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 둘이 싸우더니, 공연 시작됐다고
발행일 2012.08.29. 00:00

[서울톡톡] 물레아트페스티벌이란? 영등포 문래예술공장을 찾아가다보면 녹슨 철판이 즐비하게 늘어선 철공소 골목을 지날 수밖에 없다. 문래예술공장 역시 그 전에는 철공소였다. 낮에는 쉴새 없이 쇳소리가 울려 퍼지고 기계톱 돌아가는 소음이 가득했던 곳이다. 그런데 그 철공소가 하나, 둘 문을 닫으면서 건물만 덩그러니 남게 되었다.
그 빈 철공소에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 들었다. 가난한 예술가들에게는 그 곳의 저렴한 임대료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철공소 건물 안은 어느새 예술가들이 예술을 하고 일상생활을 누리는 곳으로 변모하였다. 그러다가 드디어 예술지구로 재탄생하게 되었고 문래예술공장이 들어 선 것이다. 그리고 해마다 예술축제를 갖게 되었다. 2012년 물레아트페스티벌 축제의 주제는 '지금, 여기'이다. 이는 장르부터 역할까지 경계를 없애고 축제에 모인 모든 사람들의 경험과 상상력을 공유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물레아트페스티벌의 상징 '물레정신'
'물레아트페스티벌' 축제 행사에 앞서, '물레'의 의미를 살펴보자. 누구나 잘 알고 있듯이 물레는 손으로 돌리는 방적 연장이다. 우리 조상들은 이렇게 일상에서 필요한 천을 자립적으로 생산하고 작은 공간에서 '베틀노래'나 '물레노래'를 부르며 고통, 슬픔, 기쁨 등을 나눴다. 물레아트페스티벌에는 이 물레정신을 통해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으려했던 전통의 지혜가 담겨 있다는 특색이 있다. 이번 축제가 또 흥미 있는 것은 현대 예술의 모든 장르가 펼쳐진다는 것이다. 짧고 날카로운 주제를 담은 <비디오아트 그룹전>, 젊은 춤꾼들의 작가주의적 도전 <춤추는 공장>, 시간예술의 다양성과 방향성 모색전인 <뉴아트웨이브>와 <실험음악의 밤>, 일상의 소소함과 문래동 풍경을 공연자와 관객이 함께 담아보는 <물레한마당> 등이 준비됐다.

축제가 열리던 첫 날, 문래예술공장을 찾아봤다. <춤추는 공장>이라는 타이틀로 4개의 공연이 진행되었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바로 옆 자리에 앉은 젊은 아가씨 둘이 말다툼을 한다. 운영진이 두 아가씨에게 자리를 옮겨 앉으라고 하니 무대 중앙으로 나가 이번에는 몸싸움을 벌인다. 이게 웬일인가 했는데, 이미 공연이 시작된 것이었다. 관객과 배우와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었다. 이어서 젊은 춤꾼들의 실험적인 춤사위가 펼쳐지는 <춤추는 공장>은 대중음악에서는 들을 수 없는 독창적이고 신선한 음악적 경험을 안겨주었다.
지난 26일 일요일에 진행된 '청소년 워크숍'도 인상적이었다. 지역 청소년들 10여 명이 틈틈이 짬을 내어 공연준비를 한 <무대에서 놀자>는 청소년들이 부모와 자신과의 갈등과, 좁혀지지 않는 문제점, 비행청소년의 방황과 눈물 등을 솔직하게 담았다.
박스씨어터에서의 공연관람을 끝내고 문래예술공장 1층에 위치한 스튜디오 M30에서 상설 전시되는 비디오아트 그룹전도 살펴보았다. 끊임없이 큰 눈을 깜박거리고 있는 화면을 만날 수 있었다. 안정윤 작가의 <공화국 찬가>라는 작품이었다. 빠져버린 속눈썹 하나가 눈으로 들어가 안구 위를 떠다니다 스스로 빠져 나오기까지 5분여의 시간을 근접촬영으로 담은 작품이었다. 한때 우리 몸의 일부였던 작은 물체 하나가 얼만큼 우리에게 위협적이고 두려움의 대상으로 변할 수 있는지를 통해 개인의 대립, 폭력과 신체에 관한 다양한 논의를 보여주고 있다. 이 외에도 박용석, 카테리나 페치올리 등 한국과 이탈리아 태생의 비디오 아티스트들의 아트 그룹전 <짧은, 날카로운>도 눈길을 끈다. 개인과 사회와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균열과 충돌의 순간을 포착했다. 분필로 바닥에 선을 긋자, 개미들이 밟거나 넘지 못하는 현상을 보여주는 카테리나 페치올리의 <분필 선>은 국가와 영토의 개념과 이를 이용하는 정치적 메커니즘을 은유한다. 박용석의 <살지 않는 집>은 재건축 전후의 비어 있는 집 풍경을 통해 도시의 방치된 존재들을 보여준다.

8월 29일과 30일에는 장르를 파괴한 예술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새로운 예술을 탐색하는 <뉴아트웨이브> 공연이 펼쳐진다. 31일 금요일과 9월 1일 토요일에는 대중음악에서 얻을 수 없는 독창적이고 신선한 음악적 경험을 할 수 있는 <실험음악의 밤>이 9월 2일 일요일에는 문래예술공장 전체와 거리를 돌며 '물레한마당'이 펼쳐질 예정이다. 주민과 예술가의 역할이 완전히 허물어진 시간을 공유하고 싶다면, 이번 주 문래동 한복판에서 펼쳐지는 '물레 한마당'에 참가해 보는 것도 좋겠다.
• 축제 안내 : 물레아트페스티벌 홈페이지 http://www.miaf.co.kr
공연 할인권 보기 : http://www.miaf.co.kr/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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