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암동에서 커피 한잔 할까?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이경은

발행일 2012.02.13. 00:00

수정일 2012.02.13. 00:00

조회 5,922

창문으로 들여다보게 되는 예쁜 퀼트 카페 ‘스탐티쉬’다락방 까페 데미타세그림같은 컵케이크숍 ‘쇼트 케이크‘

[서울시 하이서울뉴스] 모처럼의 햇살이 반갑다. 부암동 좁은 골목길 사이에도 긴 햇빛이 작은 유리창들 사이를 누비고 있다. 폭도 일정치 않고 경사도 가파른 골목이 대부분이지만 커피 한 잔에 산책을 즐기려는 여유로운 객들 사이에 부암동의 인기는 여전히 상한가다. 드라마와 잡지에서 보고 또 본 길이라도 직접 걸으면 남다른 법, 낯익은 숍들을 하나씩 기웃거리며 모처럼의 오후를 즐겨보자.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3번 출구로 나오면 부암동 가는 버스가 많다. 먼저 온 7022번 버스를 타고 부암동 주민 센터 앞에서 하차하면, 도로변에 예쁜 가게들과 카페들이 눈에 가득 들어온다. 빈티지 숍부터 바느질도 배울 수 있는 퀼트 카페, 손만두로 유명한 식당, 30년 전부터 있었다는 방앗간, 지구에서 제일 맛있다는 치킨집 등이 줄지어 있고, 인형처럼 예쁜 컵케이크숍, 단팥죽을 파는 수제 구두집, 이름그대로 4.5평인 우동집 등 한걸음 걸을 때마다 즐거운 탄성이 끊이지 않는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사거리 모퉁이에 커피 상점 클럽 에스프레소가 있다. 세계 35개국의 커피를 취급하는 로스트 전문점인데, 국내 최초로 커피 아카데미를 열었던 마은식씨가 운영하는 곳이다. 대학로에 1990년 커피전문점을 오픈해 당시에는 생소했던 에스프레소를 선보였었는데 2001년 부암동으로 이전해왔다. 나무로 된 문을 열고 들어가면 창가 옆에 이름표를 붙이고 줄지어 놓여진 시음용 커피포트들을 볼 수 있다. 작은 종이컵에 다양한 커피를 시음해보는 재미 또한 그만이다.

특별히 시선을 집중하게 하는 곳이 있어 발길을 멈추고 유심히 들여다보니, 2천원에 손수 차를 타서 마시는 무인 셀프카페였다. “주인 없구요, 한사람이 두 잔 마시는 거는 봐줄 수 있는데 세 잔 마시면 그거 반칙입니다” 재미있는 문구에 끌려 들어가려는데 안타깝게도 문이 잠겨 있다.

예쁘장한 숍들 사이로 가장 눈에 띄는 곳이 정겨운 ‘동양방앗간’이다. 방앗간 골목을 따라 내려가면 한국을 대표하는 추상화가 김환기 미술관이 있고 오른쪽 길을 따라 올라가면 갤러리 이탈리안 레스토랑 ‘아포라’가 있다. 대문을 활짝 열어 놓았기에 살짝 들어가 보니, 입구에서 계단을 내려가 작은 뜰을 지나 들어가게 되어 있었다.

산책길을 따라 한참 올라가고 있으려니 돌담 벽에 ‘고진감래’, ‘고생 끝에 낙이 온다’ 는 문구와 함께 산모퉁이 카페를 상징하는 커피잔, 백사실 계곡을 의미하는 도룡뇽, 팔각정이 그려져 있었다. 경사진 언덕에 팍팍한 다리를 두드리며 올라올 산책객에게 던지는 위로의 농담이라고 생각하니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드라마 커피프린스로 유명해진 카페 ‘산모퉁이’커피 상점 ‘클럽 에스프레소’

부암동에선 누구나 커플이 된다

부암동 나들이의 인기 장소는 드라마 ‘커피프린스’에서 이선균의 집으로 더 유명해져서 문패까지도 아예 ‘능금나무길 최한성’이라고 붙여진 ‘산모퉁이’ 카페다. 지하는 갤러리와 예쁜 소품들이 가득해 구경하는 재미가 있고 2층은 삼면으로 시원하게 열린 창을 통해 아름다운 북한산 성곽길을 감상할 수 있다. 1층 테라스로 나가자, 드라마 촬영지답게 포토 존이 있어 발길을 멈추게 했다.

산모퉁이 카페를 내려가는 길에 큰 개 두 마리를 만났다. 부암동에는 유난히 큰 개가 많다는 생각을 했는데 워낙 산책객들을 많이 봐서 그런지 짖지도 않고 태연하게 지나간다. 게다가 두 마리가 나란히 지나가는 모양이 부암동에 데이트 온 커플 같다. 개들이 보기에도 데이트하기 좋은 동네인가 싶어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정집을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미처 간판을 보지 못하면 지나치기 쉬운 손만두집 ‘자하 손만두’에 들렀다. 자그마한 뜰에 돌계단이 있고 큰 항아리를 모아 놓은 것이 보기 좋았다. 우리밀로 만든 만두피에 소고기, 표고, 숙주, 두부를 넣고 직접 담근 장으로 간을 해서 맛이 깔끔하고 담백하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다고는 믿겨지지 않을 만큼 차분하고 정감있는 부암동길. 갓볶은 커피냄새가 건널목에 서 있는데도 전해져온다. 호젓한 산책과 맛있는 음식, 오래된 성곽길과 윤동주 공원까지, 길목 하나하나마다 이야기가 있는 부암동에, 좋아하는 사람들과 들러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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