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이 있어 더욱 좋은 `이석준과 함께`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오현지

발행일 2013.04.05. 00:00

수정일 2013.04.05. 00:00

조회 1,417

[서울톡톡] "영상이 다 좋은데 마무리가 돼야지! 음악이 마무리되는 느낌이 없잖아."
대학로 문화공간 필링1관에서 울리는 한 남자의 지적에 스텝이 바쁘게 움직인다. 리허설에서 실수는 있어도 본 공연은 완벽해야 한다. 작은 것까지 놓치지 않고 대본의 수정을 요구하는 그는 뮤지컬계의 대부, 이석준 씨다.

유명 뮤지컬배우의 재능기부, 상상을 현실로 만들다

우리가 '이석준'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이 많다. 수많은 뮤지컬 히트작도 생각나고 아름답고 지혜로운 배우 추상미 씨도 생각난다. 그러나 오늘은 그의 '나눔'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제가 직접 아이디어를 낸 '뮤지컬 이야기쇼 이석준과 함께'는 2주에 한 번씩 관객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시즌 1은 100회 공연으로 마무리됐죠. 오는 4월 15일 공연 9주년을 맞이합니다. "

보통 자신이 출연한 작품을 홍보하노라면 쑥스러울 수 있다. 그리고 홍보는 듣고 있노라면 얄미울 수 있다. 그러나 이석준 씨가 자신의 공연을 홍보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그 이유는 이 공연이 '나눔'을 주제로 잡았기 때문이다.(많은 이가 '기부'란 단어를 사용하지만 이석준 씨는 '나눔'이란 말을 더 좋아한다고 한다.)

공연을 계획한 계기는 우연이었다. 뮤지컬 '베르테르'에 출연할 당시 일화다. 추운 겨울날 공연이 끝나고 뒷정리한 후 나오는데, 한 여성팬이 뮤지컬 배우를 기다리고 있었단다. 대중교통이 끊길 때였지만 개의치 않았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얼른 그 배우를 불러서 나오라고 했어요. 여성팬은 배우에게 장미꽃 한 송이를 주면서 공연 잘 봤다는 말만 남기고 서둘러 돌아갔어요. 그때 생각했습니다. 뮤지컬이 상업과 비상업의 경계에 서 있는 그때, 뮤지컬과 관객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필요하다고."

당시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뮤지컬 이야기쇼 이석준과 함께'가 무대에 올려졌다. 뮤지컬배우와 팬이 만나는 토크쇼 방식에 큰 호응이 따라왔다. 그러나 이내 현실적 문제에 부딪혔다.

제작비와 기부금 사이의 혼돈

푯값은 저렴하게, 그러나 공연 퀄리티는 높게. 쉬운 문제도 아니었고 뚜렷한 해결방안도 없었다. 이석준 씨는 세세히 말하지 않았지만 관객 수가 적은 때도 있었고 공연이 중단될 위기도 있었단다. 그러나 그는 두 가지를 끝까지 지켰다. 뮤지컬을 만드는 인재가 무대 외에서 관객과 만날 소통의 창구를 꼭 만들자는 것, 이를 계기로 불우이웃을 돕자는 것. 온갖 우여곡절도 그를 막을 수 없었다. 거침없이 위기를 뚫고 역습을 거듭한 끝에 '뮤지컬 이야기쇼 이석준과 함께'는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시즌 2를 더욱 힘차게 달리고 있고 4월에는 티켓 오픈 9주년을 맞이해 특별한 게스트와 함께 한다고 한다.

뮤지컬 이야기쇼 '이석준과 함께'는 뮤지컬 배우와 관객이 소통하는 공연이다. 함께 일하는 스텝은 소정의 수고료만 받고 일한다. 어떤 스텝은 오히려 자신의 비용을 투자하면서 공연을 이끌고 있다. 이석준 씨 역시 '노 개런티'다. 공연 수익금은 전액 불우한 이웃에게 전달된다. 유료로 공연을 봐주시는 분들이 더 늘어나야 하는 이유다. 매회 공연 말미에는 관객에게 공연 수익금을 전달하는 동영상을 보여준다. 불치병에 걸린 아이가 환하게 웃는 모습이 화면에 나타나면 이내 공연장은 숙연해진다. 

단순히 나눔에 초점을 맞춰서 장수하는 공연이 됐을까. 당연히 'No'다. '이석준과 함께'는 3명의 베테랑 작가가 뮤지컬 배우를 섭외한다. 쉽게 말해 뮤지컬 배우에겐 '라디오 스타'와도 같다. 재미가 있고 허를 찌르는 이석준 씨의 공격에 뮤지컬 배우는 당황하지만 관객은 배꼽을 잡는다. 노련한 진행은 이석준 씨가 평생 바친 무대 경험에서 비롯된다. 여기에 눈앞에서 뮤지컬 배우의 숨소리까지 들으며 노래를 감상할 수 있는 재미가 더해진다. 한 공연에서 7곡 남짓의 뮤지컬 명곡을 들을 수 있다.

이석준 씨는 "뮤지컬을 좋아하는 관객이 70% 정도이며, 나머지는 뮤지컬을 잘 모르지만 이야기쇼를 보러 오신다"며 "뮤지컬에 대한 기본 상식을 토크쇼로 풀면서 두 가지 코드를 다 충족시키는 것이 공연의 매력이다"고 덧붙였다.

대학로가 브로드웨이를 뛰어넘는 그날까지

이석준 씨에게 큰 관심사 중 하나는 대학로의 변화다. "우리나라에서 뮤지컬을 할 수 있는 공연장은 많지 않아요. 최근 대학로에 공연장 공사가 한창입니다. 중극장, 대극장이 특정 지역에 많이 생긴다는 것은 좋은 신호죠. 서울에 대학로가 있는 것이 축복입니다."

그러나 이석준 씨는 자신의 소신을 더했다. 브로드웨이를 능가하는 대학로가 되기 위해서는 보완할 점이 필요하다고. "공연 캐릭터 관련 매장, 뮤지컬 노래를 담은 음반 등도 대학로에서 만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먹고 즐길 거리가 원스톱으로 이뤄져야 하죠."

2만 5,000원의 표값이 남에게 상처나 실망이 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이석준 씨의 소신. 우리가 뮤지컬 무대에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는 모습만 보느라 미처 발견하지 못한 이석준 씨의 매력이다. 이젠 우리가 그 매력에 빠질 차례다. 뮤지컬 배우의 땀방울이 마를 새 없는 대학로로 서울톡톡 독자 여러분을 초대한다. 어떠한 공연을 즐겨도 좋다. 망설이다가 좋은 공연 다 놓치고 후회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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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이석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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