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 가장 먼저 찾은 그곳!
발행일 2011.10.20. 00:00
[서울시 하이서울뉴스] 산행하기 좋은 계절이다. 울긋불긋 아름다운 단풍이 자태를 드러내며 어서 오라 손짓하는 것만 같다. 오라는 대로 다 가보고 싶지만 ‘국사봉 숲길’을 먼저 가보련다. 서울시가 시민을 위해 일찌감치 준비한 ‘가을에 걷기 좋은 길’10개의 길 중 하나로 선정되었기 때문에 호기심 유발.
국사봉(國思峰). 조선시대 태종의 장남이요 세종의 맏형인 양녕대군이 산에 올라 경복궁을 바라보며 나라와 동생의 일을 걱정했다는데서 국사봉이란 이름이 탄생했다. 양녕대군은 시와 서예에 능하였으며, 세자로 책봉되었으나 궁중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여 폐위되고, 그 뒤 전국을 누비며 풍류를 즐겼다. 국사봉은 동작구 상도4동에 위치한 해발 184m의 아담하고 낮은 산이다.
국사봉 숲길 코스의 시작점은 지하철 7호선 숭실대입구역이다. 지하철에서 내려 역무원에게 국사봉 가는 길을 물었지만 잘 알지를 못했다. 역근처 인근 슈퍼마켓에 들어가 젊은 점원이 잘 알겠거니 물었더니 대답이 걸작이었다.
“산마다 꼭대기를 모두 국사봉이라 하지 않는가요?” 그냥 웃고 나왔다. 역 출구에 서서 지나는 몇몇 시민에게 물었지만 국사봉이 어디 있는지 잘 몰랐다. 한 가게에 들어가서 물었더니 부동산에 가서 물어보라했다. 마침 가까이에 공인중개사가 있어 들어가 물었더니 주인장이 벽면 지도를 가리키며 상세 코스를 가르쳐주어 얼마나 고맙던지.
가르쳐준 대로 1번 출구에서 직진하여 5~6분 가니 인도 우측에 우리들교회가 나왔다. 바로 왼쪽에 산책길 입구가 눈에 들어왔다. 조금 오르니 노랗게 물들어가는 은행나무, 측백나무, 플라타너스 울창한 숲길이 여느 산책길과는 사뭇 달랐다. 고개를 오르니 잠시 확 트인 공간 너머로 늘어선 빌딩이 눈앞에 다가왔다. 산책길 양옆으로는 가을의 상징인 노란 들국화와 억새, 코스모스, 산해바라기가 만발했다. 스쳐지나는 길 옆 상도근린공원에서는 산책 나온 시민들이 운동을 하며 여가를 즐겼다.
산행은 언제나 즐겁고 더욱이 초행은 가슴까지 뭉클하게 한다. 녹색 숲이 마음을 상쾌하게 하고, 요즘은 울긋불긋 단풍도 반겨준다. 오가는 낯선 사람에게서 미소를 발견할 수 있는 계절의 산행, 이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도심 길거리에서는 찌든 얼굴을 자주 보게 되지만 산 속에서는 그러한 얼굴은 전혀 볼 수 없다.
어느덧 국사봉 능선이다. 가지능선과 주능선으로 나뉜다. 오르는 산책길이 다양하다. 주로 흙길이지만 나무데크도 있다. 산책길 양옆으로는 안전 막이 줄로 또 나무로 울타리처럼 이어져 있는 곳도 있다. 산책길 양옆 화초를 심어 운치있게 해놓은 곳도 있다. 덩굴손이 아름드리나무를 빙빙 둘러감아 금방이라도 타잔이 줄을 타고 나타날 것만 같은 밀림 숲도 바로 옆에 펼쳐진다. 커다란 암석이 산책길 옆에 우뚝 서 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그뿐인가 새색시 입술 연지보다 더 붉게 물든 단풍은 더더욱 일품. 이 가을에 국사봉을 오르지 못하면 후회가 오래갈 것이다.
국사봉 주능선 주변은 체육공원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슭부터 정상에 이르는 길 주변은 각종 체육시설이 즐비하다. 배드민턴장에서는 여성들이 팀을 이뤄 게임을 하고 있고, 역도장에서는 연로한 사람들이 누워 80~100킬로그램이나 되는 역기를 들어올리고 있었다. 중턱에서 연세가 여든이라는 한 할아버지를 만났다.
“할아버지, 역기가 많은데 연세드신 분을 위한 체육시설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라고 했더니, “모르는 소리, 칠십 되는 노인들도 저런 역기를 쉽게 들어. 팔에 근육과 알통이 얼마나 튼튼한지 몰라. 그 사람들은 수 년 동안 국사봉을 오르며 역기로 몸을 단련했어”라고 하며 팔을 들어 보였다.
산이 높지 않고 정상 오르는 길은 그리 가파르지 않아 노인이나 어린아이까지 쉽게 오를 수 있도록 되어 있어 가족 코스로 안성맞춤이다. 그래서인지 가족끼리, 할아버지와 손자, 손녀가 산책을 나온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었다. 산중턱에 위치한 국사봉 약수터, 물맛이 좋아 많은 시민들이 약수를 담아 등가방에 넣어 지고 손에 들고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런가하면 산책길 옆으로 나무를 부여잡고, 또 등에 대고 등 맛사지하는 광경도 볼 수 있었다.
단풍으로 물든 국사봉 정상은 둥글게 단으로 쌓여있고, 정상을 표시하는 구조물이 중앙에 설치되어 있었다. 한 시민이 정상 45미터 정도 되는 중앙단의 둘레를 빙빙 걷고 있었는데, “나라 안녕을 빌고, 수능 앞둔 자녀의 좋은 성적을 기원하고, 남편이 하는 사업이 잘 되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정상 한 켠에는 조망대가 있었다. 그곳에 서니 63빌딩, 유유히 흐르는 한강, 원효대교, 병풍 두른 듯 한 북한산, 남산타워가 구름 속에 한 폭의 그림처럼 어렴풋이 드러났다. 맑고 상쾌한 공기 듬뿍 들이마시며 하산 준비.
하산 목적지는 보라매공원이다. 국사봉 정상 오름길 반대편으로 보면 보라매공원 주변 고층빌딩군이 한눈에 들어온다. 하산길은 이를 바라보며 반대편 길로 내려오면 된다. 중간에 산책길 우측으로 무학대사가 창건했다는 사자암을 지나치게 된다. 숲속 기와지붕들이 참 잘 어울려 자리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줄곧 내달려 보라매공원에 들어서니 국사봉 정상에서 30분도 채 안 걸렸다. 언제나 찾아가도 활짝 웃으며 반겨주는 엄마 품같은 포근한 공원, 이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동문 입구에서부터 늘어선 아름드리 가로수에는 이미 아름다운 단풍이 곱게 물들어 찾아온 객의 피곤을 싹 가시게 한다.
여기서 한 가지 제언. 국사봉 정상 조망대의 안내도가 너무 낡았다. 국사봉 정상에서 보이는 시내 전망사진과 전망 설치물을 적은 ‘서울시 선정 우수조망대’의 안내판의 표면이 균열이 심하고 색이 바랬다. 산뜻하게 다시 만들어 교체해 주었으면 한다. 또 숭실대입구역에서 산을 오르다보면 주변 재개발로 산책길이 끊긴 부분이 있어 초행자는 산행 시작부터 헤맬 수 있다. 이곳도 이정표를 설치해 산책길을 쉽게 오를 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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