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의 다른 나라 설 이야기
발행일 2013.02.05. 00:00
[서울톡톡] 이제 우리 사회도 다문화사회로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결혼 이주여성이 늘어나며 주위에서 다문화가정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아울러, 사회적 편견 없이 이들을 받아들이려는 다양한 노력도 엿보인다. 또한, 이주여성들과 다문화 가정에 대한 각계각층의 사회적 지원도 늘어나고 있다. 오늘은 그 중 한 곳, 대학생들의 도움으로 다문화 아동요리 강사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결혼 이주여성들이 있다 하여 찾아가 보았다. 이들의 요리수업 이야기도 들어보고, 민족의 대명절 설을 맞아 고향 나라의 설 명절이야기도 들어보았다.
요리로 문화를 나누는 '다문화 아동요리강사'
"파프리카를 넣어요. 그리고 파인애플을 넣어요."
필리핀에서 온 퀀텔라 씨는 아이들과 함께 할 요리 수업을 시연해보고 있다. 예행연습 중인 수업 요리는 필리핀 열대 과일로 만든 쌈. 필리핀 전통 요리인 투톤이나 룸삐아를 유아들이 만들기 쉽게 응용해 만든 열대과일 쌈 요리이다.
"다 넣었으면 아래를 접어 올려요. 그리고 위쪽을 접고 돌돌 말아요. 이렇게..."
그녀 주위에는 고려대학교 enactus 소속 대학생들이 함께 하고 있다. 학생들은 요리에 필요한 도구와 재료도 준비하고, 때론 이렇게 수업에 참여하는 아이가 되어 예행연습을 돕거나, 수업 시연 모습을 지켜보며 다양한 의견을 내기도 한다. 이들 학생들은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결혼 이주여성들을 대상으로 다문화 아동요리 강사 양성 프로그램인 다울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퀄텔라 씨는 몽골에서 온 서드초롱 씨와 함께 2012년 4월부터 다울림 프로젝트를 통해 교육도 받고 아동요리강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현장 실습을 통해 현재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방과후 수업에서 다문화 요리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다른 쪽 방에서는 서드초롱 씨의 수업 연구가 한창이다. 서드초롱씨는 몽골에서 유치원 선생님으로 일을 했다고 한다.
"몽골에서는 양배추 감자 당근 양파와 고기를 넣는데, 아이들 영양을 생각해서 좀 더 다양한 채소를 넣었어요."
서드초롱 씨는 초이왕이라는 몽골 음식을 선보이고 있었다. 초이왕은 볶음 칼국수로 몽골인들이 평소 즐겨 먹는 음식 중 하나라고 한다. 서드초롱 씨도 고려대학교 학생들과 함께 다음 주 있을 요리 수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손으로 반죽하고 써는 다양한 요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수업을 짜고 있었다. 아이들의 흥미를 고려하고 안전을 생각해서 수업의 세부적인 안을 짜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서드초롱 씨의 고향인 몽골은 우리처럼 음력으로 설을 쇤다. 정확히 몽골 음력으로 1월1일을 명절로 보내는데, 서드초롱씨에게 몽골 설 이야기도 들어보았다.
한국의 설과 닮은 몽골의 '차강사르'
"몽골에서는 설을 '차강사르'라고 해요. 하얀 달이라는 뜻이지요."
달이 바뀌어 하얗게 깨끗해진다는 얘기니, 새로운 한해 즉, 한해의 첫날을 칭하는 우리의 '설' 의미와도 닿아있는 듯싶다.
"이날 몽골에서는 보즈라고 하는 몽골만두를 배터지게 많이 먹습니다. 몽골에서도 전통 옷을 입고 웃어른들께 인사를 다닙니다. 집안 어른 뿐만 아니라 이웃 어른들께도 인사를 갑니다. 어른들은 모자를 쓰고 앉아있고, 젊은 사람이 다가가 아모르베노(평안하십니까?)라고 하면서 얼굴을 갖다 대며 양쪽으로 한 번씩 두 번 살짝 뽀뽀를 합니다."
몽골에서는 명절 전에 집집마다 어마어마한 양의 보즈를 만든다고 한다. 수백 개에서 천개 이상의 만두를 만들어 가족들과 함께 먹고, 인사를 온 손님들과도 나눠먹는다고 한다. 보즈는 양파와 양고기 (혹은 소고기)를 넣어 동그랗게 만든 몽골식 만두이다. 몽골은 날이 워낙 추운 곳이라 별도의 냉장고도 필요 없다고 한다. 보즈를 빚어 밖에 내어 놓으면 바로 얼어 보관도 용이하다.
차강사르 동안 발바닥 모양의 빵인 '보우'를 홀수 층으로 쌓고 그 위에 하얀 설탕이나 사탕, 유제품 등으로 하얗게 장식한 것을 놓아둔다. 보통 젊은 사람은 3층으로, 50대 정도 어르신은 5층, 60대 이상 어르신 가정은 7층 높이로 쌓는다고 한다. 또한, 양고기를 통째로 삶은 '오오츠'를 올려 두고, 인사를 온 손님들이 바로 잘라 먹을 수 있도록 한다. 여러 음식과 함께, 우유에 찻잎을 넣고 끊여 소금을 넣어 만든 '수테차'를 준비해 대접한다고 한다.
몽골에서는 차강사르 기간 동안 음식을 배부르게 먹으면 한해 배고픔 없이 지내게 된다고 생각해 많은 음식을 함께 나눠 먹는다. 여러 집을 돌아다니며 인사를 나누고, 음식을 나눠먹으며 정을 나눈다. 왠지 우리 옛 풍습과 참 많이도 닮은 듯 싶다.
이제 며칠 뒤면 민족 고유의 명절, 설이다. 혹시 주변에 다문화 가족이나 이웃이 있다면, 이들 고향나라 명절 이야기도 나누고 음식도 함께 나눠보면 어떨까? 함께 나누는 정이 있어 더욱 따뜻한 설이 될 것이다.
■ 다울림 다문화 요리교실은? 매주 금요일 한성대입구역에 위치한 다린센터에서 진행된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으로 출강도 하는 만큼 관심 있다면 다울림 블로그( blog.naver.com/daulimdaulim )를 참고하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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