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드라마 속 한국 드라마는?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고은빈

발행일 2011.09.01. 00:00

수정일 2011.09.01. 00:00

조회 2,307

드라마, 실제도 아닌 이것에 우리는 울고 웃는다. '본방사수'를 위해 리모컨을 들고 5분 전부터 대기하고, 드라마가 끝나면 아쉬워하며 다음 주를 기약한다. 드라마가 끝나면 관련 기사들이 포털 사이트를 가득 메운다. 예전에는 드라마 때문에 방송국에 항의전화를 거는 아주머니들도 있었으니 예나 지금이나 드라마가 우리네 삶에서 지니는 의미는 꽤 큰 듯하다. 그러나 그 중요도에 비해 한국 드라마 시스템은 크게 바뀌지 않아 아쉽다. 대표적으로 최근 ‘한예슬 촬영거부 사태’로 다시금 부각된 열악한 드라마 제작 환경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오늘은 제작 환경 문제 외의 한국 드라마 시스템의 다른 문제들을 서울드라마어워즈2011에서 만난 세계 드라마들에 비추어 살펴보겠다.

굵고 긴 드라마의 부재

한국 드라마의 대부분은 미니시리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장편 드라마는 드물고 특히 시리즈, 시즌제로 나오는 드라마는 없다. '성균관 스캔들'이나 '최고의 사랑' 등 몇몇 드라마는 후속편을 제작했으면 좋겠다는 시청자들의 요구가 있었지만 현실화되지 못했다. '내조의 여왕'이나 '결혼하고 싶은 여자' 같은 경우 '역전의 여왕'이나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로 후속편이 제작되었으나 출연진이 바뀌거나 스토리가 이어지지 않아 전작의 아성을 넘지 못했다.

드라마어워즈 네티즌 인기상 시상 장면

여자 연기자상을 받은 나문희, 네티즌 인기상을 수상한 박유천, 2011드라마어워즈 MC인 류시원, 한고은(왼쪽부터)

이번에 장편부문 최우수상과 우수상을 수상한 루마니아의 '인 더 네임 오브 오너'(In the Name of Honour)나 브라질의 '파시오니'(Passione)는 각각 140회와 120회에 걸쳐 방영되었는데, 요 근래 이 기록을 넘은 한국 드라마는 '웃어라 동해야'(159회)밖에 없다. 시즌제나 제대로 된 시리즈의 경우는 더욱 아쉽다. 호주의 '댄스 아카데미'(Dance Academy)는 이미 시즌 2까지 제작되었으며, 미국의 '워킹 데드'(The Walking Dead)도 10월 16일부터 시즌 2를 방영할 예정이다. 한국 드라마도 고정적인 팬 층이 있는, 오래오래 사랑받는 드라마가 필요하다. 화려하게 피었다 금방 지는 꽃도 아름답지만 오래도록 피는 소박한 꽃도 매력이 넘치니 말이다. 852회를 끝으로 종영한 장수 드라마 '대추나무 사랑걸렸네'처럼 말이다.

작품성보다는 시청률

전년과 달리 이번 서울드라마어워즈에서는 한국 드라마들을 대상으로 하는 한류특별상을 제외하고는 작품상을 수상한 한국 드라마가 없었다. 작년이나 올해 모두 본심 심사위원이 각국 한 명씩 존재하는 걸로 보아서는 편파적 심사는 없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였을까? 작품성보다는 흥행을 중요시하는 것이 일정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 수상작 중에는 역사 관련 드라마가 많다. 대상을 차지한 중국의 '쓰리 킹덤스'(Three Kingdoms)는 삼국지를 드라마화한 것으로 제갈량과 사마소의 지혜를 담아냈고, 미니시리즈 우수상을 수상한 독일의  '대지의 기둥'(The Pillars of the Earth)은 헬리왕가의 왕위찬탈 전쟁과 대성당을 짓는 과정의 역사를 담아냈다. 그에 반해 한국 드라마는 갈수록 ‘재미’에 치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사극의 경우에도 시청자들의 유입을 증가시키기 위해 역사에 집중하기보다는 흥미로운 부차적 요소, 예를 들어 야사 속 인물이나 사건에 집중한다. 때로는 배경을 제외하고는 이야기를 새로이 창작해내기도 한다. 이목을 끌기 위해 폭력, 성적 코드 등의 자극적인 요소들도 많이 들어간다. 이러한 것들이 꼭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사랑 관련 키워드(연애, 이혼, 불륜 등)나 자극에만 집중하면 자연스레 작품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막장 드라마’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니다. 흥미 위주의 소비문화와 시청률에 좌지우지되는 드라마 환경이 낳은 합작품이다. 상품으로서의 드라마가 아닌 작품으로서의 드라마가 필요한 때이다.

스타에 의존하지 않는 드라마

서울드라마어워즈 연기자상 부문에 눈에 띄는 이름이 있다. 바로 나문희다. 수많은 청춘스타들을 제치고, 왜 나문희가 최고의 여배우가 받을 수 있다는 여자 연기자상을 받은 것일까? 그리고 왜 남자 배우들은 그 누구도 수상의 영광을 안지 못했을까? 문제는 ‘스타’에 있다. 지금 유명한 드라마들에 출연하는 스타들이 연기를 못한다는 뜻이 아니다. 대한민국 드라마가 지나치게 ‘스타’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톱스타가 나오면 시청률 측면에서 보다 유리한 출발점에 선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누가 출연했기 때문에 본다’는 건강하지 못하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근근히 이어나가는 쪽대본 시스템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것도 어쩌면 빛나는 스타 때문인지도 모른다. 드라마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러한 스타의 후광효과를 일정부분 차단할 필요가 있다. 연륜 있는 중·장년 배우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다. 순수하게 연기와 플롯으로 승부하는 드라마, 그런 드라마가 앞으로 더 많이 생겨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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