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마을의 변신

시민기자 서형숙

발행일 2014.06.18. 00:00

수정일 2014.06.18. 00:00

조회 1,200

벽화

[서울톡톡] 이사 온 지 이제 한 달. 전에 살던 곳과 멀지 않은 곳이었지만, 눈에 익히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듯 하다. 조금씩 동네에 익숙해질 무렵 항상 버스로 다니던 길을 쉬엄쉬엄 걸어가 보기로 했다. 그러다가 노량진로 5길쯤에 다다라 발걸음을 멈췄다. 이곳은 '노량진 제5재정비 주택재개발촉진지역'. 전에 살던 집에서도 일 년에 한 두번 정도 이용했던 이 길은 이미 낡을 대로 낡은 건물과 비좁은 시장골목이 늘비하게 늘어 선 모습이었다. 거기에 아무렇거나 쓰레기를 버려서 늘 지저분했던 곳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이곳의 풍경이 달라져 있었다. 구석지고 낡은 골목길에 쭉 들어서 있던 낡은 건물들의 외벽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도대체 누구의 발상이었을까? 건물 곳곳마다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그 변화가 너무나 놀랍고 신기해 카메라에 그 풍경을 담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벽화로 유명한 이화동 마을 한 켠을 이곳에 잠시 옮겨놨다는 느낌이랄까, 아니면 홍제동 개미마을 일부가 이사 온 기분이랄까.

벽화

아무튼 내게 이곳의 변화는 놀라움이었다. 차들과 사람이 뒤엉켜 마냥 좁고, 복잡하게 느껴져 다니기 싫었던 길이었다. 그런데 언제 이런 변화가 생긴 것일까? 전에는 전봇대 밑에 쓰레기로 가득했던 공간이 말끔해져 있다. 전봇대엔 예쁜 꽃들과 구름이 가득한 파란 하늘이 그려져 있다. 그 옆의 길을 따라 길게 뻗어진 담벼락에는 종이비행기들이 자유롭게 날고 있는 풍경이 아지자기하다.

낡은 화분에 잘 자라나고 있는 분꽃과 함께 마치 하나인 듯 조화를 이루며 노랗게 피어난 해바라기. 벽화 속 풍경들은 언제 이 길이 그 비좁고 지저분했던 길이었냐는 듯 반문하는 듯 했다.

벽화

알고 보니 이 벽화마을은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꾸며진 공간이란다. 작년 2013년 11월부터 12월까지 노량진2동 마을공동체 김재열 대표를 비롯한 주민들과 인근 수도여고, 동도중학교, 서울여고 등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이 이 작업에 참여했다. 그리고 주말마다 각자의 바쁜 시간을 쪼개 벽화마을을 일궈내는데 한 몫을 했다. 날씨도 쌀쌀하고 추웠을 텐데 그 고생들을 무릅쓰고 자발적으로 이런 봉사를 해 냈다는 점이 참 고맙고 감사하다.

벽화는 결코 잘 그렸다거나 보기 좋게 꾸미려고 만들어 낸 화려한 이미지가 아니다. 아니 오히려 투박하고 순수함이 느껴지는 풍경들이다. 그런데도 그 풍경들은 보면 볼수록 아름답고 새로워 보인다. 전문가의 손을 전혀 빌리지 않고 오직 동네주민들과 학생들의 힘만으로 우리가 사는 마을을 아름답게 가꾸어내겠다는 의지가 그 벽화에 담겨져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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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 벽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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