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공소와 예술촌의 기묘한 동거
시민리포터 고현우
발행일 2011.07.08. 00:00
문래동 하면 어떤 생각이 떠오를까? 이곳은 1970년대 철공소가 들어서면서 철공소 거리로 유명해졌다. 하지만 지금은 쇠퇴하고 명맥만 이어나가고 있다. 그러던 이곳에 어느 순간 예술이 스며들었다. 낙후된 이미지에서 새로운 문화를 싹 틔우고 있는 문래동에 가 봤다.
문래동 철공소에 피어난 예술작품들
하루 종일 동네는 기계 돌아가는 굉음이 들린다. 쇳가루가 날리고 기계음으로 분주하다. 사람들 또한 이곳이 삭막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문래동이 예술과 동거를 시작했다.
철공소 + 예술촌이라 무언가 어색하지만 둘만의 동거는 신기하게 잘 맞아떨어진다. 2005년부터 예술가들은 값싼 임대료를 찾아 문래동으로 모여들었고, 밤에는 텅 비는 덕에 예술가들은 소음때문에 주변의 양해를 구하지 않아도 됐다.
철공소 거리에 텅 빈 건물 또한 예술가들을 불러 모았다. 자세히 둘러보니 건물 곳곳에 그려진 그라피티(거리나 벽면을 낙서 등으로 채우는 것)가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 그림들은 작가들이 자신이 입주해 있는 건물에 그려 놓은 일종의 푯말이다. 건물 곳곳엔 작은 문패도 달려 있다. ‘조각실’, ‘사진스튜디오’ 등 개성만점 문패가 회색빛 공장건물에 달려 있는 풍경은 낯설지만 기분을 좋게 만든다.
철공소 골목에 예술이 입혀지면서 새로운 가능성과 창조적 가치가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어두운 분위기였던 뉴욕의 브루클린이 화려한 그라피티 아트로 인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듯이, 중국 베이징의 공장지대가 예술가들이 자리 잡으면서 ‘다산쯔 798 예술특구’가 됐듯이. ‘문래동 예술창작촌'도 한국을 대표하는 예술특구로 발전해 가고 있다.
그러나 문래동 예술창작촌을 둘러싼 미래는 그리 밝지만은 않다. 문래동은 현재 개발압력에 직면해 있으며, 철재상가에 입주한 예술가들의 미래도 불투명한 상태다. 철재공장 사이에서 이제 갓 피어난 예술의 꽃이 씨앗을 퍼트리기 전에 소멸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낯선 철공소에서 한편은 기계음이 돌아가고 한편은 예술가들의 창작실이 존재한다. 두 공간이 묘하게 공존한다. 거리에 벽화가 생겨나고 기계음 사이로 낮은 인디밴드의 음악소리도 들린다.
철공소 상인들도 예술가들이 반가운 듯하다. 삭막한 철공소 거리에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예술가들이 삼삼오오 모여 거리에 벽화를 작업하는 덕에 건물도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철공소 건물은 원래부터 검둥이가 아니었어요!' 하듯이 건물사이사이로 벽화들이 화사하다.
하지만 최근에 개발의 바람 앞에서 문래동이 흔들리고 있다. 예술촌이 헐릴지 모른다는 소식에 이곳 또한 개발의 바람이 들쑤신 지 오래다. 사람들은 벌써 이주를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5년 전에 비해 많이 오른 임대료 또한 문제다. 이곳이 언젠가 사진 속 장소로 남겨지지 않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든다. 세계적인 도시는 과거를 기억한다고 한다. 역사적인 곳이나 의미가 있는 거리를 개발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면, 그것이 관광상품이 된다고 한다. 이곳 또한 그랬으면 한다. 예술인의 혼이 모여 하나의 거대한 예술특구로 발전하길 간절히 바란다.
위치: 2호선 문래역 7번 출구로 나가서 기업은행 옆 신흥상회부터 철공소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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