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두렁 스케이트장’이 정말 서울에 있다고요?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박분

발행일 2012.01.06. 00:00

수정일 2012.01.06. 00:00

조회 5,011

[서울시 하이서울뉴스] 지하철 9호선 개화역 앞은 온통 벌판이다. 그런데 그 벌판 한 중간에 만국기가 펄럭이는 곳이 있다. 서울시 강서구 개화동에 자리 잡은 ‘발산 스케이트장’이다. 싸락눈이 흩날리던 지난 3일 오후에 찾아간 그곳은 겨울방학을 맞아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단위 방문객의 차량행렬로 줄을 잇고 있었다. 3년 전 개장한 이곳은 추수를 다 마친 드넓은 논에 물을 대 꽁꽁 얼려 만든 이른바 논두렁 스케이트장이다.

스케이트 끈매기는 할아버지께 맡기세요!

비닐을 겹겹이 둘러 친 비닐하우스로 들어서는 순간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 실내는 아이들을 데리고 스케이트 타러 온 가족들로 북적였다. 출입구의 계산대 벽면 가득 스케이트가 빼곡하다. 스피드스케이트와 피겨스케이트 500여 켤레를 비치해 대여해 주고 있는데 스케이트를 미처 준비하지 못한 이용객들을 위함이다. 대여료는 3천 원. 초보자를 위한 강사도 상주해 있으니 자세며 타는 법을 배워볼 만 하다. 이용객을 위한 배려는 그 뿐만이 아니다. 이곳에선 마침 농한기라 한가해진 마을 할아버지들이 직접 나와 꼬마 손님들에게 스케이트를 꼼꼼히 신겨 주고 있다. 군데군데 아이들 곁에서 스케이트 끈을 매주거나 풀어주고 있는 사람은 모두 할아버지들이다. 아이들은 제 아빠나 엄마가 아닌 할아버지의 무릎에 ‘터억’ 발을 올려 내맡긴 채, 편안한 표정으로 자기가 신은 스케이트 끈이 잘 조여지길 기다리고 있었다. 손주 같은 아이들도 보고 바람도 쐴 겸 대 여섯 명의 할아버지들이 매일 아침 이곳으로 출근한단다. 전우신(68) , 천일수(68), 강부남(70) 할아버지는 개화동의 토박이 농부로 서로 30년 지기 친구사이기도 하다.

자연 속 스케이트장

쪽문을 나서면 곧 하늘과 맞닿은 얼음판인 스케이트장이 펼쳐진다. 시리게 푸른 겨울하늘과 먼 산의 잔설마저도 만끽할 수 있어 여느 실내 스케이트장과는 확연히 다른 별천지다. 확 트인 벌판에서 불어오는 매서운 들바람은 어른들에게는 어릴 적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또한 아이들의 얼음지치기를 보러 얼음판에 따라 나선 부모들에게 야박하게 입장료를 따로 받지 않으니 스케이트를 타지 않더라도 얼음판 한켠에 서서 아이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거나 옛 추억에 젖어 볼 수도 있겠다. 게다가 앉은뱅이 썰매도 비치돼 있으니 설혹 스케이트를 못 타더라도 썰매로 대체할 수 있으니 그리 걱정할 필요가 없다.

 엄마랑 썰매를~ 엄마가 더 신났죠?
신나게 놀고 난 후 따끈한 ‘오뎅 국물’ 한 그릇, 캬~고구마도 맛있게 익었어요

난롯가에 둘러앉아 오순도순… 

즐거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하루 온종일 얼음을 지쳤던 옛날의 마을 논두렁 얼음판이 그랬듯 이곳 또한 한번 들어오면 시간제한이 없는 곳이다. 손발이 꽁꽁 얼면 실내로 들어와 난롯불 쬐다 다시 나가 얼음을 지치면 된다. 쌩쌩 이는 들바람 속, 얼음판은 한겨울이지만 활활 타오르는 장작 지핀 무쇠 난로가 있는 실내는 따뜻한 무풍지대라 어느덧 안방인 듯 간이의자에 기대어 뜨개질을 하거나 책을 읽는 사람도 눈에 띈다. 떡볶이와 라면 등, 여기서 간단한 음식도 판매하지만 정작 사람들의 관심은 뜨겁게 달구어진 널따란 난로뚜껑이다. 고구마와 가래떡 등 각기 집에서 알뜰히 챙겨온 간식거리들이 노릇노릇 가족들의 응원을 받으며 익어 가는 난로 뚜껑 위, 메뉴들의 불꽃 튀는 경합! 스케이트 타고 불도 쬐고 간식까지 손쉽게 해결하니 입장료와 스케이트 대여료 포함한 오천 원의 비용이 아깝지 않다. 들통 가득 끓고 있는 따뜻한 보리차를 한 컵 받아들고 잘 익은 고구마가 안에 들어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은박지를 펼치는 가족들의 모습이 정겹다.

얼음판 관리도 할아버지들 담당

“빙질이 실내 스케이트장만큼 매끄럽진 않지만 오히려 힘을 줘 타게 되니 더 운동이 돼요.” 친구들과 타던 스케이트를 잠시 멈추며 등촌고 1학년 변우섭 학생이 인터뷰에 응했다. 염창동에서 온 주부 이영선(34) 씨는 “할아버지들께서 아이들 스케이트를 신겨주시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며 “방학 동안 아이들 데리고 몇 번은 더 오게 될 것 같다”고 했다.

서울의 도심 속 ‘논두렁스케이트장’이 가능했던 것은 빙판의 얼음이 쉬 녹지 않도록 그늘막 설치도 했으려니와 문 닫힌 5시 이후엔 얼음 지치다 깎인 얼음 부스러기를 쓸어낸 뒤 물을 뿌려 다시 매끄럽게 얼도록 뒷마무리한 할아버지들의 수고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 런지.

그 외 도심 속 스케이트장

이 밖에도 서울에는 아이들이 신나할 가볼 만한 스케이트장이 곳곳에 있다. 맑은 바람과 억새축제 등으로 시민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월드컵공원에선 얼음썰매장과 야외스케이트장을 함께 운영한다. 시골 논두렁을 방불케 하는 얼음썰매장은 어른들에겐 동심으로 돌아가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야외스케이트장 또한 따뜻한 휴게공간이 있어 이용객이 편하게 즐기기에 손색이 없다. 입장료는 시간당 1,000원이며 스케이트와 썰매 대여료도 각 1,000원씩이며 2월 13일까지 운영한다. 서울의 주요행사가 열리는 서울광장도 스케이트장을 열었다. 운영기간은 2월 12일까지이며 이용료는 스케이트 대여료 포함해 시간 당 1,000원으로 저렴한 편.

문의 : 발산 스케이트장 ☎02-2665-8860, 월드컵공원 야외스케이트장․얼음썰매장 ☎02-3394-8666, 서울광장스케이트장 ☎02-3210-12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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