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과 예술이 공존하는 문래동 거리

시민기자 허혜정

발행일 2014.06.30. 00:00

수정일 2014.06.30. 00:00

조회 1,580

문래동 철공소 거리

[서울톡톡] 주말이 오기 전 금요일 저녁, 이번 주말에는 뭘 할까? 종종 고민에 빠진다. 일주일 동안 하고 싶었던 활동을 계획하느라 설레기도 하고, 가까운 공연장을 찾아 인터넷을 검색하기도 한다. 서울의 문래동 철공소 거리에는 예술가들이 삼삼오오 모여 작업실이나 연습실로 갤러리나 카페를 만들어 문화와 예술의 기운이 가득 뿜어져 나온다. 특히, 7월 4, 5, 6일에 스튜디오 QDA에는 최대 관객이 22명이면 다 차는 작은 공연장에 개성 넘치는 무대가 준비되어 있다. 젊은 작가들의 기발한 창작을 통해 함께 슬퍼하고, 웃고, 고민하게 해 꾸준히 관람객을 끌고 있었다.

문래동은 서울에서 몇 곳 남지 않은 제조업과 철공소가 모여 있는 곳이다. 오후 5시, 해가 지지 않은 시간이면 어김없이 공장에서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고, 이곳에서 생산되는 물건과 철재들을 실어 나르는 덤프트럭이 보여 예술과는 무관한 동네처럼 보인다.

문래동 철공소 거리의 벽화들과 그 사이의 낯선 극장의 모습

외환위기와 도심개발로 점점 빈 공장이 늘어가고, 공간의 임대료는 서울의 타 지역보다 저렴하게 되었다. 이에 예술가들은 작업실을 찾아 하나둘 이곳으로 모여들게 되었고, 철공소 거리는 벽화와 조형물이 곳곳에 생겨 공장과 예술이 공존하는 독특한 문화를 만들게 되었다. 작년부터 이곳이 알려지기 시작해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

문래동의 예술거리는 해가 지고, 공장이 문을 닫으면 매일 볼 수 있지만 일 년에 딱 한 번 10여 일간만 볼 수 있는 공연이 있다. 2호선 문래역 7번 출구로 나오면 철공소 거리의 스튜디오 QDA가 개성 넘치는 작가들의 공연으로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곳은 일본인 비눗방울 예술가인 '오쿠다 마사시' 씨가 만든 초소형 극장으로 매년 꾸준한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초소형 극장에서 펼쳐지는 작은 공연

아주 작은 공간에 간이의자를 놓고, 관객과 배우가 수평으로 마주 볼 수 있는 공연장. 이날은 1시간가량 총 3편의 공연이 무대에 올려졌다.

세월호의 아픔을 표현한 첫 번째 작품은 "여기 사람 있어요"라는 대사가 메아리쳤다. TV에서 보도되는 뉴스로만 접해 슬픔을 함께 나누지 못했던 관객들은 잠시나마 모두 함께 애도하는 마음으로 공연에 참여했다.

유해랑 님의 두 번째 작품은 투명한 랩을 무대 앞에 칭칭 감고, 답답할 정도로 배우의 몸에도 감아 마지막에는 '욕심'이라는 두 단어를 불태워버려 인상 깊었다. 마지막 공연 '자매'는 짧은 공연시간에 자매간의 사랑, 질투, 싸움, 화해를 표현한 재미있는 작품이다.

총 13개의 작품은 각 작가의 개성이 돋보이면서도 우리 사회의 아픔과 삶을 조명하고 있어, 지나가는 한 시간이 아쉬울 정도로 인상적인 무대들이었다. 낮에는 철공소, 해가 지면 문화가 샘솟는 창작공간이 곳곳에 숨어 있는 문래동. 다가오는 주말에는, 이번에 놓치면 내년에나 만나볼 수 있는 QDA 스튜디오 공연에 다녀오는 건 어떨까?

윗줄부터 시계방향, 최정산, 유해랑, (자매팀)혜진, (자매팀)소랑

■ 미니인터뷰  작가(배우) - 유해랑, 최정산, 자매팀

시민기자: 문래동에 예술이 피어나는 공간, 공연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오게 되었어요. 공연은 언제부터?
최정산: 공연은 작년 11월부터 시작했고, 올해는 6월 20일부터 7월 6일까지 매주 금, 토, 일에 공연하고 있어요.
시민기자: 공연하시는 분이 어떤 분이시죠? 팀이나 공연 이야기 부탁해요.
최정산: 저희는 모두 공연자예요. 서로서로 돌아가면서 공연도 하고, 문의도 받고, 진행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구별 여행자라는 제목으로 공연하는데요. 마임은 이제 시작했고요, 퍼포먼스를 주로 하고 있어요.
시민기자: 오늘 유해랑 님의 공연이 참 독특했는데요. 어떤 의미로 이해하면 좋을까요?
유해랑: 저의 공연 주제는 '욕심'이고요. 우리가 살다 보면 욕심을 추구하게 되잖아요. 욕심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다른 누군가는 힘들어지기도 해요. 이 힘들게 하는 이기적인 마음을 '욕심'이라고 쓰고, 이를 비판한 공연이에요. 기형도 시인의 '입속의 검은 잎'에서 착안해서 시를 읊으며 시작되지요.
시민기자: 네. 저도 공연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요. 공연 내내 주방에서 쓰는 투명 비닐 랩을 사용하셨어요. 관객과 무대를 한번 가리고, 몸에도 칭칭 감았어요. 랩을 사용하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유해랑: 랩은 투명하죠? 속이 훤히 보여요. 옷처럼 자신을 감추지만, 또 속이 훤히 보이기도 하고, 오히려 나를 옥죄게 만들기도 해요. 숨쉬기 어려울 만큼 말이죠. 이게 욕심의 특징이 아닐까 해요. 그리고 이러한 욕심을 랩 중앙에 써서 없애야 한다는 의미로 불태우고 마무리하죠.
시민기자: 마지막으로 '자매'팀이시죠? 좁은 무대지만 보는 내내 즐거웠던 공연이었어요. 잠깐 소개해 주세요.
자매: 저희는 서울 창작공간에서 만나 한 팀을 이루어 활동하고 있어요. 작년에 공연을 보러 왔다가 올해 참여하게 되었는데요. 이곳 문래동 공연장은 틀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고, 스스로 기획에서부터 공연무대까지 하고 싶은 내용으로 공연해서 즐거워요. 또 그날그날 다양한 공연이 올라와서 배울 점이 많아요.
시민기자: 다른 무대에서의 공연과 다른 점이 있다면요?
자매: 관객과의 거리가 정말 가까워요. 22명이 가득 차면 돗자리까지 깔아서 관람하시는데요. 그럴 때는 정말 긴장되곤 해요.

■ 공연안내
 ○ 일시 : 2014년 7월 4일~7월 6일(금요일 저녁 8시, 토요일
 ○ 오후 5시/저녁 8시, 일요일 저녁 5시)
 ○ 장소 : 스튜디오 QDA (서울시 영등포구 문래3가 54-34 3층)
 ○ 티켓 : 5,000원 (자유석)
 ○ 홈페이지 : blog.daum.net/ironworksplay
 ○ 예매 및 문의: 011-786-9545, ironworksplay@hanmail.net 공연 시작 3시간 전 통화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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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래동예술거리 #스튜디오Q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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