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에 과학이 숨어 있다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장원정

발행일 2011.02.25. 00:00

수정일 2011.02.25. 00:00

조회 3,744

덕수궁은 관광지로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런데 이곳에 자랑스러운 우리나라 과학 기술 역사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신기전기화차, 앙부일구, 자격루, 종 등이 바로 그것이다. 덕수궁에 가서 궁궐, 왕궁 수문장 교대의식만 관람하지 말고 과학 유물도 함께 감상해보자.

신기전은 영화로도 소개되었다. 1448년(세종30년) 고려 말기에 최무선이 만든 주화(走火)를 개량하여 로켓이라고 할 만한 신기전을 만들었다. 신기전의 종류에는 대・중・소・산화 신기전 등 네 종류가 있다. 문서로 기록된 자료로 비교해 볼 때 당시 우리나라의 대신기전은 외국에서 1799년 이후에나 비슷한 성능이 나올 만큼 앞선 것이었다. 이런 앞선 과학 기술을 갖고 있었던 우리나라가 현재는 로켓의 발전물인 우주발사체 하나도 제대로 발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참 아이러니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로켓 발사대인 ‘화차’는 신기전을 발사하는 장치로, 조선 태종 9년(1409년) 처음 고안했다. 40년 뒤인 문종 때 그것을 잘 보완하여 이동식 로켓 발사대를 만들었다. 1451년 문종 때 신기전의 발사 각도를 조절함으로써 사정거리를 자유로이 조절할 수 있는 화차에 100발의 신기전을 장전하여 차례로 발사할 수 있는 틀(신기전기)을 탑재한 신기전기화차를 만들었다. 신기전기화차에서는 주로 중신기전과 소신기전을 발사하는데 사용하였다.

앙부일구는 해 그림자를 이용한 해시계 일종으로 세종16년(1434년)에 처음 만들어졌다. 앙부일구란 시계판이 가마솥같이 오목하고, 하늘을 우러러 보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원 끝부분을 보면 글을 모르는 일반 백성들도 볼 수 있게 표시하였음을 알 수 있고, 공중 장소에서 볼 수 있게 설치되었다. 백성을 생각한 정치가인 왕의 의도를 짐작하게 하는 발명품이다. 시간은 영침의 끝 부분 그림자가 가르키는 곳을 읽으면 된다.

가로선은 24절기를 나타내는 선으로 요즘 사용하는 달력으로 보면 몇 월인지를 나타낸 것이다. 절기선은 해가 여름에 높이 뜨고, 겨울에 낮게 뜨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세로선은 시간으로 한 칸당 15분을 표시한다. 따라서 중간 긴 선이 1시간, 쭉 이어진 긴 선이 2시간 간격을 의미한다. 오목하게 만든 이유는 오차를 줄여주기 위한 아이디어였다. 오목한 솥 가운데 쪽에 구멍이 뚫려 있는데 빗물이 빠져나가게 하기 위한 장치다.

자격루는 밤이나 해가 없는 흐린 날에도 시간을 알 수 있는 물시계이다. 세종 16년(1434년)에 장영실 등이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자동으로 시간을 알려주는 자격루를 만들었다. 보루각 자격루는 중종(1536년) 때 개량하여 새로 만든 것이다. 현재는 창덕궁 보루각에 있던 것을 옮겨온 것이고, 예전 만 원짜리 지폐에도 있던 모양으로 자격루 일부만 남아 있다.

자격루는 물이 고이면 살대가 떠오르면서 자동조절장치를 움직여 그곳에 연결된 인형과 구슬이 종, 북, 징을 쳐서 시간을 알렸다. 물의 흐르는 양이 정확해야 하기 때문에 여러 개의 물통을 연결하였고, 인형과 구슬로 쉽게 알려주기 위해서 지렛대의 원리, 부력을 이용해 정교하게 만들었다. 이것은 세종 때의 정교한 과학기술과 전통을 이어받았으며 세계에서 규모가 크고 오래되었다는 점에서 우리 과학 유산이다.

흥천사 종은 조선전기 대표적 범종에 속한다. 1462년에 만들어 내걸었으나, 흥천사가 불타면서 경복궁에 옮겼다가 이곳에 오게 되었다. 종은 쇳물을 녹여 만드는 아주 힘든 작업으로 장인정신을 엿볼 수 있는 유물이다. 여러 금속을 합금하며 판의 두께에 따라 다른 소리가 만들어진다. 따라서 섞는 물질, 크기, 두께를 생각하며 만들어지는 과학기술로 소리와 종의 연결부위인 고리부분이 일본, 중국과 차이가 난다. 종을 보면서 선조들의 과학기술을 짐작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덕수궁은 다사다난 했던 우리 역사를 보여주는 궁이다. 덕수궁은 임진왜란 때 피난 갔다 돌아온 선조가 임시 궁궐로 사용했고, 이 후 조선말기 러시아 공사관에 있던 고종이 사용했던 곳이다. 개화 이후 근대 문물을 받아들여 서양식 건축도 남아있는 곳이다. 현재 덕수궁은 서울에서 손꼽히는 아름다운 산책로와 수문장 교대의식으로 볼거리 있는 곳이 되었다.

해설사가 무료로 안내해주는 서비스도 있는데 과학기술의 중요성에 대한 설명을 빠져 있는 게 아쉬웠다. 덕수궁에서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과학기술도 보고 가치도 생각해보는 곳이면 좋겠다. 광명문 안에 신기전기화차, 흥천사 종, 보루각 자격루가 있고, 석조전 앞에는 앙부일구가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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