 순리이다. 사람의 경우도 이와 같다. 사람에게도 추운 겨울과 같이 자신의 신진대사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순간이 올 때가 있다. 이러한 변화에 눈감고 둔감한 상태로 세상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능력에 맞지 않게 많은 것을 끝까지 누리려고 할 때 고통이 따르고, 이 고통이 누적이 될 때, 우리의 몸은 우리에게 대화를 시작한다. 때로는 질병의 고통으로 우리에게 대화를 하기도 하지만, 마음의 고통으로 우리에게 대화를 하기 시작한다. 이 마음의 고통을 우리는 ‘우울증’이라고 부른다. 바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풍요로움에 취하여 이러한 마음의 대화를 귀 기울여 듣지 않으려고 한다. 마치 추운 겨울이 와도 여느 때와 같이 바쁘게 광합성을 하기 위해서 아무것도 버리지 않고 꼿꼿이 서있는 나무처럼… 나뭇가지가 부러지고 그늘이 지는 것과 같은 신체적인 질병은 그때 그 때 치유하려고 애를 쓰지만, 전체적으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고통에는 눈을 감아버리기가 일쑤이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 우울증이 심해져서 나의 심신을 지치게 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자신의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곤 한다. 우울증은 우리의 몸과 우리의 삶과 우리 주변 사람과의 관계에서 조화가 깨지고 있다는 신호를 우리에게 보내는 것이다. 추운 겨울이 오듯 사람에게도 주변 환경의 변화가 와서 본인이 견디기 힘든 상황이 되고 있음을 알리기도 하고, 나무가 병들어 잎이 시들고 단풍이 지듯이 때로는 사람의 몸이 견디기 힘든 무엇인가가 오고 있다는 것을 우울감을 통하여 우리에게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이러한 부조화가 생기기 시작한다면 우리는 우울감과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 내가 어떤 상황에 있고 어떻게 아프기 시작하며 무엇이 힘든가에 대해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렇지 않고 방치 할 경우는 우리의 본질인 생명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나무에 물을 주고 영양분을 공급하여 지친 심신에 대한 치료를 통해 이러한 우울증이 극복되기도 하고, 때로는 추운 겨울을 나는 나무처럼 상담을 통하여 자신이 버려야 할 것과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을 고민하고 선택하여 자신의 환경에 맞는 삶을 만들기도 한다. 다행히 사람에게는 그러한 신호가 너무나 분명하게 우리에게 중요함을 일깨워 준다. 우울함은 그러한 신호가 우리에게 중요하다고 어려서부터 말해주고 있다. 인생에 있어서 우울감은 우리 삶에 중요한 대화의 매개체로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이제는 그 우울감과 대화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그 대화를 잘하는 이는 자신의 삶과 주변상황, 몸에 대하여 많은 것을 느끼고 때로는 풍요롭게 때로는 치유의 과정을 통하여 성숙되어 갈 수 있을 것이다. 만일 여러분이 이러한 마음의 우울감과 대화가 익숙하지 않다면 주변을 돌아보면 이러한 우울감과 어떻게 대화를 나누어야 하는가를 알려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당신의 친구와 가족, 그리고 동료들… 그리고, 그것이 더욱 익숙하지 않은 부분이라면 그 대화에 익숙한 전문가를 찾아가 보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그것은 나의 삶을 사랑하는 매우 적극적인 방법일 것이다. 글_한우상 서울의료원 정신과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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