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여년 만에 고국 찾은 국악기들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이현정

발행일 2012.09.03. 00:00

수정일 2012.09.03. 00:00

조회 1,816



[서울톡톡] 잊혀져가던 고악기들의 110여년 만의 고국 방문이라, 왠지 드라마틱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을 것만 같다. 국립국악원의 국악박물관 3층 특별전시실에서는 10월 7일까지 국악박물관 재개관 기념 특별전 <1900년 파리, 그곳에 국악>이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현재 프랑스 음악박물관에 보관 중인 국악기 11점을 만날 수 있다. 이들은 1900년 파리만국박람회에 출품되었던 국악기들로, 전시가 끝난 후 수송할 여비가 없어 프랑스에 기증된 악기들이다. 머나먼 이국의 땅, 프랑스 음악박물관에서 고국을 그리던 우리 악기들이 112년 만에 드디어 고향을 찾아온 것이다. 어딘가 모르게 당시 우리 민족의 운명을 닮은 듯하다.

1900년 파리만국박람회~

1897년 조선은 서구 열강들의 침탈에 맞서 자주적인 주권국가임을 대외적으로 선포하기 위해 국호를 대한제국으로 바꾼다. 아울러 고종은 대한제국을 알리고자 세계인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가장 큰 규모의 국제적 행사에 참가하고자 한다. 여러 프랑스인들의 도움으로 마침내 파리만국박람회에 공식 초청을 받게 된다. 56개국 중 최종 40개국으로 참가하게 되지만, 실제 참가에는 여러 어려움이 따랐다. 강대국들에 밀려 전시관 터 잡는 것 초차 쉽지 않았을 뿐더러, 전시관을 마련할 비용조차 구하기 힘들었던 것. 우여곡절 끝에 1개의 전시관을 완공하고 전시하게 된다. 근정전을 본떠 지었다는 대한제국관 안에는 국악기 뿐 아니라 의상, 문방사우, 책, 목판, 그릇, 자기, 돈, 무기, 금속활자본 등 궁중에서부터 민간의 생활까지 보여주는 각종 물품들이 빼곡하게 전시되었다.

"내년(1900년) 프랑스 파리 만국박람회에 귀하고 희귀하며 좋은 각종 물품을 친히 가지고 가서 팔고자 하는 사람이나 혹은 물건 주인이 물건 값을 정하여 보내려 하는 자는 양력 6월 8일(음력 5월 1일) 내로 매일 오전 7시부터 8시 안에 진고개 좌동과 성관으로 왕립하여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법국(프랑스) 사람 트레물네'"

이는 1989년 6월 3일자 독립신문에 실렸던 파리만국박람회 참가 물품 광고이다. 트레물레는 대한제국이 파리만국박람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재정후원을 해준 사람 중 한명. 이 광고를 통해 우리는 만국박람회에 참가할 전시품으로 민간에서 전해오던 귀한 물건들도 수집되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자주국가의 염원을 담아 대한 제국에서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멋진 전시품을 직접 선별하고 준비했던 고종의 바람을 읽을 수 있다.

만국박람회는 요즘 흔히 엑스포라고 하는 세계 박람회의 옛이름. 19세기 산업혁명과 더불어 발달한 만국박람회는 새로운 과학문명과 기술을 선보이는 국가 간의 산업화 경쟁의 장이었다. 당시 만국 박람회는 자국의 권위와 부를 과시하는 세계 최대 축제의 장으로 그 화려함은 극에 달했다. 프랑스의 에펠탑이나 오르세미술관 등도 이 시기 만국박람회를 위해 세운 건축물. 증기기관차, 전화기, 자동차 등 현대 문명의 역사를 바꾼 중요한 발명품들이 차례로 선보인 곳도 이 만국박람회였다.

파리만국박람회의 대한제국관은 비록 후미진 곳에 설치되어 많은 이들이 찾기엔 어려움이 따랐지만, 동양적이며 매력적인 건축물로 관람객과 기자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대한제국은 행정서비스 비경쟁부분에서 참가국상, 농산품 가공식품 부문 대상 1개, 야생작물과 의류 부문 금메달 2개, 은메달 10개, 동메달 5개, 장려상 3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상하게 된다. 우리의 국악기들도 당당하게 동메달을 수상하며, 일본과 중국과는 다른 한국 음악의 존재를 널리 알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들 전시품들은 대한제국의 재정상의 문제로 당시 수송비였던 20만 프랑을 감당하지 못해 프랑스에 기증되었다. 또한, 박람회 참가 대가로 광산채굴권과 철도부설권을 프랑스에 양도해야 했다. 당시 이들을 뒤로하고 귀국해야 했던 조선 사절단의 울분과 비통함이 느껴지는 듯하다.

고종이 직접 선별해 보낸 악기들…

나라의 존재를 알리기 위한 역사적 사명을 띠고 머나먼 이국으로 파견되었던 고종의 '칙사', 국악기. 112년 만에 고국을 찾은 이들 악기들은 국립국악원에서 10월 7일까지 약 2개월 동안 전시 된 후, 내년 1월 다시 파리로 돌아간다고 한다.

<1900년 파리, 그곳에 국악>은 국립국악원 내 국악박물관이 지난 1년여의 전면 개편 보수 공사를 끝내고 재개관하는 것을 기념하며 마련된 특별전이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이들 악기 뿐만 아니라, 박람회 당시 모습을 볼 수 있는 기록 영상물과 사진 자료 등을 함께 만날 수 있다. 또한, 동시대 음악활동을 엿볼 수 있는 악기와 악보 등도 전시되어 있어 100년 전 국악을 되짚어 볼 수 있다.

이번에 고국을 찾은 국악기들은 해금, 대금, 단소, 거문고, 정악가야금, 양금, 향피리, 세피리, 방울, 용고, 북 등 총 11점. 이들 악기들은 고종이 직접 선별하여 보낸 것이니 만큼 공예적으로나 악기적으로 매우 뛰어난 작품들이다.

특히 거문고는 학문양 금박으로 장식, 예술적 가치가 높다. 해금은 현존하는 해금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해금은 현재와 비교해 활대의 길이가 짧고 목이 휘어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변화를 거듭한 국악기와 우리 음악의 역사를 되짚어 볼 수 있다. 가야금 또한, 1900년 이전 풍류 가야금으로 매우 중용한 가치를 지닌다고 한다. 부들이 일반 가야금 부들과 다르게 매어졌음을 볼 수 있는데 이는 국악기를 접할 수 없었던 프랑스 측에서 나름 정성껏 매 놓은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국내 현존하고 있는 동시대 악기들이 함께 전시되어 있어 국악기 연구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또한, 관람객들에게 악기들을 비교해 보는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고종대의 악보인 금학입문, 악장요람 등도 함께 전시되어 있어 1900년대 음악활동을 엿볼 수 있다.

■ 전시 안내
 ○ 전시기간 : 10월7일까지 
 ○ 전시장소 : 국립국악원 국악박물관 3층 특별전시장
 ○ 관람시간 : 오전 9시 ~ 오후 6시(매주 월요일 휴관)
 ○ 관 람 료 : 무료
 ○ 전시설명 : 화~토 오전 10시30분
 ○ 큐레이터와의 대화 : 9월 7일, 9월 21일, 10월 5일 각각 오후 2시
 ○ 문의 : (02)580-3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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