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자 속 미술이 지겹다면?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고은빈

발행일 2012.10.17. 00:00

수정일 2012.10.17. 00:00

조회 2,565

[서울톡톡] 지루한 일상 속 짬짬이 문화생활을 해볼까 하지만 영화도 전시회도 구미를 당기지 못한다면, 새로운 것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새로운 것을 찾기엔 비용도, 시간도 많이 들까 걱정하는 독자들이 있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서울 국제 미디어아트 비엔날레'가 있기 때문이다.

새로움의 매력

미디어아트를 어렵게 생각하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미디어아트는 단지 표현 수단이 이전과 다를 뿐이다. 스크린이나 모니터를 캔버스 삼아, 빛이나 움직임을 채색도구 삼아 미디어아트는 제 모습을 갖춘다. 그러나 이 작은 차이가 가져오는 새로움은 꽤 크다. 서울시립미술관 1층에서 진행되는 미디어극장에는 스크린들이 곳곳에 비치되어 있다. 그리고 각 스크린은 다른 내용의 영상들을 상영한다. 의미를 가진 소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침묵과 멜로디, 타자기 소리가 컴컴한 전시실을 채운다. 처음에는 낯설겠지만 이내 새로운 예술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소리와 움직임이 기존 전시회와 달리 적극적으로 관람객을 끌어당기기 때문이다. 새로움에 이끌려 어떤 작품으로 향할 것이고 새로움으로 인해 한동안 그 곳에 머물 것이다.

또 다른 예술주체를 만나는 시간

과거나 지금이나 예술의 주체는 예술가다. 그러나 전시를 둘러보다 보면 새로운 주체를 만날 수 있다. 바로 '당신'이다. 현대인들의 일상이 되어버린 인터넷, SNS를 소재 그 이상으로 활용해 참여형 전시를 만든 것이다. 특히 서울시립미술관 2층에 있는 'Spell on the City'와 '크라우드로우'는 우리의 참여가 눈에 보이는 형태로 나타난다. 'Spell on the City'는 작가의 트위터 계정(@2012seoul)으로 서울에 대한 느낌과 생각을 트윗으로 보내면 그 메시지가 분석되어 7가지 감정(행복, 슬픔, 공포, 혐오, 분노, 중립)으로 분류되고 같은 종류의 메시지가 모여 다양한 표정의 아이콘을 형성한다. 이 아이콘은 시립미술관 이외에도 서울스퀘어, 한빛 미디어파크, 상암 DMC의 미디어 파사드에도 나타난다. '크라우드로우'는 군중에 의해 조작되는 페인트건으로 어플리케이션에 의해 조작된다. 어플리케이션 설치 후 SNS 아이디로 로그인한 뒤 간단한 게임을 하면 실제 전시실 안에 있는 페인트건이 움직이며 페인트가 든 총알을 캔버스를 향해 쏜다. 그리고 모니터에는 쏜 사람의 이름이 입력된다. 사람들의 참여가 많아질수록 캔버스는 완성된 하나의 작품이 된다.

이런 작품, 눈여겨보세요

미술관 2층의 '파리트윗', '10번째 감상'

미국에서 활동하는 데이비드 보웬은 키보드가 설치된 아크릴 구조물에 집파리들을 풀어 파리들이 자유롭게 자판을 작동시키게끔 했다. 글자가 140자가 넘어가거나 파리가 엔터키를 누르면 트윗이 생성된다. 파리가 트위터를 한다는 것이 흥미롭다. @Flycolony에서 파리의 트윗을 확인할 수 있다.

료타 쿠와쿠보 작가는 '10번째 감상'에서 빛과 그림자를 이용한 흥미로운 설치미술을 선보인다. 어둡고 작은 전시실을 비추는 것은 모형열차의 불빛뿐이고 레일 주변에는 색연필, 바구니, 빨래집게, 쓰레기통 등의 생필품들이 놓여있다. 서로가 무관할 것 같은 이 조합은 그림자가 생성되면서 빛을 발한다. 전시실의 하얀 벽 위로 나타나는 생필품들의 그림자가 마치 기차를 타며 보는 풍경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빨래집게가 송전탑처럼 보이는 신기한 경험이 가능하다.

미술관 3층의 '입자들', 'A/DD/A'

정각이 되기 10분 전, 검은 커튼을 젖히면 암흑이었던 공간이 별천지가 된다. 수많은 동그란 빛들이 궤도를 따라 소리를 내며 빠르게 돌기 때문이다. 레일조차도 잘 보이지 않는 환경은 공이 부유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입자들'이라는 작품에 대한 설명이다. 

또 다른 공간에 들어서면 그냥 봐서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물체의 나열이 있다. 새의 머리를 뒤집어쓴 로봇은 무언가를 두드리고, 모니터에는 트윗이 계속 올라온다. 한쪽에 있는 프린트는 백지를 뿜어낸다. 이 모든 것이 'A/DD/A'라는 하나의 작품이다. 윤지현 작가와 김태윤 작가는 요 몇 년 사이에 등장해 세상을 장악하다시피 한 새로운 미디어에 대한 비판 의식으로 이 작품을 만들게 되었다. "뉴미디어는 끊임없이 진화 중에 있는데 이 진화라는 게 과연 사람들에게 좋은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이 작품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이 찾은 답은 무엇일까? 프린터를 거쳤는데도 아무것도 인쇄되지 않은 종이가 답을 대신한다. 바로 '모순'이다. "SNS에서는 수많은 메시지, 즉 데이터가 오갑니다. 그 데이터들은 어딘가에 흔적을 남기려 하죠. 그러나 수가 너무 많아 데이터들은 일순간에 우리를 스쳐지나갑니다. 흔적을 남기지 못하는 것이죠. 또한 SNS의 방대하고 빠른 데이터의 흐름은 우리의 관계 형성 및 유지를 편리하게 했지만 오히려 가까운 사람들과는 멀어지게 하고 전반적인 관계를 피상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이런 모순들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홍보관의 'Inter-Scenery', 'We Feel Fine'

'Inter-Scenery'는 현장에서 관람객이 참여할 수 있는 작품으로, 스위치를 내렸다 올리는 과정이 관람객의 실루엣을 포착하고 이 실루엣은 스크린 속 가상공간에 재현된다. 게임용 키넥트를 사용해 한번 실루엣이 포착되면 관람객이 움직여도 그 움직임까지 모두 재현해낸다.

셉 캄바르와 조나단 해리스는 위 필 파인(http://www.wefeelfine.org)이라는 사이트에 웹에 올라오는 블로그 게시물 중 "I feel", "I am feeling"이라는 문구가 들어간 것만 검색해 감정별로 분류해 놓았다. 이 결과는 통계로 정리되어 책으로 발간되기도 했다. 참고로 세계인이 많이 표현했던 감정은 더좋은(Better), 나쁜(Bad), 좋은(Good), 죄책감(Guilty), 동감(The same), 미안함(Sorry), 역겨운(Sick), 우울한(Down), 편한(Comfortable), 정말 좋은(Great) 순이었다.

미디어아트 작가들의 관람포인트

미디어아트가 생소하고, 어떻게 즐겨야할지 모르겠다는 독자들을 위해 인터뷰를 한 작가들에게 본인의 작품과 상관없이 미디어아트를 보다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는 방법을 물었다.

윤지현 작가 보통 미디어아트라 하면 '경험'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작품에서 어떠한 반응이나 변화를 기대하죠. 기대하는 결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고장 났나…' 생각하시는 분들도 더러 계십니다. 그러나 미디어아트도 사실 일반적 미술작품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붓과 물감이라는 전통적 미디어에서 벗어나 전자기기와 SNS등을 미디어 삼아 만들었을 뿐입니다. 여유를 가지고, 보통 예술작품 감상하듯 상하좌우 자세히 본다면 좀 더 재미있게 미디어아트를 즐기실 수 있을 것입니다.

김태윤 작가 우리나라 관람객들은 작품해설을 듣거나 보고 이해하는 등 매우 소극적인 관람태도를 가지고 있는데 이런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것이 미디어아트뿐만 아니라 예술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의 의도나 편견, 생각의 틀에 갇히지 않고 자유롭게 작품에 대해 생각해본다면 더 적극적으로 그 작품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요? 작가를 골탕 먹일 수 있을 정도의 새로운 시각과 관점들이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전시 일시: ~ 11월 4일까지
- 장 소: 서울시립미술관 본관, 디지털미디어시티(DMC) 홍보관
- 입 장 료: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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