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하십니까?

시민기자 김수정

발행일 2014.05.13. 00:00

수정일 2014.05.13. 00:00

조회 994

[서울톡톡] 불안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마음이 편하지 아니하고 조마조마함을 뜻한다. 일제강점기와 6.25를 겪고 격변하는 사회를 거쳐 지금은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어쩌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후천적으로 불안이라는 감정을 어쩔 수 없이 체득했을지도 모른다.

이렇듯 자신도 모르게 쌓여있는 불안이라는 감정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작은 전시가 성북예술창작센터에 마련됐다. 주시안(김현우)의 <제안없는 해방, 삶을 바라보는 통로>는 설치, 영상, 멀티미디어 작업들을 통해 보이지 않는 상황을 시각적으로 조형화하고 있다.

불안의 정물, 어젯밤 대화

전시장에 들어서면 그 공간을 채우고 있는 흩뜨려진 설치물들을 볼 수 있다. 공중에 붕 떠 있는 작품들을 보면 그 자체가 하나의 불안함을 표현하고 있는 듯하다. 봉제공장에서 나온 부산물을 이용해 만든 <불안의 정물>, 목재 집에서 쓰고 남은 나무를 이용한 <어젯밤 대화>가 바로 그것들이다. 해설을 읽어보니 주가 되지 못하는 부산물을 보며 작가가 경험한 불안한 심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신체 감정지도 불안>은 설치된 드라이기를 통해 40도가량 열을 가하면 붉은 부분이 투명하게 변화한다. 사람들이 다양한 감정을 느낄 때 공통으로 특정 신체 부위가 달아오르거나 가라앉는 느낌이 든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그중 불안은 감정이 격양되면서 가슴 부분에서 상당히 겹친다고 한다. 신체 감정지도 불안은 이런 불안에 대한 육체적 변화를 가시화한 작품이다.

신체 감정지도 불안, 자기점검

전시장 한 편의 까만 커튼 뒤로 들어가면 2분가량의 영상물이 켜진다. 퍼포먼스 연습 영상으로 어수선한 전시장 모습을 담은 <리허설 영상>이다. 검은 안대를 착용한 퍼포머들이 불안이라는 글자를 지우는 모습이 담겨 있다. 그 영상에서 지워진 불안이라는 글자가 <제안 없는 해방을 위한 오브제>라는 제목으로 전시장의 벽면에 걸려 있다. 언뜻 연필로 무작정 낙서를 한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워지지 않은 글자 부분을 볼 수 있다. 지우려 노력해도 불안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연필, 지우개, 연필 깎기, 하얀 종이, 그리고 소각 통이 들어있는 <자기점검>이라는 작품도 재미있다. 연필을 깎아 종이에 불안을 적은 후 지우개로 지워 소각통에 넣으면 소각해 준단다. 함께 전시를 관람한 딸아이는 종이 위에 벌점을 쓰고 지웠다. 학교에서 담임선생님께 받는 벌점이 우리 딸에게 불안을 일으키나 보다. 모든 불안이 소각 통에서 사라져버린다면 정말 좋겠다. 실제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불안을 직접 적어서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불안을 낮출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하는데 작가가 평소에 불안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이번 전시는 16일까지 성북예술창작센터 2층 갤러리 맺음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작은 전시이니만큼 성북예술창작센터에 들릴 일이 있으면 챙겨보면 좋을 듯하다. 성북예술창작센터에서는 예술로 토요일 프로그램, 힐링아트랩 프로젝트, 공감시네마, 나무N하늘공방, 내부순환텃밭 등 많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하루하루 지친 일상을 예술을 통해 치유해보자.

성북예술창작센터 : 서울시 성북구 회기로 3길 17(종암동 28-358번지)
홈페이지 : http://cafe.naver.com/sbartspace
전화번호 : 02-943-9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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