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럼은 준비하셨나요?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이현정

발행일 2012.02.02. 00:00

수정일 2012.02.02. 00:00

조회 2,806

[서울시 하이서울뉴스] “개똥아~ 내 더위 사가라" 아침부터 더위팔기에 여념이 없었던 어린 시절의 대보름날, 이 날은 놀고 또 노느라 하루가 모자란 날이었다. 풍물가락 흥겨운 지신밟기에, 줄다리기, 쥐불놀이에 달집태우기까지 밤늦도록 지칠 줄 모르고 아이들과 어울려 다녔다. 이 날 만큼은 먹거리 인심도 넉넉했다. 반드시 세 집 이상의 밥을 얻어먹어야 한다고 해 서로서로 오곡밥을 나누어 먹는 것도 즐거웠다. 그런데 이런 대보름 음식에 건강에 대한 조상의 깊은 지혜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어떤 이유로 이런 음식들을 만들어 먹었던 걸까.

정월대보름에는 다섯 가지 이상 곡식을 섞어 오곡밥을 지어 먹었다. 이는 곡식 농사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생겨난 풍습이다. 오곡밥은 아홉 가지 나물과 함께 먹었는데, 이렇게 잘 말려놓은 나물을 삶아 먹으면 여름에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밥을 김, 취나물, 배춧잎 등에 싸서 먹는 복쌈도 해 먹었다고 한다. 이렇게 하면 부(富)를 쌈 싸듯 모을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대보름에는 밤, 은행, 호두, 잣, 땅콩 등 부럼을 자기 나이 수대로 깨물었다. 한 해 동안 각종 부스럼을 예방하고 이를 튼튼하게 하고자 함이다. 또 이른 아침에는 귀밝이술을 마셨다. 이렇게 하면 귀가 밝아지고, 일 년 내내 즐거운 소식을 들을 수 있다고 여겼다. 어린이들은 술을 마실 수 없으므로 술잔을 입에 대기만 하고 남은 술을 굴뚝에 붓는 풍습도 있었다.

대보름 음식은 전날 미리 음식 재료를 손질해 두고 당일에는 칼질하는 것을 삼갔다. 칼질을 하면 한 해의 복도 갈라지고, 곡식도 잘라진다고 여겼다. 또한, 보름날 칼질을 하다 손을 베면 잘 낫지 않는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대보름에는 금기 음식도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김치, 찬물, 비린 것 등이다.

오곡밥에 담긴 다섯 가지 건강

오곡밥과 묵은 나물은 겨울철에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 미네랄을 골고루 섭취할 수 있는 음식이다. 한방에선 오곡밥을 각 사상체질(四象體質)에 맞는 곡류가 골고루 섞여 있는 조화로운 음식으로 본다. 게다가 식이섬유까지 풍부하여 변비와 대장암, 각종 성인병을 예방하는데 도움을 준다.

찹쌀은 성질이 소화가 잘 되고 구토와 설사를 멎게 하는 효과가 있다. 노란 차좁쌀은 비위의 열을 제거하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하며, 설사를 멎게 하는 곡류로 알려져 있다. 수수는 몸의 열을 내리는 데는 효과적이다. 고단백의 콩은 밭의 고기라고 불릴 만큼 양질의 단백질 공급원이며, 붉은 팥은 다이어트에 좋은 곡물로 알려져 있다.

말린 나물도 영양이 풍부하다. 취나물은 독특한 향과 맛으로 입맛을 돋우며 가래와 기침 등 목건강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는데, 칼륨, 비타민A, β-카로틴 등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국산 나물 어떻게 구별하지?

수입 농산물 속에서 우리 농산물을 구별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리 농산물은 국내에서 재배했기 때문에 가늘거나 작아도 대부분 향이 진하고, 수입산은 방부제나 표백처리 되는 경우가 많아 향이 거의 없다. 대부분의 수입산은 크고 깨끗하게 손질되어 있다.

취나물- 줄기가 가늘고 부드러우며 독특한 향기가 난다.
콩나물- 알의 굵기가 균일하지 않고, 색상이 연하며, 씨눈이 뭉툭하다.
고사리- 엷은 갈색을 띠고 길이가 짧고 가늘고 부드러우며 잔뿌리가 많다. 줄기 윗부분에 잎도 많이 붙어있으며 변색된 것이 적게 섞여 있다. 섬유질이 연해 잘 잘라지고 독특한 향기가 강하다. 중국산은 낫으로 베어 단면이 매끈한데 비해 국산은 손으로 뜯기 때문에 줄기 아랫부분의 단면이 불규칙하다.
숙주나물 - 중국산은 통통하고 매끈한데 비해 국내산은 더 작고 가늘며 잔뿌리가 많다.
도라지-국산은 비교적 어린 2~3년생을 수확하기 때문에 가늘고 짧으며 잔뿌리도 많고 껍질에 흙이 많다.

그렇지만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눈으로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믿을 수 있는 국내산을 구입하고 싶다면 농산물 직거래를 하고 있는 한살림, 여성민우회생협, 두레생협, 아이쿱생협 등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주부들이 함께 모여 대보름 나물 만들기를 하는 모임도 있다. 강남구 청담동에서 한살림을 이용하는 주부들의 모임으로 매달 함께 모여 요리를 하거나 천연화장품 등을 만든다. "번거롭긴 해도 물 대신 멸치, 다시마 등을 우려 만든 육수룰 부어주면 더 좋아요", "이렇게 마지막에 들깨가루를 넣어 마무리해요. 나물 맛 잡아주는 데는, 들깨가루가 최고거든요", "말린 나물은 찬물에 불려야 해요. 그래야 나물이 부서지지 않고, 색도 좋고 맛도 좋아요". 모임을 위해 미리 재료를 손질해 온 소옥민씨와 베테랑 주부들이 나물을 맛있게 만드는 노하우를 가르쳐주었다. 이날은 아주까리 나물과 토란대 나물을 만들었는데 평소 흔하게 보던 나물이 아니라 더욱 흥미로웠다.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가득 담긴 대보름 절기 음식, 올 한 해 가족의 건강을 생각하며 직접 만들어 보면 어떨까? 나눠 먹어야 복이 깃든다고 하니 정성껏 만들어 이웃과도 함께 나눈다면 더 없이 좋을 것 같다.


몸에 좋은 나물 한 가지, 배워볼까요?
 

아주까리 나물

아주까리 나물은 지방함량이 높아 배변활동에 도움을 준다. 아주까리 기름은 피부미용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어 마사지용으로도 자주 쓰인다.

◎재료 준비
말린 아주까리나물 100g, 들기름 3큰술, 현미유 3큰술, 집간장(또는 국간장) 2큰술, 맛간장(또는 진간장) 2큰술, 다진 마늘 2큰술, 물 한 컵, 들깨가루 약간

◎만드는 법
1 나물은 하루 전날 찬물에 불려 두었다가 중불에 20분 정도 삶아낸다. 부드럽게 삶아지면 찬물에 헹구어 살짝 짜 놓는다.

2 삶아 놓은 나물에 집간장 2큰술, 맛간장 1큰술, 들기름 2큰술, 현미유 2큰술, 다진 마늘 1큰술을 넣어 밑간을 해 놓는다.

3 팬에 들기름 1큰술, 현미유 1큰술, 다진마늘 1큰술을 넣고 살짝 볶아 거품이 생기면 나물을 넣고 중불과 센불 사이에서 달달 볶다가 맛간장 1큰술, 물 반 컵을 넣고 더 볶는다. 물이 졸아들면 물 반 컵을 더 넣어 마저 볶아낸 후 들깨가루를 뿌려 낸다.

 

간편구독 신청하기   친구에게 구독 권유하기

 

우리 아이를 찾아주세요

매일 아침을 여는 서울 소식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 신청 카카오톡 채널 구독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