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싯적에 그림 좀 그렸다우~

시민기자 이승철

발행일 2014.05.09. 00:00

수정일 2014.05.09. 00:00

조회 2,044

[서울톡톡] "이 멋진 작품들이 아마추어 노인들 솜씨라고요? 참 대단하네요." 그림을 살펴보던 시민들이 감탄을 금치 못한다. 어버이 날인 5월8일 오후 지하철 7호선 뚝섬유원지역 옆에 있는 한강전망 문화공간 내 '자벌레갤러리'에서다. 마치 자벌레처럼 생긴 둥근 전시공간에는 수십 점의 아름답고 멋진 그림들이 걸려있었다.

강금용 작품 [옛식골], 장시자 작품 [보리밭]

마침 전시된 그림 앞에 서있던 작품의 주인공 한 분을 만났다. 섬세한 필치로 다른 작품들과는 상당히 다른 그림을 그려 출품한 노인은 놀랍게도 올해 나이가 82세인 강길진 옹이었다. 성동구 마장동에 있는 성동노인종합복지관 그림동아리 회원들과 함께 조금 전에 전시한 작품을 둘러보고 돌아가려던 참이었다.

82세 강길진 옹과 그의 작품

작품 전시에 참가한 사람들은 총 31명으로 대부분 60세 이상 80대까지의 노인들이었다. 그런데 어느 시민의 말처럼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다. 작품들은 수채화와 아크릴화가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풍경화가 많았지만 꽃그림과 보리밭 그림 등 섬세한 필치의 그림들도 섞여 있었다. 노인들의 남다른 정성이 깃든 작품들이었다.

노인세대들은 참 가난하고 어려운 시대를 살아왔다. 먹고 사는 문제와 자식들을 기르고 교육하기 바빠 자신의 소질이나 취미는 살려볼 겨를이 없었다. 그러다가 나이 들어 직장과 일에서 은퇴한 후에야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생긴 것이다. 그렇게 취미나 특기를 살려 시작한 것 중의 하나가 그림그리기였다.

그러나 그림그리기가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었다. 더구나 늘그막에 감성이나 감각이 많이 떨어진 상태에서 그리는 그림은 젊은 학생들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열정만은 결코 젊은이들에게 뒤지지 않았다. 그리고 지우기를 반복하며 스케치를 하고, 물감을 익히고 칠하여 하나하나의 작품을 완성했다.

"어렵지요, 나이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손재주나 감각이 무디어졌다는 것이잖아요, 시력도 흐리고, 집중력도 떨어지고. 젊은 학생들이 하루에 그릴 수 있는 작품도 우리들은 며칠씩 끙끙거리며 그려야 하니까요."

배우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고, 아직 실력이 따르지 않아 이번 전시회에는 작품을 내지 못했다는 다른 노인이 푸념처럼 한 말이다. 전시된 작품들은 젊은 시절에 삶이 어려워 접고 살아야했던 취미나 특기를 노년의 열정과 끈기로 이루어낸 집념의 결과인 것이다.

뚝섬 전망문화콤플렉스(자벌레갤러리_사진 뉴시스)

뚝섬 전망문화콤플렉스 '자벌레갤러리'는 서울시 한강사업소에서 아마추어 예술인들에게 무료로 대관해주는 시설이다. 어버이날에 열린 노인들이 정성을 담아 그린 아름답고 멋진 미술전시회는 5월 17일까지 계속된다. 전시장은 지하철 7호선 뚝섬유원지역 3번 출구에서 연결된 통로에 있으며 관람료는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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