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라디오 실버스타

시민기자 허혜정

발행일 2013.07.17. 00:00

수정일 2013.07.17. 00:00

조회 1,322

[서울톡톡] 오전 10시, 창밖에는 비가 하염없이 쏟아진다. 갑자기 쏟아지는 비는 길 가던 사람의 발을 묶어 버린다. 종로구 경운동 수운회관 옆 2001년에 개관한 서울 노인복지센터로 들어가 본다. 복지관 복도에는 어르신들이 1층부터 3층까지 자리를 채우고 계셨다. 무슨 일인가 여쭤보니 관내 어르신들이 운영하는 라디오방송을 들으러 오셨다는 것이다.

비 오는 날 듣는 라디오는 잔잔한 매력이 있다. 어르신들도 이를 잘 아는 것일까? 2009년에 본격적으로 시작된 '라디오 실버스타' 프로그램은 2013년 중반을 달리고 있는 지금까지 잘 이어가고 있다. 처음에는 봉사활동으로 시작된 프로그램이었지만 올해부터는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전환되어 만 60세 이상 서울시 주민이면 간단한 면접을 통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라디오 실버스타'는 어르신들이 직접 라디오 방송을 만들어 보고, 어르신들 스스로 문화생산자로 활동하는 프로그램이다. 더불어 어르신 청취자의 눈높이를 맞춘 문화 및 생활정보가 제공되고, 젊은 세대들에게는 어르신들의 연륜과 경험을 전달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복지관 3층에는 실제 방음장치와 라디오방송을 할 수 있는 라디오부스가 잘 갖추어져 있었다. 방송이 시작되자 오늘의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이야기 중간에는 흘러간 가요가 들려온다. 복도에 자리 잡은 어르신들은 조용히 눈을 감고 음악을 듣거나 흥에 겨우면 춤을 추기도 했다.

먼저 정기항 어르신의 중국 고사 이야기로 방송은 시작됐다. 어르신의 중저음 목소리는 비 오는 날 운치를 더해주었다. 방송이 끝난 후 물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전직 KBS 성우 출신이라고 하신다. 젊은 시절에는 쫓기듯이 일을 했지만, 지금은 여유 속에서 DJ 활동을 하고 있어서 하루하루가 참 즐겁단다. 인생을 살면서 힘들 때도 많지만 '행복의 열쇠'는 내 마음에 있기 때문에 마음을 잘 다스리고 긍정적인 생각을 한다면 행복한 노년을 맞이할 수 있다는 조언도 해주셨다.

마지막으로 김영자 어르신의 '생활 속 이야기'를 주제로 약 삼십 분간의 방송이 이어졌다. 젊은 층도 잘 아는 팝송이 흘러나오자 반가운 마음에 살짝 미소를 지어본다.

'라디오 실버스타'에는 총 10분이 대본작성부터 실제 음성 녹음까지 라디오 전반에 걸쳐 활동하고 있다. 매일 두 분씩 하루에 삼십 분, 총 한 시간 방송이 진행된다. 아쉽게도 아직 주파수를 따지 못해 관내 방송으로 머물고 있지만, 일 년에 두 세 차례 인터넷 라디오, 보이는 라디오에 초청을 받아 실제 라디오 방송에도 참여하고 있다. 또 복지관 근방의 대학 방송국과 연계해 어르신들의 사연과 선곡이 담긴 방송을 대학 방송국에서 선보이고, 학생들도 어르신을 위한 방송을 센터에 와서 진행해보는 프로그램을 기획 중이다.

복지관에서는 앞으로 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라디오 대기실을 개방하여 센터 어르신들을 위한 음악 감상실로 개방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라디오는 과거의 성격을 띤 아날로그 매체다. 하지만 과거의 세대와 현재의 세대가 소통하는 창구이기도 하다. '라디오 실버스타'가 그런 방송이 되길 기대해본다. 

위치 : 서울 종로구 경운동 90-3 (지하철 3호선 안국역 5번 출구)
홈페이지 : 노인복지센터 www.seoulnoin.or.kr
문의 : 02-739-9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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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방송국 #노인복지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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