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기침

admin

발행일 2008.08.13. 00:00

수정일 2008.08.13. 00:00

조회 3,499

옛 속담에 ‘오뉴월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는 말이 있다. 여름에는 개조차도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는 뜻이겠지만 요즘 같이 연일 찌는 듯한 무더위가 계속되면 현대인들은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끼고 살아서인지 냉방병은 물론 감기를 달고 살기도 한다. 흔히들 기침을 하면 대부분이 ‘아, 감기에 걸렸구나’ 라고 생각하지만 감기와 상관없이도 기침을 하게 된다.

기침은 나쁜 물질이 기도내로 들어오는 것을 막고 폐와 기관지에 있는 해로운 물질을 밖으로 내보내는 정상적인 신체방어 작용이지만 일상생활에 불편을 줄 정도로 심하고 오래 지속되는 경우는 정확한 진단을 통해 그 원인을 파악하고 치료해야한다. 정의상 8주 이상 기침이 지속되는 경우를 ‘만성기침’이라고 하지만 3-4주 이상 기침이 지속되면 원인에 대한 검사를 고려해야 하는데,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에게서도 약 14-23%에서 나타날 정도로 흔한 호흡기 질환의 하나이다.

국내 연구결과를 보면 만성 기침의 원인으로 기관지 천식이 37.5%, 후비루 증후군이 37.5%, 위식도 역류가 7.5%, 기관지 결핵이 5% 정도이고 기타 분류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가 22.5%정도이다. 그리고 만성 기침의 원인으로 두 가지 병이 겸해있는 경우가 23%, 세 가지 병이 겸해있는 경우가 3%를 차지한다고 한다.

1) 기관지 천식
만성기침 환자의 20-40%가 이에 속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때는 발작적으로 마른기침을 하며 심한 경우에는 구토를 동반한다. 대개 운동이나 찬 공기에 노출 시에 악화된다. 기관지 확장제를 흡입하면 폐기능이 호전된다.

2) 후비루 증후군
후비루 증후군 또한 만성기침의 가장 흔한 원인중의 하나로 코의 분비물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서 그 부위를 자극하여 기침을 유발한다. 이는 주로 비염, 부비동염, 비인두염과 연관되어 생기는데, 기침을 2-4회 연속적으로 하고 하루 중 특히 밤에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 기침이외에 코에서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분비물, 헛기침, 코막힘, 목이 간질간질한 느낌 등이 있다.

3) 위식도 역류
식도와 호흡기는 발생학적으로 함께 생겨 신경지배도 함께 받으므로 식도질환과 호흡기 증상은 관련되어있다고 보는 것이 지배적이다. 위식도 역류는 만성기침환자의 10-21%를 차지하고 있으며, 현재로써는 위식도에서 역류될 경우 식도하부점막이 자극되면서 만성기침이 일어난다는 것이 가장 유력한 가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4) 기관지 확장증과 만성기관지염
기관지 확장증은 기관지벽이 파괴되면서 기관지가 확장되어 분비물이 저류되면서 기침, 가래가 발생하는 질환으로 가슴 사진으로 환자의 90%에서 진단이 가능한 질환이며, 만성기관지염은 2년 이상 연속적으로 약 3개월간 가래 및 기침이 있는 경우이다. 만성기침의 원인으로 꼽히는 후비루 증후군, 천식, 기관지확장증이 아닌 경우에 진단이 가능하며 담배를 비롯한 기도를 자극하는 물질에 노출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5) 고혈압 치료제
일부 고혈압과 심부전 치료제 사용자중 6-14%에서 약제사용후 4주에서 1년 사이에 만성기침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때에도 마른기침과 함께 야간에 누워있을 때 나빠지는 경향이 있고, 여성과 비흡연자에서 많이 나타난다.

기타 원인으로는 흉막, 흉벽, 횡격막, 신경근육질환, 간질성 폐질환시에 폐용적이 감소하면서 마른기침이 발생한다. 그리고 유육종증이라는 결핵 비슷한 병도 만성기침의 원인중의 하나로 꼽힌다. 흉부방사선 검사상 정상소견이면서 만성기침이 지속될 때는 기관지결핵의 가능성을 검토하여야 하며, 폐암의 경우 90%에서 기침이 수반된다. 이상의 모든 질환이 배제된 후에도 만성기침이 지속되는 경우 심인성 만성기침의 가능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처럼 ‘기침=감기’라는 일반적인 공식이 통하지 않는 질환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다. 만성기침의 경우에는 정확하게 그 원인을 파악해야 함은 물론이고, 증상이 조금 호전되었다고 해서 처방된 약을 임의로 끊거나 민간요법에 의지하는 것은 더욱 위험한 일이다. 전문의의 진단을 믿고 끝까지 함께 치료해야 한다.

자. 지금 당신의 기침소리는 어떤지 귀 기울여 보도록 하자.

송숙희_서울의료원 내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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